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만 잘했을 뿐인데...현재 국민적 비난(?)받는 이 미남 배우

(Feel터뷰!)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유지태 배우를 만나다
쇼박스

단정하고 부드러운 미소 뒤에 숨겨진 서늘한 긴장감. 배우 유지태가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통해 우리가 알던 '지적인 배우'의 틀을 깨고 압도적인 거구의 실권자 '한명회'로 재탄생했다. 체중을 100kg까지 증량하고 테이핑으로 눈꼬리를 치켜올린 그의 파격적인 외형 변화는 단순히 시각적 자극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AI 기술을 활용해 캐릭터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28년 차 배우의 내공으로 권력의 정점에서 고독을 씹는 악인의 입체적인 내면을 완성해냈다. 유해진과의 27년 만의 재회, 후배 박지훈과의 치열한 대립 속에서 그가 찾고자 했던 '배우의 원형'은 무엇일까. 시대의 비극을 관통하는 그의 묵직한 목소리를 직접 담았다.

-실존 인물인 '한명회'를 연기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캐릭터의 핵심은 무엇이었나?

한명회라는 인물을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악인의 사명감'을 가진 인물로 해석했다. 그는 자신이 갖지 못한 권력, 즉 왕의 자리에 대한 무의식적인 갈망이 있었을 것이라 봤다. "내가 이 나라를 바로 세우고 있다"는 잘못된 신념이 그에게는 곧 정의였다. 그래서 평상시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인자하고 관대한 척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수양대군 뒤에서 모든 판을 설계하는 치밀함과 압도적인 카리스마가 공존하는 '풍성한 악인'을 만들고자 신마다 감정의 층위를 다르게 설계했다.

-외형적으로도 엄청난 변화를 주었다. 100kg대 체중과 눈매 분장은 어떻게 결정된 것인가?

디즈니+ '비질란테' 당시 키워둔 100kg대의 체구를 이번 작품에서도 유지했다. 장항준 감독님은 처음엔 더 작은 체구를 제안하셨지만, 나는 한명회가 거구여야 금성대군(이준혁 분)과 대립할 때 에너지가 겹치지 않고 독보적인 위압감을 줄 수 있다고 설득했다. 또한, 내 눈매가 원래 처진 편이라 선해 보인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데, 이를 가리기 위해 테이핑으로 눈꼬리를 치켜올리는 분장을 직접 제안했다. 과거 영화 '황진이' 때의 경험을 살려 날카로운 '인간 호랑이' 같은 인상을 만들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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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연구 과정에서 AI(이미지 생성 툴)를 활용했다는 이야기가 화제다.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받았나?

"AI 툴들은 한명회를 어떻게 기억하고 학습하고 있을까?"라는 호기심에 이미지 생성 AI를 활용해 보았다. 한명회에 대한 역사적 기록과 성격 등을 학습시킨 뒤 이미지를 뽑아보니, 수양대군 뒤에 선 건장하고 위압적인 한명회의 모습이 그려지더라. 내가 구상한 '기골이 장대한 한명회'가 현대적 데이터와도 일치한다는 확신을 얻었고, 이를 시각적 참고 자료로 활용하며 캐릭터의 디테일을 잡아나갔다.

-장항준 감독과의 협업 과정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디렉팅이 있다면?

장 감독님은 시나리오 아이디어가 화수분처럼 쏟아지는 분이다. 현장에서는 아주 세밀한 어미 처리까지 신경 쓰셨다. 예를 들어, 대사 끝을 "~다"로 명확히 맺어 달라고 요청하시거나 특정 단어의 톤을 짚어주시는 식이었다.(웃음) 영화는 결국 감독의 예술이기에, 배우의 연기가 좋았다는 평은 감독님이 판을 잘 짜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서민의 애환을 가장 잘 그리면서도 권력의 냉혹함을 신선하게 비틀 줄 아는 연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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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 배우와 27년 만에 재회했다. 오랜 시간 끝에 다시 만난 현장은 어땠나?

1999년 '주유소 습격사건' 때 보고 정말 오랜만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성공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 그분의 '화양연화'를 곁에서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감동이었다. 해진 형님은 이번 작품에서 계산되지 않은, 진실한 마음을 쏟는 연기를 보여주셨다. 그가 가진 최고의 장점이 발휘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이 판에 내가 함께했다는 사실이 기쁘고 감사하다.

-후배 박지훈 배우의 열연에 대해 '배우 마인드'라고 극찬했는데, 어떤 면을 본 것인가?

박지훈은 정말 대단한 친구다. 배역을 위해 15kg을 감량하며 몸이 쪽쪽 말라가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다. 그 고통을 참아내며 매 순간 진지하게 임하는 태도가 예사롭지 않았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수식어를 떼고 봐도 그는 이미 완벽한 '배우'였다. "그 진지함과 에너지를 절대 줄이지 말고 계속 가져가라"고 조언해 줬다. 그 진심이 담긴 눈빛 덕분에 나 역시 한명회의 악랄함을 더 극명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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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배우가 본인의 위압감 때문에 눈을 못 마주치겠다고 하던데,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장항준 감독님이 "지태 너 되게 외로워 보인다"고 하실 정도로 현장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키기도 했다. 한명회는 권력의 정점에서 사실 위로 올라갈 곳이 없는 고독한 인물이다. 그 캐릭터의 응집된 에너지를 유지하기 위해 사적인 대화를 줄이고 긴장감을 유지했다. 지훈이가 나를 무서워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안하기도 했지만, 그런 긴장감이 극 중 단종과 한명회의 대립 장면에 고스란히 담겨 밀도를 높였다고 생각한다.

-8년 차 베테랑 배우로서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배우'의 조건은 무엇인가?

배우는 단순히 연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막대한 투자를 받은 만큼 그 결과물을 책임져야 하는 리더라고 생각한다. 책임 의식과 리더십을 가지고 현장 전체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시대가 변해도 공부를 멈추지 않아야 한다. 나 역시 여전히 연기를 사랑하고,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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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로서 제자들에게 '자신의 원형을 지켜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배우나 감독은 본연의 색깔이 살아있을 때 가장 독창적인 결과물을 낼 수 있다. 외부의 평가나 유행에 휩쓸리지 말고 자신이 가진 본질적인 에너지를 믿어야 한다. 나 역시 젊은 시절, 대중적인 인기보다는 예술성만을 쫓으며 방황했던 적이 있었다. 그 시절의 고민이 있었기에 지금의 가치관이 정립되었고, 제자들도 그들만의 원형을 단단히 다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소리다.

-과거 '한류 드라마' 제안들을 거절했던 것을 후회한다고 언급했는데, 심경의 변화가 있었나?

젊었을 때는 예술 영화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오만함이 있었던 것 같다. (웃음) 당시 대중적인 작품들을 거부하지 않고 출연했다면, 지금쯤 제작 투자를 더 원활하게 이끌어낼 수 있는 '힘 있는 배우'가 되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솔직한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그만큼 치열하게 예술을 탐구했기에 지금처럼 입체적인 악역도 소화할 수 있게 된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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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과 영화 산업의 공존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던데?

AI가 인간의 직업을 뺏을 거라는 두려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나는 AI를 일종의 고도화된 VFX 기술이라고 본다. 아날로그적인 인간의 감성과 AI의 효율성이 결합했을 때, 전문가들이 봐도 놀랄만한 고퀄리티의 콘텐츠가 탄생할 수 있다. 지금도 시간만 나면 각본을 쓰고 AI 툴을 공부하며, 기술과 사람이 공존하는 새로운 형태의 영화적 뉴웨이브를 준비하고 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관람할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 영화는 성공한 불의의 이면에 희생된 정의를 기억하는 이야기다. 역사의 문밖에 서 있는 관객들이 그 슬픔을 함께 나누고 추모해 주길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천만 영화'가 없는데, 이 작품이 손익분기점을 훌쩍 넘어 나의 첫 천만 영화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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