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흄에 숨막히는 급식 종사자… 폐암 위험성 노출 심각 [이슈 속으로]
튀기고 끓이고… 열기·연기로 공기질 악화
2022년 폐암 건강검진서 20%가 ‘이상’ 소견
61명 폐암 의심… 발병률 일반 여성의 28배
화상·베임·끼임 등 안전사고도 잇따라
2021년에만 급식실 산재 발생 1200건 넘어
조리사 1인이 121명 담당… 공공기관 2배
교직원 제외 학생수 기준 배정에 인력난
노조측 “표준화된 배치 기준표 마련해야”
학교 급식 종사자는 항상 폐암에 노출돼 있다. 고온에서 기름으로 튀김이나 볶음, 구이를 조리하는 과정에서 조리 흄이 발생한다. 이 조리 흄은 폐암 발생 위험도를 높이는 유해 물질이다.
올해 전국 급식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폐암 건강검진에서 10명 중 2명꼴로 ‘이상’ 소견을 보였다. 국회 교육위원회 서동용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학교 급식 종사자 건강검진 현황을 보면, 전체 검진 대상자 8301명 중 1653명(19.9%)이 이상 소견 진단을 받았다.
전국 시·도 교육청별로 보면 대구시교육청이 검진자 1269명 중 이상 소견자가 442명(34.8%)으로 가장 많았다. 충남도교육청이 1497명 중 437명(29.2%), 광주시교육청이 508명 중 141명(27.8%)으로 그 뒤를 이었다.
광주 지역에서 20년 동안 급식실에서 조리사로 일하다 폐암 판정을 받은 한 조리사는 “날마다 튀김과 부침개, 구이를 할 때 가슴이 조여오는 통증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폐를 절반가량 절제한 그는 폐암 3기로 확산하면서 편도까지 잘라냈다.
학교 급식실에서 종사자의 화상이나 베임, 끼임 등 안전사고가 잇따라 작업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1년간 학교 급식실에서 발생한 산재가 1200건을 넘었다. 사고 유형을 보면 넘어짐(327건)과 화상(307건)이 가장 많았으며, 근골계질환(156건), 끼임(83건), 부딪힘(74건) 순이다.
안전사고 건수도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9년 871건이던 안전사고는 지난해 1206건으로 38% 증가했다. 올해도 8월까지 765건으로 집계돼 2019년 수준에 근접했다.
◆조리사 1명이 121명 담당… 공공기관 평균 64명의 2배
광주 남구 한 초등학교의 경우, 실제 급식을 하는 인원은 600명이 넘지만 학생수인 540명에 맞춰 식자재 공급과 조리사 인원이 배치되고 있다. 이 학교 영양사는 “실제보다 급식인원이 60명 많지만, 조리원 배치 기준표는 학생수 기준으로 정해진다”며 “이 때문에 조리원수가 줄어들어 그만큼 노동 강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비노조는 학교 급식실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의 원인으로 높은 업무 강도를 꼽고 있다. 이 때문에 학교 급식 종사자의 적정 인원 배치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고, 연구 결과를 토대로 노조와 협의해 표준화한 배치 기준표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학비노조의 입장이다.
상당수 시·도 교육감은 학기 중 학교 급식을 방학과 아침까지 확대하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하지만 방학 중에는 급여가 지급되지 않는 데다 방학 기간에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는 급식 종사자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은 지난 7월 방학 중 학교에 나오는 초등 돌봄교실 학생에게 급식을 추진했으나 급식 종사자의 근무 형태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발해 결국 무산됐다.
이재진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정책국장은 “조리사의 산재를 줄이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해 식수 인원을 결정해야 한다”며 “또 일부 시·도 교육감이 추진하고 있는 방학 중 급식은 열악한 근무 환경과 노동 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름 쓰는 조리할 때 유해물질 배출 급증… 산보연 조사결과 들여다보니
인천·경기 지역을 대상으로 한 학교 급식실 조사에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는 2017년 2건, 2018년 10건 발생했다. 당시 일산화탄소 중독은 조리실의 공기 질 환경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조리 과정에서는 포름알데히드가 지속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발생량은 사무실 오염물질 관리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낮은 수준으로 확인됐다.
학교 급식실의 일산화탄소와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적절한 환기 체계가 필요하다고 이 연구서는 분석했다. 급성 중독이나 조리 환경 발생 물질을 감소하는 방법은 급식실 환기에 달려 있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이 연구서는 캐노피 후드(외부식 국소 배기 장치)의 올바른 사용 방법도 내놓았다. 환기를 위해 개방한 창이 자칫 국소 배기 환기 장치의 배기를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소 배기 환기 장치의 성능이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선풍기나 에어컨의 공기 방향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광주=글·사진 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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