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금까지 이런 웹3는 없었다’ㅣ장종철 컴투스홀딩스 부문장·폴킴 엑스플라 팀리더
블록체인 생태계에 대해 문의할 때 기업의 태도는 두 가지로 나뉜다. 숨기거나,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설명하거나다. 반짝흥행 효과로 현금을 쌓으려는 곳은 숨기는 게 많다. 후자는 하나라도 더 알리느라 여념이 없다. 컴투스홀딩스의 블록체인 메인넷 엑스플라(XPLA)가 그렇다.
컴투스홀딩스가 내놓은 ‘플레이3(PLAY3)’는 딱 잘라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처음 보는 형식과 내용이기 때문이다. 다만 블록체인이 게임을 만났을 때 인프라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웹3 플랫폼 콘텐츠라고 단언할 수 있다.
접속부터 NFT 민팅까지...게임하듯 쉬운 '플레이3'
컴투스홀딩스는 게임에 블록체인 기반 웹3를 쉽게 녹여냈다. 이용자(유저)는 게임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애플리케이션이나 프로그램을 다운받거나 회원 가입을 할 필요도 없다. 브라우저에 웹 주소만 치면 된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또는 엑스플라 지갑을 이용해 누구나 플레이3 광장에 입장할 수 있다. 모바일이나 PC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브라우저에서 가볍게 돌아가는 설계다.
블록 검증에 참여하는 스테이킹을 하러 게임에서 나가거나 지갑을 연결하지 않아도 된다. 마우스 버튼을 클릭하고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참여할 수 있고 토큰이 이동한다. 대체불가토큰(NFT) 민팅도 간단하다. 판매자의 파일에서 마음에 드는 그림을 골라 이름을 짓고 수량을 정하면 끝이다. 다른 유저가 판매하는 게임 아이템을 사는 방식도 이와 같다. 웹3상의 ‘당근마켓’으로 볼 수 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코인 매매가 플레이3에서 가능한 것도 놀랍다. 광장에 설치된 자판기를 클릭하고 원하는 코인을 선택하면 된다. 엑스플라를 지불하면 코인이 자동으로 지갑에 들어온다. 모든 토크노믹스 요소가 하나의 플랫폼에 담긴 것이다. 나아가 '플레이3'에서 온보딩 된 다른 게임에 수월하게 접속할 수도 있다.
통상 코인은 현금화 수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위해 지갑을 설치하고 연결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꽤 복잡하다. 아이템을 거래하거나 스테이킹에 참여하려면 별도의 플랫폼에 입장해야 한다. 게임사들이 가이드에서 세세하게 안내하는 이유다. 아이템을 현금으로 바꾸는 과정도 길고 어렵다. 게임과 토크노믹스가 분리된 형태다.
이처럼 블록체인 기반의 게임은 진입장벽이 꽤 높다는 단점을 지닌다. 초보자라면 개념을 이해하고 그림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플레이3'는 모든 절차와 플랫폼을 간단한 게임으로 구현한 통합 웹3 플랫폼인 셈이다. 블록체인의 ‘블’자도 모르는 유저라도 게임하듯 쉽게 토크노믹스에 참여할 수 있다.
장종철 컴투스홀딩스 부문장은 지난 3일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KBW) 2024'가 열린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 엑스플라 라운지에서 <블로터>와 만나 “블록체인 게임은 지갑 설치와 연결, 무작위 단어로 구성된 긴 지갑 주소, 스테이킹 개념의 어려움, 복잡하고 다층적인 설계, 거래 수수료, 느린 처리속도 등으로 대중의 접근성이 낮은 편”이라며 “사용자친화적인 인터페이스, 간편한 지갑 연동, 낮은 수수료, 빠른 거래 처리 등 사용자가 쉽게 접근하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폴 킴 엑스플라 팀 리더는 '플레이3'를 △유저들이 모여 커뮤니티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플레이스퀘어’ △온보딩된 게임에 접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플레이브리지’ △NFT를 발행하고 코인을 맡겨 보상을 받는 점에서 ‘플레이파이’로 설명했다. 이를 두고 장 부문장은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지속가능성 목표로 P2O 설계
'플레이3'와 같은 웹3 플랫폼이 가능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블록체인으로 이상적인 웹3 플랫폼을 설계할 수 있다는 신념, 이를 현실로 만들어내는 환경, 그리고 높은 수준의 지식과 기술이다.
컴투스홀딩스는 고민 끝에 P2O(Play To Own)라는 새로운 게임 개념을 만들었다. 단기간에 쌀먹이 유입되고 빠져나가 가격이 떨어지는 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답이 P2O다. 유저들이 아이템을 소유하고 게임 개발 등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블록체인과 토크노믹스의 역할을 확장하고 진화시키는 것이 목표다.
장 부문장은 P2E(Play To Earn) 게임은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봤다. 게임을 즐기기보다 돈을 벌려는 유저가 많으면 게임이 지속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게임 유저에게 더 많은 보상을 주기 위해 이를 구분하는 ‘게임플레이 게이티드 리워드(GGR)’, 기여도를 책정해 랭킹 대전 형태의 순위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다이내믹 리워드 올로케이션 시스템(DRAS)’을 도입했다.
토큰 교환 비율도 일정하게 유지했다. 예를 들어, 어제는 1달러의 토큰으로 아이템을 구매했는데 다음날 0.5달러의 토큰으로 같은 아이템을 구입하지 않도록 하는 ‘다이내믹 토큰 컨버전 시스템(DTCS)’을 구축했다. 장 부문장은 “토큰 가격의 변동성 때문에 아이템 구매를 꺼리는 유저들이 관찰됐다”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토큰 가격과 무관하게 같은 가치의 토큰으로 아이템 가격을 고정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는 현금화를 목적으로 한 쌀먹 유저들을 대거 유입하는 데 한계로 작용한다. 당장 마케팅 효과를 낼 수는 없지만 지속가능한 웹3 게임 플랫폼을 구현하기 위한 첫 단추라고 봤다. 컴투스홀딩스는 이처럼 쌀먹 유저와 게임 유저를 모두 머물게 할 최적의 균형점과 시스템을 찾고 있다.
킴 리더는 “쌀먹은 그라운드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P2O 게임의 쌀먹 유저들이 진정한 게이머들은 아니지만 웹3 게임을 활성화할 수 있는 핵심 참여자임은 분명하다”며 “P2O는 게임 자산에 대한 오너십을 강조한다. 이 점이 P2E와 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토큰이나 재화의 유출을 막고 재화가 게임 안에서 돌아가도록 아이템이나 자산을 게임에서 꾸준히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장 부문장은 “유저가 웹3를 만나면 생태계 참여자이자 생태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이 P2O가 지향하는 철학”이라며 “게임을 즐긴 결과물로 웹3 환경에서 2차 창작물을 만들고, 나아가 유저가 게임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엑스플라 생태계의 모습”이라고 전했다.
수익성 '자신'..."규제 대응 사업 모델 개발"
컴투스홀딩스는 올해 '플레이3' 광장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며,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유저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예정이다. 나아가 어떤 업데이트가 필요한지, 어떤 게임을 도입할지 유저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장 부문장은 “'플레이3'는 컴투스홀딩스가 가장 잘하는 게임 사업이라는 특기와 엑스플라재단이 갖춰온 블록체인 운영의 노하우를 결합한 정수”라며 “웹3 세계를 구성하는 혁신 기술로 누구나 편히 게임 형태로 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웹3의 선구자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저들이 유입되고 생태계가 활성화되면 수익성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는 계산이다. 장 부문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온보딩한 ‘워킹데드:올스타즈’는 일일 신규 이용자가 40% 이상 늘어났으며, 매일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도 20%가량 증가했다. 재방문율도 매우 높았다. 올해 20개의 게임을 온보딩하면 엑스플라 생태계는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장 부문장은 “지금까지 엑스플라는 연구개발(M&A) 단계였다. 그만큼 개발자들과 자금이 많이 투입됐다”며 “온보딩 이후 연계되는 재화를 매개로 수익 모델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인프라를 바탕으로 다양한 디앱(DApp)과 콘텐츠를 개발·공급해 수익화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 부문장은 트렌드를 좇기 위해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NFT 수집 역할수행게임(RPG) ‘일루비움’ △텔레그램 미니 앱 기능을 활용해 제작된 ‘캐티즌’에 주목하고 있다. 캐티즌은 텔레그램 이용자라면 누구나 쉽게 접하고 지갑 기능까지 활용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졌다.
‘슈퍼빌런 원티드’도 관심있게 지켜보는 블록체인 게임이다. 장 부문장은 “'슈퍼빌런 원티드'는 NFT를 뽑고 사용하는 데서 나아가 NFT와 NFT 간 합성으로 보유하고 있던 2종의 NFT를 소각하고 더 높은 등급의 NFT 획득을 노릴 수 있는 기능을 넣어 NFT의 지속적인 구매와 소각을 유도한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확장의 과제는 ‘규제’다. 글로벌 규제가 상이한 가운데 한국은 사행성 문제로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장 부문장은 “규제 환경은 블록체인 게임의 성장에 장애가 될 수 있으나, 산업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며 “글로벌 기업들은 규제 준수를 위한 노력과 함께 각국의 통제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엑스플라재단은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한 중동 지역에 주목하고 있다. 킴 리더는 “UAE는 7개 토후국별로 유수의 블록체인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세계 최초로 가상자산 전담 규제기관(VARA)을 설립한 두바이와 금융특구 아부다비글로벌마켓(ADGM)을 통해 연방 차원의 규제에서 자유로운 환경을 마련한 아부다비를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조아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