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쓰레기 소각장? 절대 안돼"...덴마크서 찾은 해법

코펜하겐(덴마크)=김훈남 기자 2022. 11.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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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오염의 종결자 'K-순환경제' (7회): 선진국에서 길을 찾다①

[편집자주] 대한민국에선 매일 50만톤의 쓰레기가 쏟아진다. 국민 한 명이 1년 간 버리는 페트병만 100개에 달한다. 이런 걸 새로 만들 때마다 굴뚝은 탄소를 뿜어낸다. 폐기물 재활용 없이 '탄소중립'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오염 없는 세상, 저탄소의 미래를 향한 'K-순환경제'의 길을 찾아본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열병합 발전소 겸 주민용 레저시설 아마게르바케의 전경. 굴뚝에서 나오는 수증기를 통해 발전 중임을 알 수 있다. /사진=김훈남


#. 10월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상암동 광역자원회수시설 주민설명회'가 고성과 몸싸움 끝에 무산됐다. 서울시는 8월31일 기존 마포구 소각장 옆에 새 소각장을 짓겠다는 구상을 밝혔지만 지역 주민들의 강한 반대로 좌초 위기에 부딪혔다.

쓰레기 소각장을 둘러싼 서울시와 마포구 주민 사이의 갈등은 전국 어디서든 이른바 '혐오시설' 건립이 추진될 때마다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폐자원으로 전기를 만드는 SRF(열병합 발전소)나 폐비닐에서 새 원료를 추출하는 열분해유 시설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유해물질이 걸러진 뒤 수증기만 배출된다고 해도 주민들 입장에선 불안하고 억울하기 마련이다. 만약 입지에 있어 다른 선택지가 없다면 주민들에게 충분한 혜택을 제공하며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

주민 설득을 위한 서울시의 복안은 덴마크 코펜하겐의 열병합 발전소 겸 주민용 레저시설인 '아마게르 바케' 모델이다. 이른바 '코펜힐'로 불리는 이곳은 쓰레기를 태워 전기와 열에너지를 얻는 열병합 발전소이면서도 야외공연장, 스키장, 암벽등반, 음식점 등 각종 여가시설들을 갖추고 있어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순환경제의 성공 모델로 평가받는 코펜힐을 직접 찾아가봤다.

주거지 200미터 밖에 '폐기물 소각장 겸 스키장'

덴마크 코펜하겐 주민 잭이 지난달 13일 스키를 타기 위해 아마게르바케를 찾았다. /사진=김훈남

코펜하겐 중심가에서 차로 10분여를 달리면 인공언덕 모양의 코펜힐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에서 불과 200여미터 떨어진 곳에 주민 1000여명이 사는 주거지역이 있다. 코펜힐은 코펜하겐을 포함한 인근 5개 지방자치단체가 모여 만든 열병합 발전소다. 이 5개 지자체와 독일·영국 등 인근 나라의 폐기물을 태워 전기와 열에너지를 만든다.

이곳에는 하루에 트럭 250~300대 분량의 쓰레기가 들어온다. 주로 재활용이 되지 않는 생활쓰레기들이다. 트럭이 폐기물을 쏟아내면 전면 자동화 과정을 거쳐 열병합 발전에 투입된다.

코펜하겐 중심가가 하루에 사용하는 전기의 양은 48㎿(메가와트)인데 코펜힐이 그 중의 3분의 1 이상을 책임진다. 하루에 생산하는 열에너지는 190㎿로, 코펜하겐 전체 수요인 125㎿를 넘어선다고 한다.

코펜힐 주차장에서 스키 장비 대여점을 지나면 곧바로 스키장으로 가는 길과 옥상으로 가는 엘리베이터가 나온다. 엘리베이터 문에는 유리창이 있어 옥상까지 올라가면서 코펜힐 내부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내부는 쓰레기를 소각하는 시설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하게 유지돼 있었다. 카페가 있는 옥상에선 열병합 발전소의 열기를 느낄 수 있지만 쓰레기 매립장 정도의 강한 악취는 없었다. 오히려 아파트단지 쓰레기장보다 덜했다.

아마게르바케 내부 배출 가스 성분을 나타내는 계기판. /사진=김훈남
"여름에도 반바지 입고 스키 타요"

코펜힐 외부 시설은 정오에 개장한다. 오후 4시를 넘어 해가 기울기 시작하고 퇴근시간이 가까워지자 주민들이 하나 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스키 장비 대여점에서 스키와 스노보드를 빌려 리프트에 오르기도 하고, 옥상에서 맥주를 즐기는 이들도 여럿이다.

1주일에 3번 정도 코펜힐에서 스키를 탄다는 인근 주민 잭 씨는 "오스트리아나 알프스에 가지 않고 여름에도 반바지를 입고 스키를 탈 수 있다"며 "산이 없는 덴마크에선 스키를 타기에 환상적인 장소"라고 말했다. 스키 슬로프 아래 매점에서 일하는 하이디 씨는 "오늘은 60~70명 정도가 방문했는데, 날씨가 좋은 날이나 주말엔 2~3배로 늘어난다"며 "누구나 몸만 오면 스키 장비를 빌려서 탈 수 있고, 옥상에선 재즈 페스티벌이나 개인 파티 등이 열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코펜힐을 운영하는 '아마게르 자원센터'(Amager Resource Center, ARC)의 수네 샤이뷔(Sune Scheibye) 홍보총괄은 "코펜힐은 어차피 발전 시설이 필요하다면 주민들과 공존하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발상에서 시작된 시설"이라며 "(코펜힐 건설 이전인) 1970년부터 열병합 발전소를 운영하며 꾸준한 설문조사를 통해 주민의견을 반영하는 등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게르 바케 운영사인 아마자원센터(Amager Resource Center, ARC)의 수네 샤이뷔(Sune Scheibye) 홍보총괄이 지난달 13일 머니투데이를 만나 시설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훈남

"우린 아무 것도 배출하지 않는다"

이곳에선 섭씨 1000도(℃)의 소각로 2개에서 폐기물을 태워 물을 끓인다. 물에서 나오는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얻는 구조다. 시설의 50% 이상은 쓰레기를 태우면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중금속, 유해물질을 걸러내는 혁신 기술 설비로 채워졌다는 게 ARC 측의 설명이다. 발전소에는 배출 가스의 성분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외부 굴뚝에선 수증기와 미량의 이산화탄소만 나온다.

ARC는 발전소 내부에 홍보관을 마련해 코펜힐에서 생산되는 전력과 열량이 어디에 공급되는지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했다. 폐기물을 태우는 열병합 발전의 거부감을 낮출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샤이뷔 총괄은 "우리는 아무것도 배출하지 않는"(We emit anything)"며 "수증기와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도 EU(유럽연합) 권고치의 15%가 채 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아마게르 바케 옥상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발전소 내부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사진=김훈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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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덴마크)=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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