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가 숨을 거두신 건 새벽 무렵이었다. 급히 연락을 받고 삼 남매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모든 게 끝나 있었다. 빈소를 준비하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큰오빠는 자꾸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무언가를 확인했다.

나는 영정 앞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무너질 것 같았다. 남매 셋이 한자리에 모인 게 몇 년 만인지 따져볼 여유조차 없었는데, 큰오빠의 머릿속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었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

빈소에서 유산 얘기부터 나왔다
조문객을 맞기도 전, 빈소 한쪽 구석에서 큰오빠가 먼저 운을 뗐다.
"아파트는 내가 그동안 관리해왔으니까 당연히 내 몫이지. 그럼 통장이랑 보험금은 어떻게 할 거야?"
귀를 의심했다. "아빠 가신 지 하루도 안 지났어." 겨우 이 말을 꺼냈더니 오빠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받아쳤다. "지금 이런 걸로 흔들리면 안 돼. 어차피 처리해야 할 일이잖아."
작은오빠도 곧바로 끼어들었다. "혹시 아빠 통장 비밀번호 아는 사람 있어?" 지금 이 상황에 그런 얘기가 나올 때냐고 되물었지만, 둘은 벌써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머릿속으로 뭔가를 셈하고 있는 게 보였다. 손님들이 한 명씩 빈소로 들어오는 동안에도 그 얘기는 목소리를 낮춘 채 이어졌다.

아버지가 남기신 봉투가 전해졌다
발인 전날, 장례지도사가 조용히 다가와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생전에 아버님께서 남겨두신 겁니다. 세 분이 다 모이셨을 때 전해달라고 당부하셨어요."
봉투를 열자 아버지의 손글씨로 쓴 편지가 나왔다. "내가 눈감기도 전에 재산부터 따지고 있을까 봐 이걸 써둔다"는 첫 줄을 읽는 순간, 두 오빠의 얼굴이 동시에 딱딱하게 굳었다. 편지에는 이미 셋에게 똑같이 나눠줬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너희 셋한테는 똑같이 해줬다. 큰애 사업 실패했을 때 1억, 둘째 전세 얻을 때 1억, 막내 결혼할 때도 1억. 어느 자식한테도 부족하게 준 적 없다."

남은 몫을 막내에게 맡긴다고 썼다
편지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아프고 나서 하루도 안 빠지고 찾아온 건 막내뿐이더라. 그래서 남은 재산은 막내한테 맡긴다." 그 문장을 읽는데 목이 콱 막혔다. 마음속으로 나는 돈 때문에 아버지를 찾아간 게 아니었다고 되뇌었다.
편지 마지막 문장이 특히 오래 마음에 남았다. "그거 안다. 그러니까 너한테 맡기는 거야." 큰오빠도 작은오빠도 입을 열지 못했다. 빈소에는 정적이 흘렀고, 문상하러 온 손님 몇몇은 그 분위기를 눈치챈 듯 서로 눈짓만 주고받았다.

발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큰오빠에게서 짧은 문자 하나가 왔다. 미안하다는 한마디뿐이었다. 답장은 보내지 않았다. 아버지가 남긴 그 한 장의 편지가 앞으로 셋 사이를 어떻게 바꿔놓을지는, 지금으로선 나도 짐작이 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