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제네시스의 첫 번째 쿠페형 SUV, GV80 쿠페 3.5T AWD

조회수 2023. 12. 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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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가 3년 9개월 만에 GV80(지비에이티) 부분변경 모델을 공개했다. 새로운 그릴 및 헤드램프, 27인치 모니터 등 안팎으로 개선하고, 기존에 없던 쿠페 버전을 선보였다. 오늘 시승한 모델은 GV80 쿠페 V6 3.5L 가솔린 터보 AWD 버전으로, 선택 옵션을 포함해 1억65만 원의 가격표를 달았다.

글 강준기 기자(joonkik89@gmail.com)
사진 서동현 기자(dhseo1208@gmail.com), 제네시스

작지 않은 쿠페형 SUV 시장

GV80가 속한 프리미엄 E-세그먼트 시장은 메르세데스-벤츠 GLE, BMW X5, 아우디 Q7, 볼보 XC90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올해 1~10월 누적 판매대수는 GV80가 20,549대, GLE가 3,368대, BMW X5가 4,237대, XC90가 2,062대, Q7이 831대. 각 모델의 쿠페 버전 성적도 좋다. GLE 쿠페가 1,968대, X6가 3,040대, Q8이 523대를 기록하고 있다. 포르쉐는 일반 카이엔이 1,780대, 카이엔 쿠페가 2,306대로 쿠페 버전이 더 인기다.

이처럼 작지 않은 E-세그먼트 쿠페형 SUV 시장에 제네시스가 뛰어들었다. 지붕을 한껏 낮추고 최대 415마력 엔진과 거대한 22인치 휠, 듀얼 트윈 머플러와 리어 스포일러를 갖춰 출사표를 던졌다. 오늘 만난 시승차는 3.5L 터보 380마력 사양으로, 유광 흰색 외장 컬러와 22인치 휠을 둘렀다. 참고로 외장 컬러는 전용 색상인 베링 블루를 포함해 13가지로 나눈다.

①익스테리어

부분변경을 치르며 몇 가지 디자인을 개선했다. 커다란 크레스트 그릴은 이른바 ‘더블 레이어드 지-매트릭스’ 패턴으로 빼곡하게 채웠다. ‘두 줄’ 헤드램프는 G90와 같은 마이크로 렌즈 LED를 심었다. 다소 심심했던 범퍼는 GV70 스포츠 모델처럼 공격적으로 바꿨다. 기요셰 패턴 각인한 새 엠블럼도 고급스럽다. 완성도 높은 이전 디자인을 훌륭하게 다듬었다.

쿠페 모델의 핵심은 뒷태. 개인적으론 아쉽다. X6와 GLE 쿠페는 일반 모델과 비교해 전혀 다른 SUV란 느낌이 들 정도로 차별화가 뚜렷하다. 반면, GV80 쿠페는 납작한 뒷유리를 빼면 풍기는 분위기가 비슷하다. 우락부락한 개성을 앞세운 차는 아니다. GV80만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 제한된 울타리 안에서 소소한 변화를 줬다. 조금 더 과감해도 좋을 듯하다.

지난 뉴욕 오토쇼에서 공개했던 GV80 쿠페 콘셉트

측면 ‘파라볼릭 라인’은 기존과 동일. 여전히 멋스럽다. 두툼한 양감을 만드는 일등공신이다. 신규 22인치 휠 디자인도 이전보다 입체적이다. 다만, 일반 GV80도 고리타분한 SUV의 비율을 갖춘 차는 아니기에, 쿠페 버전이 대단히 스포티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후발주자인 만큼, 남들과 다른 파격을 기대하는 건 무리였을까? 지난 뉴욕 오토쇼에서 공개했던 GV80 쿠페 콘셉트가 좋은 예다.

②인테리어

실내는 생각보다 단정하다. 가구처럼 입체적이었던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를 다림질 하듯 평평하게 폈다. 계기판은 중앙 모니터와 하나로 묶어 27인치 통합 디스플레이를 사용한다. 뛰어난 해상도와 조작감이 눈에 띄지만, 다른 제조사에선 볼 수 없는 디자인을 갖췄던 이전 모델의 실내가 더 마음에 든다. 다만 가죽과 목재, 알루미늄으로 구성한 소재는 일품이다.

모니터에서 원하는 ‘기능’ 찾기는 조금 까다롭다. 시승하면서 내비게이션 볼륨 조절 버튼 찾느라 고생(?)했다. 포기하던 찰나, 음성 명령으로 간단하게 보완할 수 있었다. 자연어 인식이 훌륭한데, “내비게이션 안내 볼륨 줄여줘”, “2열 열선 1단계로 켜줘”처럼 말하면 실제 사람처럼 알아듣는다. 운전에 집중하면서 원하는 기능 조작을 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소소한 개선도 치렀다. 가령, 텀블러 적재도 가능하도록 콘솔 컵홀더 사이즈를 키웠다. 노브 타입 볼륨/튠 조정 버튼과 시인성 개선한 스마트폰 무선충전 트레이도 눈에 띈다. 특히 쿠페 버전은 시트 속 패턴까지 차별화했다. 우드 대신 적용한 독특한 패턴의 카본 가니시와 메탈 소재 페달, D컷 스티어링 휠 등이 고성능 분위기를 연출한다.

2열 다리 여유 공간은 일반 모델과 큰 차이 없다. 촉감 좋은 가죽과 2열 전용 공조장치도 갖췄다. 특히 시트 등받이 기울기를 전동 버튼으로 조절할 수 있는데, 마치 안마의자처럼 방석 부위까지 함께 눕는다. 그래서 등받이만 움직이는 경쟁 차보다 한결 편안하다. 다만, 낮은 루프 라인으로 인해 머리 공간은 다소 줄었다. 물론 성인 남성이 앉기엔 부족함 없다. 적재 공간도 완만한 유리 덕분에 손해를 봤지만, 너비와 깊이가 넉넉하다. 기본 용량은 644L.

③파워트레인 및 섀시

GV80 쿠페엔 총 세 가지 파워트레인이 들어간다. 기본은 직렬 4기통 2.5L 가솔린 터보 304마력 사양. 최고출력 380마력을 내는 V6 3.5L 가솔린 터보도 있다. 이외에, 48V 일렉트릭 수퍼차저를 더한 3.5L 터보 415마력 버전도 마련했다. 모터로 압축시킨 공기를 한 번 더 압축시켜 중저속 가속 응답성을 키운 엔진이다. 시승차는 380마력 버전의 3.5L 터보.

눈에 띄는 개선 항목은 2세대 엔진 마운팅 컨트롤 유닛이다. 노면 상황에 따라 적절한 엔진 마운트 제어를 통해 진동은 줄이고 승차감은 향상시켰다. 또한, 고속주행 중 강풍 발생 시 조향 및 제동 제어를 통해 안정감을 높이는 횡풍 안정성 제어 기술도 새롭게 들어갔다. 아울러 인공지능이 노면을 판단해 구동력을 슬기롭게 나누는 오토 터레인 모드도 갖췄다.

정숙성도 더욱 개선했다. 테일 게이트를 포함한 차체 곳곳에 흡차음재를 보강하고 흡음 타이어를 적용했다. 쿠페만의 특화 사양도 있는데, 독특한 엔진 사운드를 연출하는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ASD), 운전자 취향에 따라 브레이크 페달의 응답성을 조절할 수 있는 플렉스 브레이크 등을 새롭게 마련했다. 에어백은 총 10개로, 앞좌석 센터 사이드 에어백까지 더했다.

④주행 성능

안팎 디자인 감상을 끝내고 운전대를 잡았다. 첫 인상은 다소 의외다. 가속 페달 초기 반응이 제법 날쌔다. 쿠페 모델인 만큼, 좀 더 민첩하고 역동적인 움직임을 위해 스로틀 응답성을 키운 듯하다. 1,300rpm부터 4,500rpm까지 줄기차게 토하는 54㎏‧m의 최대토크도 이러한 움직임에 한 몫 보탠다. 마치 디젤 엔진처럼 두둑한 저회전 토크가 눈에 띈다.

다만, 중속 이상에선 킥다운 반응이 빠르지 않다. 변속기가 부지런한 성격은 아니다. 재빨리 저단 기어를 물고 속도를 높이기보단, 1,300rpm부터 나오는 최대토크를 이용해 가속하는 특성을 갖췄다. 같은 엔진 사용하는 GV70과도 조금 다른 성격을 지녔다. 아주 예리한 몸놀림보단, 도로를 장악하면서 달리는 프리미엄 대형 SUV 특유의 주행질감을 구현했다.

낮은 지붕을 지녔지만 운전 시야는 일반 GV80와 큰 차이 없다. 앞 유리 면적과 사이드 미러 크기도 시원하다. 특히 룸미러는 디지털 카메라를 도입해, 비 또는 눈 내리는 날씨나 야간 고속 주행에서 시인성 확보에 도움을 준다. 완만한 뒷유리 각도를 지녔지만, 거울로 비춘 후방시야도 답답하지 않다.

두 번째로 느낀 변화는 승차감이었다. 예상 외로, 쿠페 버전도 부드럽고 포근한 승차감을 지녔다. 앞서 소개한 엔진 마운트 개선과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영향도 있다. 전방 도로의 굴곡을 카메라가 스캔해, 댐핑 압력을 적절히 제어한다. 22인치 휠을 끼웠지만 매끈한 주행질감을 갖췄다는 점은 이 차의 가장 큰 매력이다. 기존보다 거동이 더 차분하다.

다만, 쿠페 모델만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기대하면 조금 실망할 수 있다. 다소 흥분한 상태의 가속 페달과 달리, 서스펜션은 나긋나긋하다. 상하 스트로크도 큰 편이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꿔도 감쇄력 변화는 크지 않다. 쿠페 버전인 만큼, 부드러운 승차감은 조금 양보하되 탄탄한 설정으로 바꾸거나, 에어 스프링으로 주행모드별 변화의 폭을 더 키우면 좋을 듯하다. 즉, 낮은 지붕만큼 운전이 즐거운 차는 아니며, 외모에서 느낀 ‘절제’가 주행에서도 드러났다.

대신 종합 완성도는 뛰어나다. 특히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양산차 최고수준이다. 스티어링 휠은 토크 감응식에서 직접식 그립감지로 바꾸면서 차로유지 보조 2(LFA 2)를 지원한다.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물론이고, 주차 충돌방지 보조는 앞뒤뿐 아니라 측방까지 판단해 사고를 막는다. 참고로 GV80는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가 치른 충돌테스트에서 ‘2023 탑 세이프티 픽 플러스(TSP+)’ 최고등급을 받았다. 강화된 측면 충돌시험까지 최고점으로 통과했다.

총평

GV80 쿠페는 본격적인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는 운전자 취향과는 거리가 멀다. 프리미엄 SUV다운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주행 감각을 원하되, 개성 있는 스타일 갖춘 차를 구입하고 싶은 운전자를 타깃 삼았다. 쿠페다운 ‘과감함’보단 ‘절제’가 돋보였지만, 뛰어난 소재 질감과 정숙성은 제네시스가 E-세그먼트 SUV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단 사실을 뒷받침 한다.

<제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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