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파일 가져간 한동훈…윤 대통령 앞 펜은 없었다

김남일 기자 2024. 10. 21. 19:2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벽시계는 오후 4시5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들어볼 테니 한번 말 해보라'는 듯 테이블에 두 팔을 뻗어 올렸다.

테이블 위에는 윤 대통령이 마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우리 한 대표가 좋아한다'며 윤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는 제로 콜라가 든 잔이 물잔과 함께 놓였다.

이날 오후 4시30분으로 예정됐던 윤-한 면담은, 윤 대통령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나토 사무총장과 통화하고 방한한 영국 외교부 장관 접견으로 20분 정도 늦어졌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한 면담 장면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대통령실 제공

벽시계는 오후 4시5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들어볼 테니 한번 말 해보라’는 듯 테이블에 두 팔을 뻗어 올렸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준비해 간 빨간색 파일로 손을 가져갔다. 윤 대통령 앞에 준비된 메모지와 펜은 없었다.

21일 저녁 대통령실은 두 사람 면담이 끝난 직후 9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7장은 산책 장면, 2장은 본격적인 면담 장면이었다.

면담 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잔디밭을 함께 걸을 때와 달리 면담에 임한 두 사람 표정은 어둑한 조명 아래에서 굳어 보였다. 테이블 위에는 윤 대통령이 마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우리 한 대표가 좋아한다’며 윤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는 제로 콜라가 든 잔이 물잔과 함께 놓였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한 대표 바로 옆에 앉았다. 독대는 없었다. 차담 형식이었지만, 지난달 24일 한 대표와 국민의힘 지도부 등이 참석했던 만찬 때와 달리 테이블에는 테이블보가 깔리지 않았고 조명은 어두웠다.

앞서 이날 오후 2시께 국민의힘 중진들이 모인 간담회가 열렸다. 주호영·권영세·나경원·안철수 의원 등은 윤-한 면담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당정 합심”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주고받았다.

한 대표는 오후 3시53분께 “용산 가려면 지금 나가야 한다”며 국회 당 대표실을 나섰다. 취재진에게 “제가 못 갈 곳 가는 것도 아닌데”라며 말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4시30분으로 예정됐던 윤-한 면담은, 윤 대통령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나토 사무총장과 통화하고 방한한 영국 외교부 장관 접견으로 20분 정도 늦어졌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에게 이런 사정을 설명하며 양해를 구했다. 윤 대통령은 잔디밭을 함께 산책하며 이날 오전 참석했던 경찰의 날 행사 이야기를 했다. 짧은 산책이었지만 정진석 비서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박종준 경호처장 등이 한두 걸음 뒤에 붙어 수행했다. 잠시라도 두 사람만 남는 시간은 없었다.

이날 면담은 1시간20여분 만인 저녁 6시15분 종료됐다. 독대 요청 논란 끝에 한달 만에 성사된 것에 견주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대통령 면담 뒤 한 대표가 직접 브리핑을 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한 대표는 면담이 끝난 뒤 국회로 돌아오지 않았다. 저녁 7시30분 국민의힘 박정하 당 대표 비서실장이 국회에서 면담 결과를 짧게 설명했다. 박 비서실장 설명을 본 대통령실은 따로 브리핑을 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며 차담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