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캐릭터와 변우석 연기력에 아쉬움 크지만 좋은 기회 삼길('21세기 대군부인')
‘21세기 대군부인’, 다 가진 것 같지만 가진 게 없는 청춘들의 망치질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똑같이 더러워지겠다?" 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에서 이안대군(변우석)은 이기고 쟁취하기 위해서는 뭐든 하려는 성희주(아이유)에게 그렇게 묻는다. 하지만 성희주는 그 말에 물러서지 않는다. "더럽게라도 이기겠단 소리입니다. 더럽게 질 바엔 그게 나으니까요."
이 장면은 이안대군과 성희주가 어떻게 비슷해 보이면서도 다른가를 말해준다. 21세기 입헌군주제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하는 이 드라마에서 이안대군은 온 백성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존재다. 하지만 그는 장남이 아니라 차남이다. 그러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아니 해서 안 되는 일들이 더 많았다. 그가 잘난 것이나 잘한 것은 장남인 왕에게 위험이 되는 일이었으니.
화재사고로 형인 왕이 죽고 고작 다섯 살인 세자가 왕위에 오르자 그는 더더욱 해서는 안 될 일들이 많아진다. 왕 대신 어쩔 수 없이 왕실의 공무를 대행하는 섭정을 하게 되지만, 그럴수록 치솟는 인기는 어린 왕에게 위협이 된다. '21세기 수양대군'이라 불릴 정도로. 그래서 그는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고 다스리려 한다. '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잊지 말고, 존재할 때 멸망을 잊지 말고, 잘 다스려질 때 혼란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쓰면서 마음을 다스리려 한다.

그는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고, 장사는 장사치들이 하는 것이며 따라서 왕실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하지만 어린 왕의 어미이자 왕비인 윤이랑(공승연)은 그것이 바로 '권력'이라는 걸 안다. 이안대군이 사진 한 장 찍어주면 그것이 왕실의 신뢰를 표징하는 것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권력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점점 인기가 높아지는 이안대군에 어린 왕이 가려지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고 싫어한다. 알고 보면 윤이랑은 죽은 선종(성준)이나 이안대군보다 더 권력욕이 큰 인물이다. 저들을 '나약한 핏줄'이라고 부를 정도로.
반면 성희주는 끓어오르는 욕망을 억누르며 살아가는 이안대군과는 다른 선택을 하는 인물이다. 그녀 역시 캐슬그룹의 차녀 그것도 사생아로 태어나 재계 순위 1위까지 올랐지만, 평민 신분이라는 이유로 정당한 그룹의 후계자로 지목되지 못하는 인물이다. 캐슬그룹 회장 성현국(조승연)은 그래서 성희주를 적당한 혼처 찾아 정략결혼 시키려 하고 틈만 나면 무능력한 배다른 오빠 성태주(이재원)를 후계자로 세우려 한다.

하지만 성희주는 더럽게 지느니 더럽게라도 이기겠다고 싸우는 인물이다. 기왕 혼인을 해야 한다면 최고의 신랑감인 이안대군과 하겠다고 나서고, 끝없이 거절해도 포기를 모른다. 이 적극적인 여성에게 대군의 아내가 되는 '신데렐라' 따위는 없다. "저와 혼인하시죠?" 계약결혼 제안도 그녀가 한다. 달달함보다는 필요해서 하는 계약에 가까운 결혼 제안이다. 물론 그 후에 이어질 관계가 그저 계약관계의 차가움에 머물 리는 없겠지만.
21세기 입헌군주제라는 가상의 상황을 가져왔고, 그것도 한 나라의 대군과 재벌그룹 차녀라는 보통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을 세우고 있지만, 이들의 가상 스토리에는 어딘가 현실 청춘들의 그늘이 어른거린다. 겉보기엔 풍요로운 세상처럼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계급 같은 것들이 태생적으로 그어지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마음껏 할 수 없는 현실의 그늘이 그것이다. 잘한 사람에게 상을 주는 게 아니라 그 주어진 계급 안에서 살라고 억누르는 현실. 그래서 잘하고도 "제가 뭘 또 잘했습니까?"라고 반문하게 만드는 현실이 그것이다.

윤이랑은 '나약한 핏줄'이라고 말했지만, 이안대군은 그 핏줄이 그를 나약하게 살라 억누른다. 그래서 활쏘기 대회에서도 이길 수 있는 경기를 그는 돋보이지 않으려 지는 선택을 한다. 하지만 그 마음을 비슷한 처지로서 잘 알고 있는 성희주는 말한다. "엿같지 않아요? 난 엿같던데. 내가 이길 수 있는 상대한테 지는 거."
그래서 성희주의 '혼인 제안'에 고민하던 이안대군이 거절이 아닌 허락을 하는 장면은 묘한 설렘을 만들어낸다. "대군부인이 될 채비를 하라. 상대는 이 나라 전체가 될 것이다." 그 혼인은 어쩌면 핏줄로 이어진 나라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의 시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라 전체와 상대하는 이들의 대결이 흥미진진해지는 대목이다.

작품이 공개된 후 이안대군 역할의 변우석에 대한 연기력 이야기가 쏟아졌다. 대군 역할로서 사극 톤의 대사를 해야 하는 변우석에게 이는 도전이 아닐 수 없었을 게다. 객관적으로 보면 어색한 연기톤을 부정하긴 어렵다. 또한 성희주 역할의 아이유는 상대적으로 극 전체를 끌고 가는 힘이 분명하지만, 그녀 역시 늘 해왔던 앙칼진 캐릭터의 잔상이 묻어나는 걸 부정하긴 어렵다.
이들의 출연만으로 작품의 화제성이 전국을 뒤덮을 정도로 치솟았지만, 이들 역시 이 작품 속 이안대군이나 성희주처럼 다 가진 존재들은 아니다. 하지만 그 부족한 빈구석 하나씩이 있어서 기대하게 된다. 때로는 그 빈구석들이 만나 서로를 채워주는 성장을 만들어내기도 하니까.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아이유와 변우석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성희주와 이안대군이 만나 서로를 성장시켜 나가는 것처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gmail.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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