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삼성 위기론'에도…소아암 지원 사업 직접 챙겼다
기부금 3천억으로 사업단 구성, 누적 수혜 1.34만여명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모친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 행사에 참석했다.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유족이 환아·가족, 사업 참여 의료진과 만난 것은 지원사업단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이날 이 회장과 홍 관장은 앞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1시간이 넘는 행사 내내 맨 앞자리를 지켰다.
3000억원이 만든 희망
서울대병원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은 21일 서울대어린이병원 CJ홀에서 '함께 희망을 열다, 미래를 열다' 행사를 열었다.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의 4년 성과를 공유하고, 미래를 향한 희망과 용기를 북돋우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서울대병원 소아암·희귀질환지원 사업은 이건희 선대회장 유족의 의료기부로 시작됐다. 이 선대회장 유족들은 지난 2021년 4월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에 3000억원을 기부한 바 있다. 쉽게 치료하기 어렵고 재발 가능성이 큰 소아암·희귀질환 환아 치료와 이들을 위한 선진 의료지원 체계 구축에 써달라는 것이었다.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은 기부금을 바탕으로 2021년 5월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사업단을 출범시켰다. 서울대 어린이병원을 주관기관으로 하고 전국 병원·의료진이 참여하는 구조다. 사업단은 준비 기간을 거쳐 2022년 3월 본격적인 사업에 돌입했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현재는 전국 202개 의료기관, 1504명의 의료진이 82개 과제에 참여해 환아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누적 수혜자는 1만3413명에 달한다. 총 9521명의 소아암·희귀질환 환자들이 진단을 받았고, 3892명이 치료를 받았다.
환아와 사진 촬영까지…적극 행보
행사는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의 시작과 성과 등을 되돌아보는 영상 상영을 시작으로 환영사·축사, 주제토크, 기념촬영, 응원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이 회장은 행사 내내 맨 앞줄에 홍 관장과 나란히 앉아 행사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 회장은 행사가 끝난 후 사진을 요청한 환아·가족들과 사진 촬영도 했다. 요리가 특기라는 환아에게 직접 "다음에 아메리카노 맛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이번 행사 참석이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기업의 사명'이라는 이 선대회장의 의지를 계승한 것으로 풀이한다.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에 이 선대회장의 유산 중 3000억원을 기부한 것도 선대회장의 유지를 따른 것이었다.
이 회장과 홍 전 관장은 이날 본행사에 앞서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등 주요 참석자들과 함께 어린이병원 1층에 있는 이 선대회장의 부조상을 관람하기도 했다. 이 부조상은 서울대병원이 기부에 대한 감사와 예우의 뜻을 담아 2022년 10월 어린이병원 1층 고액기부자의 벽에 설치했다. 부조상 아래에는 "모든 어린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보살피는 일은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라는 고인의 유지가 적혀 있다.
소아의료 인프라 구축 노력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은 소아암과 희귀질환 환자들의 치료와 연구를 지원하는 10년간의 중장기 사업이다. 소아의료는 질병이 다양하지만 환자 수가 적어 치료법 개발이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특히 수도권 외 지역 환자들은 의료 접근성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단은 전국적인 의료 인프라 확충과 지역 병원들과의 협력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최은화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장은 이날 "질병은 다양하지만 질병에 따른 환자 수는 많지 않아 치료 시 보험 적용이 어렵고, 어떤 치료가 최선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며 "사업단은 여러 병원의 여러 환자에게 표준 치료가 이뤄지도록 하는 병원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사업단은 1단계 기반 구축을 완료하고, 2단계에서 구체적인 치료 성과를 도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3000억원의 기부금은 총 세 가지 사업에 투입된다. 그중 가장 비중이 큰 사업은 소아암의 완치율 향상을 위한 치료 및 연구 인프라 구축 사업(1500억원)이다. 이와 함께 소아 희귀질환 진단 네트워크 및 첨단 기술 치료 플랫폼 구축 사업에 600억원, 전국 네트워크 기반의 코호트(환자군) 연구를 진행하는 공동연구에 900억원이 배정됐다.
이날 이 회장과 홍 전 관장은 행사 첫 참석 소감을 묻자 말을 아꼈다. 이어 이 선대회장 4주기와 회장 취임 2주년을 기념해 메시지를 내놓을 계획이 있는지 묻자 "고생하셨습니다"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
한편, 이 선대회장 4주기인 오는 25일 이 회장은 경기도 수원 선영에서 추도식에 참석한 뒤 삼성 주요 계열사 사장단과 오찬을 가질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에서는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이 최근 제기되는 '위기론'을 돌파하기 위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백유진 (by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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