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많이 안 알려진 울산 트레킹 명소, 50·60대가 몰랐던 해안 길

울산 동해안은 해안과 숲이 어우러진 특별한 풍경으로, 조용한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늘 매력적인 선택지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대왕암공원은 바다를 따라 조성된 해안 산책로와 전설이 깃든 암석들, 그리고 사계절 내내 색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는 둘레길로 잘 알려져 있다.

입장료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특히 50대 이상 중장년층 사이에서는 “이런 길이 무료라고?”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

바다 소리를 품은 섬, 슬도
사진: 게티 이미지

대왕암공원의 가장 인상 깊은 출발점은 슬도다. 작은 섬 하나가 바위로 이루어져 있고, 바위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어 그 사이로 바닷물이 드나들며 만들어내는 소리는 마치 현악기처럼 울린다. 이 소리를 ‘슬도명파’라고 부르며 울산 동구의 소리 9경 중 하나로 손꼽는다.

파도와 바람이 빚어낸 자연의 음악을 들으며 걷다 보면, 어느새 복잡했던 마음도 고요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슬도 주변을 감싸는 해안 둘레길 D코스는 해안선을 가장 가까이서 마주하는 길로, 걷는 동안 바다와 사람 사이의 거리가 사라지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신화가 살아 있는 바위길
사진 : 한국관광공사

슬도에서 걸음을 이어가다 보면 대왕암공원의 중심이자 이름의 유래가 된 대왕암에 도착하게 된다. 신라 문무대왕의 왕비가 세상을 떠난 후 호국룡이 되어 동해 바다에 잠겼다는 전설이 깃든 이 바위는, 파도 위에 우뚝 선 모습만으로도 압도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대왕암 주변에는 총 네 개의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코스는 서로 다른 테마와 길이로 구성되어 있어 다양한 방식으로 공원을 즐길 수 있다.

네 가지 테마로 걷는 둘레길
사진: 공식홈페이지

전설바위길로 불리는 A코스는 약 30분이 소요되며, 탕건암, 용굴, 할미바위 같은 전설적인 이름을 지닌 바위들을 지나게 된다. 바위 하나에도 이야기가 스며 있는 이 길은 걷는 것 자체가 탐방이자 해설이다.

B코스는 해송이 빽빽하게 우거진 송림길로, 1만 5천 그루에 달하는 해송 숲 사이를 걷는 길이다. 숲길 사이로 바다가 비치고, 그늘이 드리운 길을 따라 걷는 동안 몸과 마음이 동시에 가벼워진다.

계절 따라 바뀌는 풍경의 선물
사진: 공식홈페이지

봄에 가장 인기 있는 C코스는 사계절길이다. 벚꽃이 흐드러지는 길목을 따라 가족이나 연인과 걷기 좋은 이 코스는, 봄의 정취를 가장 가까이서 만끽할 수 있는 길로도 잘 알려져 있다. 길 위에 피어난 꽃과 그 사이로 흘러드는 햇살,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그림자가 어우러져 계절의 변화마저도 감각적으로 느껴진다.

걷다 멈추는 풍경, 쉬어가는 구간
사진: 공식홈페이지

걷는 동안 중간중간에 만나는 전망대나 몽돌 해변, 100년이 넘은 울기등대 같은 포인트들은 잠시 멈춰서게 만든다.

바닷가에 파묻힌 둥근 자갈을 밟으며 바다를 바라보는 짧은 시간, 이 둘레길이 단순한 산책로 그 이상이라는 걸 느낄 수 있다. 눈으로는 경치를 담고, 귀로는 파도 소리를 듣고, 걸음마다 풍경이 다르게 펼쳐지는 이 길은, 여행보다 더 진한 감동을 준다.

무료지만, 감동은 오래 남는 길
사진: 게티 이미지

대왕암공원의 진짜 매력은 이 모든 아름다움이 무료라는 점이다. 하지만 막상 걸어보면 이 길은 결코 가볍지 않다. 수백 년의 이야기와 수천 년의 자연이 겹겹이 쌓인 길이기 때문이다. 걷는 내내 바람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바위가 과거를 건네주며, 숲은 조용한 쉼을 선물한다.

단 한 번의 방문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 풍경과 감정이 이 길 위에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시 이곳을 찾게 되는지도 모른다. 지금, 바다와 숲과 전설이 함께 기다리는 그 길, 울산 대왕암공원 해안둘레길이 조용히 발걸음을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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