“민주당, 해리스로 패 바꾸길 잘했다”
2024. 9. 16. 06:02
미 대선 첫 TV토론…워싱턴포스트 칼럼서 평가
오는 11월 열리는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TV 토론이 막을 내렸다.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9월 10일(현지시간) ABC 방송 주관 TV 토론에서 만나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토론 종료 후 미국 언론과 방송 시청자들은 대체로 해리스 부통령이 판정승을 거뒀다고 봤다. 민주당의 새 후보로 등판한 해리스 부통령이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거 당일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초박빙 속에서 이번 토론이 얼마나 표심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날 오후 9시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만난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시작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려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먼저 악수를 청했다. 지난 6월 TV 토론에서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악수하지 않았던 것과 사뭇 다른 행보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오늘 유권자 여러분은 낡고 오래된 각본, 거짓말, 불평, 험담을 많이 듣게 될 것”이라며 “이제 페이지를 넘기자.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연관돼 공격을 당할 땐 “당신이 경쟁하는 상대는 바이든이 아니라 나”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토론회에서 ‘아직 존재감이 작다’는 약점을 극복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3년 넘게 부통령으로 일했음에도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잠정 유권자 31%는 ‘해리스에 대해 더 알아야 한다’고 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두고 같은 응답을 한 비율은 12%에 불과했다.
이날 토론은 해리스 부통령에게 기회가 됐다. 간결한 질문과 답변으로 검사 출신이란 장점을 부각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카렌 투물티는 ‘트럼프에게 나쁜 소식: 해리스는 바이든이 아니다’란 제목의 칼럼에서 “민주당이 바이든 대신 해리스를 지지한 것이 옳은 일이란 점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좋아하는 폭스뉴스마저 “진행이 편파적이었다”면서도 해리스 부통령이 활약했다고 인정했다.
토론의 화두는 크게 경제, 임신중지권, 대중국 관계, 외교 등으로 나뉘었다. 경제와 물가 문제가 첫 질문으로 등장하자 양측은 경제 악화가 상대방의 책임이라며 공격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자 감세 등으로 중산층의 부담을 키우고 재정적자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이 “최악의 인플레이션, 끔찍한 경제”에 책임이 있다고 받아쳤다.
임신중지권을 두고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세에 몰린 듯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 입장은 (임신중지 가부 등을) 각 주가 결정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했지만, 연방 차원의 임신중지 금지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그는 “일부 주에서는 임신 9개월 차 임신중지뿐만 아니라 아기를 살해하는 것도 허용한다”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했는데, 현장에서 즉각 제지됐다. 토론 진행자는 “이 나라에는 태어난 아기를 죽이는 것이 합법인 주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두 후보는 외교 문제에 관해선 서로의 평판을 깎아내리는 방식으로 공격을 주고받았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는 독재자들을 존경한다. 그는 김정은과 러브레터를 주고받았다. 독재자들은 트럼프를 조종할 수 있어서 그가 당선되길 응원한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나를 두려워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야말로 해리스를 지지한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100분이 안 되는 제한된 토론시간을 두고 치열하게 다퉜다. CNN방송이 각 후보의 발언 시간을 집계해 보니 해리스 부통령은 37분 36초, 트럼프 전 대통령은 42분 52초를 차지했다.
토론 종료 후 양측 모두 자신이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가 치러 본 최고의 토론”이었다고 자찬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비교조차 불가할 정도로 해리스는 이 나라를 이끌 최고의 선택이라는 점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유권자의 평가는 어떨까. 이날 토론 종료 이후 CNN이 여론조사기관 SSRS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 토론을 지켜본 등록 유권자 63%는 해리스 부통령이 더 잘했다고 답했다.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이 겪는 문제를 더 잘 이해하는 후보’로는 44%가 해리스 부통령을, 40%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꼽았다. 토론 이전 벌인 여론조사에서는 같은 질문에 해리스 부통령이 39%, 트럼프 전 대통령이 43%로 나타났다. 이번 토론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선전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결과다.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호감도 역시 토론 전 39%에서 45%로 올랐다.
이날 토론 결과만으로 최종 승패를 예측할 수 없다. 앞서 인용한 조사에서 응답자 82%는 토론이 자신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답했다. 재고하긴 했지만 마음을 바꾸진 않았다는 응답이 14%였고, 선택할 후보를 바꿨다는 응답은 4%에 불과했다. 현재 부동층이 대선 때 어느 쪽으로 향할지, 각 후보가 상대의 지지층을 얼마나 빼앗아 올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오는 9월 16일 펜실베이니아주를 시작으로 미국 각 주에서 시작되는 사전투표에 관심이 쏠린다.
대선까지 두 달, 어떤 변수가 튀어나올지 알 수 없다. 두 후보의 지지율은 우열을 가르기 무의미한 수준으로 오차범위 내에서 경합하고 있다. 역대 미 대선 중 가장 근소한 차이로 승패가 갈릴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두 후보가 토론에서 맞붙을 기회가 또 있을지는 현재 미지수다. 해리스 부통령 측은 이날 토론이 끝나고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두 번째 토론을 요청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추가 토론 가능성에 대해 “해리스는 오늘 밤 패배했기 때문에 다음 토론을 원하겠지만 내가 그렇게 할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부통령 후보들의 토론은 다음 달 1일로 예정돼 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오는 11월 열리는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TV 토론이 막을 내렸다.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9월 10일(현지시간) ABC 방송 주관 TV 토론에서 만나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토론 종료 후 미국 언론과 방송 시청자들은 대체로 해리스 부통령이 판정승을 거뒀다고 봤다. 민주당의 새 후보로 등판한 해리스 부통령이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거 당일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초박빙 속에서 이번 토론이 얼마나 표심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바이든과 다른 해리스
이날 오후 9시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만난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시작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려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먼저 악수를 청했다. 지난 6월 TV 토론에서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악수하지 않았던 것과 사뭇 다른 행보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오늘 유권자 여러분은 낡고 오래된 각본, 거짓말, 불평, 험담을 많이 듣게 될 것”이라며 “이제 페이지를 넘기자.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연관돼 공격을 당할 땐 “당신이 경쟁하는 상대는 바이든이 아니라 나”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토론회에서 ‘아직 존재감이 작다’는 약점을 극복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3년 넘게 부통령으로 일했음에도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잠정 유권자 31%는 ‘해리스에 대해 더 알아야 한다’고 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두고 같은 응답을 한 비율은 12%에 불과했다.
이날 토론은 해리스 부통령에게 기회가 됐다. 간결한 질문과 답변으로 검사 출신이란 장점을 부각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카렌 투물티는 ‘트럼프에게 나쁜 소식: 해리스는 바이든이 아니다’란 제목의 칼럼에서 “민주당이 바이든 대신 해리스를 지지한 것이 옳은 일이란 점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좋아하는 폭스뉴스마저 “진행이 편파적이었다”면서도 해리스 부통령이 활약했다고 인정했다.
경제·임신중지·외교 ‘누구 책임’ 공방에 집중
토론의 화두는 크게 경제, 임신중지권, 대중국 관계, 외교 등으로 나뉘었다. 경제와 물가 문제가 첫 질문으로 등장하자 양측은 경제 악화가 상대방의 책임이라며 공격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자 감세 등으로 중산층의 부담을 키우고 재정적자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이 “최악의 인플레이션, 끔찍한 경제”에 책임이 있다고 받아쳤다.
임신중지권을 두고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세에 몰린 듯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 입장은 (임신중지 가부 등을) 각 주가 결정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했지만, 연방 차원의 임신중지 금지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그는 “일부 주에서는 임신 9개월 차 임신중지뿐만 아니라 아기를 살해하는 것도 허용한다”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했는데, 현장에서 즉각 제지됐다. 토론 진행자는 “이 나라에는 태어난 아기를 죽이는 것이 합법인 주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두 후보는 외교 문제에 관해선 서로의 평판을 깎아내리는 방식으로 공격을 주고받았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는 독재자들을 존경한다. 그는 김정은과 러브레터를 주고받았다. 독재자들은 트럼프를 조종할 수 있어서 그가 당선되길 응원한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나를 두려워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야말로 해리스를 지지한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100분이 안 되는 제한된 토론시간을 두고 치열하게 다퉜다. CNN방송이 각 후보의 발언 시간을 집계해 보니 해리스 부통령은 37분 36초, 트럼프 전 대통령은 42분 52초를 차지했다.
각자 승리 주장…끝까지 가봐야 안다
토론 종료 후 양측 모두 자신이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가 치러 본 최고의 토론”이었다고 자찬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비교조차 불가할 정도로 해리스는 이 나라를 이끌 최고의 선택이라는 점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유권자의 평가는 어떨까. 이날 토론 종료 이후 CNN이 여론조사기관 SSRS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 토론을 지켜본 등록 유권자 63%는 해리스 부통령이 더 잘했다고 답했다.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이 겪는 문제를 더 잘 이해하는 후보’로는 44%가 해리스 부통령을, 40%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꼽았다. 토론 이전 벌인 여론조사에서는 같은 질문에 해리스 부통령이 39%, 트럼프 전 대통령이 43%로 나타났다. 이번 토론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선전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결과다.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호감도 역시 토론 전 39%에서 45%로 올랐다.
이날 토론 결과만으로 최종 승패를 예측할 수 없다. 앞서 인용한 조사에서 응답자 82%는 토론이 자신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답했다. 재고하긴 했지만 마음을 바꾸진 않았다는 응답이 14%였고, 선택할 후보를 바꿨다는 응답은 4%에 불과했다. 현재 부동층이 대선 때 어느 쪽으로 향할지, 각 후보가 상대의 지지층을 얼마나 빼앗아 올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오는 9월 16일 펜실베이니아주를 시작으로 미국 각 주에서 시작되는 사전투표에 관심이 쏠린다.
대선까지 두 달, 어떤 변수가 튀어나올지 알 수 없다. 두 후보의 지지율은 우열을 가르기 무의미한 수준으로 오차범위 내에서 경합하고 있다. 역대 미 대선 중 가장 근소한 차이로 승패가 갈릴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두 후보가 토론에서 맞붙을 기회가 또 있을지는 현재 미지수다. 해리스 부통령 측은 이날 토론이 끝나고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두 번째 토론을 요청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추가 토론 가능성에 대해 “해리스는 오늘 밤 패배했기 때문에 다음 토론을 원하겠지만 내가 그렇게 할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부통령 후보들의 토론은 다음 달 1일로 예정돼 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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