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연기관은 종류에 따라 각각의 장단점을 갖고 있다. 모터사이클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자연흡기 방식의 엔진은 스로틀 작동과 동시에 즉각적으로 엔진 회전수가 높아져 차량의 반응을 이해하기가 쉽다. 하지만 자연흡기 방식은 성능을 높이기 위해선 배기량을 높여야 하고, 배기량을 높이면 엔진 자체의 부피가 커지기 때문에 마냥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자동차 시장에선 ‘다운사이징(downsizing)’을 사용하는데, 엔진 배기량을 무한정 높일 수 없으니 엔진 배기량을 줄이는 대신 과급기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성능을 높인다. 자동차는 엔진룸에 여유가 있어 터보차저 등을 사용하기 좋지만, 모터사이클의 경우 엔진 주변 공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아 쉽게 사용하긴 어렵다. 그렇다고 모터사이클에서 과급기를 사용하지 않는 건 아닌데, 슈퍼차저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엔진 동력으로 과급기를 작동시키다보니 저회전에선 상대적으로 응답성이나 성능이 아쉬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이색적인 도전이 의외의 브랜드에서 이뤄졌다. 혼다는 V3R 900 E-컴프레서 프로토타입을 공개하며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선다.

이 모델의 콘셉트는 ‘레일 없는 롤러코스터’로, 어디든 원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이동 가능한 모터사이클의 특성에 짜릿함을 경험할 수 있는 롤러코스터의 특성을 결합했다는 의미를 보여준다. 혼다는 최신 기술에 오랜 모터사이클 개발 노하우를 더해 ‘약속된 스릴’과 ‘절대적인 안심감’이라는 두 특성을 모두 갖출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해 슈퍼차저가 탑재된 V3 엔진을 먼저 공개하고 이번에 드디어 이를 탑재한 프로토타입을 공개한 것인데, 기존과 동일하게 75도 V형 3기통 엔진의 형상을 그대로 유지했다. 실린더는 전면에 2개, 후면에 1개를 배치했고, 엔진 상단부에 슈퍼차저를 더한 형태다. E-컴프레서라는 이름에서 예상하듯이 전자식 컴프레서를 사용했는데, 이는 기존 엔진 구동축에 연결되는 과급기와 달리 모터로 구동시키기 때문에 엔진 회전수가 낮아도 바로 높은 토크를 제공하며 응답성 역시 기존 방식보다 빠르다고.

프로토타입인 만큼 정확한 성능 수치를 공개한 것은 아니지만, 혼다에서는 ‘900cc의 배기량으로 1,200cc 엔진에 버금가는 성능을 발휘한다’고 밝혔는데, 지난 여름 공개했던 영상에서 최소 140Nm가 넘는 토크를 발휘한다는 힌트를 흘리며 강력한 성능을 지녔음을 암시한 바 있어 양산 제품이 공개되면 강력한 성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체적인 형태는 공격적인 형태의 네이키드로, 최근의 CB 시리즈와 비교해도 차체가 더 짧아 훨씬 공격적인 자세의 라이딩을 경험할 것으로 보인다. 비대칭의 사이드 페어링을 적용해 역동성과 존재감을 더하며, 여기에 TFT 디스플레이, LED 등화류 등의 편의 장비가 더했다. 차량에 부착된 엠블럼은 기존에서 달라진 새로운 ‘혼다 플래그십 윙’ 디자인이 처음 적용됐는데, 내년부터 최상위 모델에 차례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혼다가 V3 엔진 기반의 모델을 내놓은 것은 뜬금없는 결과만은 아니다. 모터사이클 브랜드들이 기술력을 놓고 겨루는 최상위 레이스 모토GP에서 2027년부터 1,000cc였던 배기량을 850cc로 낮춘다는 새 규정을 발표한 바 있다. 즉 이러한 규정 대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제 양산 제품에 적용하는 부분을 이번 V3R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다. 물론 양산하는 과정에서 모토GP처럼 과급기를 빼는 경우 소비자 입장에선 줄어든 성능에 아쉬워할 수 있으니, 과급기를 더해 성능을 높이는 방안을 선택한 것이다.

여기서 기존 방식의 기계식이 아닌 전자식 슈퍼차저를 선택했는데, 기존 방식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일반적인 슈퍼차저는 엔진 동력을 이용해 로터를 돌리는데 이로 인해 출력 상승에 한계가 있기 때문. 일반적인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에어컨을 작동시키면 컴프레서를 작동시키느라 동력이 분산되어 출력이 떨어지는 이유가 바로 같은 이유다. 이런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전기 모터로 작동하는 슈처차저로, 엔진 동력 손실을 줄여 더 높은 성능을 낼 수 있고, 필요에 맞춰 과급되는 공기양을 조절하는 것이 수월하다. 그리고 기존 시스템보다 가벼울 뿐 아니라 내연기관에 장착하는 것보다 압축기 속도를 쉽게 높일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이런 이유로 자동차에서는 터보 랙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48V 슈퍼차저를 도입하기도 한다.

이미 여러 인터뷰 등을 통해 올해 프로토타입을 공개하고 내년 양산 제품을 공개한다고 밝힌 만큼 소비자가 실제 구입하는 것은 2027년이나 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동안 슈퍼차저가 탑재된 제품은 기존 자연흡기 방식 대비 상당한 가격으로 책정되어 부담이 있었는데, 1위 브랜드인 혼다에서 이를 어떻게, 얼마나, 잘 억제하는지가 향후 성패의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