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국내 스마트폰과 반도체 업계에 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스마트폰과 반도체 장비, 컴퓨터 부품 등을 상호관세 예외품목으로 공지한지 불과 이틀 만에 트럼프 대통령과 당국자들이 "관세 면제는 없다"고 부인하고 나선 것.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지난 금요일(11일)에 발표한 것은 관세 예외(exception)가 아니다. 이들 제품은 기존 20% 펜타닐 관세를 적용받고 있으며 단지 다른 관세 범주(bucket)로 옮기는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어 "우리는 다가오는 국가 안보 관세 조사에서 반도체와 전자제품 공급망 전체를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은 스마트폰과 반도체, 컴퓨터 제품에는 상호관세 대신 자동차와 철강 등에 적용된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서 CBP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각서를 근거로 20개 품목의 산하 제품을 상호관세 부과 제외 품목으로 규정했고 여기에는 컴퓨터 및 데스터 처리 장비, GPU 등 컴퓨터 부품, 반도체 제조장비, 스마트폰, 반도체 집적회로 등이 포함됐다.
관세를 담당하는 행정부 당국자들도 부랴부랴 트럼프의 관세정책 혼선을 진화하고 나섰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13일 ABC뉴스 인터뷰에서 CBP의 상호관세 제외 공지에 대해 "그 제품들은 상호관세를 면제받지만 아마 한두 달 내로 나올 반도체 관세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러트닉 장관은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는 이유는 국가 안보에 중요한 품목의 생산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는 것이라며 "품목별 관세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건 영구적인 성격의 면제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저 이런 것은 다른 나라들이 협상해서 없앨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한 것이다. 이런 것은 국가 안보이며 미국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의 케빈 해싯 위원장 역시 이날 CNN 인터뷰에서 "반도체는 많은 국방 장비에 중요한 핵심 부품인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결정하는 반도체 232조 조사를 진행해 그런 것들을 면밀히 파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 등 적절한 조치를 통해 수입을 제한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232조를 활용해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일관성 없는 관세정책이 시장의 혼란을 키우고 미국 경제에 피해만 주고 있다는 비판이 미국 내에서도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CNN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가 가진 건 혼돈"이라면서 "도널드 트럼프가 관세를 가지고 '빨간불 파란불 놀이'를 하는 동안 투자자들은 미국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스마트폰과 노트북, 기타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에서 나온 일련의 엇갈린 신호가 미국 무역 정책에 대한 새로운 불확실성을 불러일으켰다”며 “월스트리트와 워싱턴에서 또 다른 혼란스러운 한 주가 시작됐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