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지스타2023 달라진 풍경,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
11월 16일부터 19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2023이 4일간의 대장정을 무사히 마쳤다. 이번 지스타2023은 역대 최대 규모(3,328부스)로 개최되었으며, 8년 만에 지스타에 참가한 엔씨소프트와 스마일게이트를 비롯해 다양한 신작 발표가 쏟아져 나오며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외적 성장은 합격점
이번 지스타2023의 방문객은 약 19만 7천여명으로 집계되었다. 지난해 18만 4천여명이 방문한 것에 비해 1만 3천여명의 방문객이 더 많이 방문한 것이다.
작년만해도 관람이 힘들 정도로 사람으로 넘쳐났던 지스타였지만 올해는 더 많은 사람이 방문했음에도 비교적 쾌적한 환경에서 지스타를 즐길 수 있었다. 물론 인기 게임이나 이벤트에는 사람이 몰려 일종의 병목현상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크게 복잡하지는 않았다. 100% 사전 예약 입장과 시연 대기 줄의 동선을 잘 조정한 것 그리고 지스타 안내 인원이 관람객 이동을 잘 통제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신작들이 쏟아져 나온 것도 지스타를 빛내는 요인이었다. 특히 모바일 플랫폼에 편중되었던 지난 지스타들과는 다르게 다양한 플랫폼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발표되었고, 아이디어 넘치는 체감형 게임들을 직접 플레이 할 수 있어 다양한 즐길 거리를 경험할 수 있었다.
여전히 유튜브 인플루언서들은 지스타의 단골손님이었고 유저의 시선을 끌기 위한 여러가지 이벤트 역시 활발하게 이루어 졌지만 여전히 유명인을 초청해 퀴즈를 내는 형식이 주를 이뤄 크게 재미있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다고 느낀 부스는 로스트아크 모바일 부스였다. 부스 전체를 덮은 로스트 아크 모바일 영상은 지나가는 발길을 멈추게 하기에 충분했다. 더불어 VR버전을 지스타를 통해 체험할 수 있도록 공개했고 게임 역시 그저 일정 부분을 플레이할 수 있게 한 것이 아닌 지스타를 위해 완결성 있게 구성한 점 역시 높게 평가할 만했다. 하나의 게임 타이틀을 출품한만큼 부스의 개성도 뚜렷했고 집중력도 높았다.
코스튬플레이어가 이렇게 자주 보였던 것도 이번 지스타의 달라진 풍경이다. 특히 벡스코 앞마당은 코스튬플레이어들의 놀이동산과 같았다. 수많은 코스튬플레이어들이 모여 사진을 찍고 찍어주었고 코스튬플레이어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을 정도로 수준 높고 개성 있는 코스튬을 즐길 수 있었다.
이제는 좀 더 세심한 부분에 신경 써야 할 때
휴게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점은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다. 언제부터인지 지스타에서 게임시연대 외에 쉴수 있는 공간을 보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다. 최소10분 이상 걸리는 게임 시연도 서서 해야 한다. 인기 게임을 시연해 보기 위해서 2시간 이상 대기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게임 2, 3개만 시연해도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더 많은 관람객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허리와 다리가 아파오는 상황에서 게임을 재미있게 즐기기는 힘들었다. 좀 더 편하게 플레이 할 수 있었다면 게임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바닥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풍경은 내년 지스타에서 보지 않았으면 싶다. 물론 수많은 관람객을 모두 수용하기는 불가능하겠지만 지스타가 박물관 관람을 하는 것과는 다른 게임쇼로서 더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좀 더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보통사람도 게임 시연하기가 이렇게 힘든데, 장애인이나 아이들 같은 사회적 약자는 오죽하랴. 이번 지스타에서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종종 휠체어를 타고 온 관람객들이 보였는데, 이들이 시연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지스타는 그 문턱이 너무 높아 보였다.
푸드트럭 존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물론 훌륭한 수준의 푸드트럭들이 맛있는 음식을 제공했지만 지스타 기간동안 매우 추웠던 점을 감안했을 때 음식을 먹을 때 만이라도 어느정도 바람을 막아줄 수 있게 하는 세심함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추운 날씨에 바닥에 앉아 오들오들 떨며 음식을 먹고 있는 코스튬플레이어의 안쓰러운 모습은 다음 지스타에서는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
2전시장의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풀기 어려운 숙제였다. 1전시장에서 2전시장으로 가는 길이 상당히 먼데다 웹젠을 제외하면 관객 동원력이 떨어지는 부스가 몰려있다 보니 1전시장보다 관람객이 적었다. 실제 아는 지인 역시 2전시장은 가지 않았다고 했다.
관람객도 적은데 각 부스에서 이벤트를 진행할 때의 소리가 간섭을 일으켰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겹치다 보니 상당히 거슬리는 시끄러움이 발생했다.
관람객이 2전시장을 많이 찾지 않은 이유는 결국 1전시장보다 매력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는 길이 멀기 때문에 관람객의 발길을 이끌만한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 지스타의 2전시장은 그런 매력을 찾기 힘들었다.
작년 지스타에는 2전시장에 P의 거짓, 붕괴: 스타레일, 승리의 여신: 니케가 위치하고 있어 수많은 팬들이 2전시장을 찾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 2전시장에는 강력한 게임 타이틀이 없었다. 그나마 웹젠이 서브컬처 게임으로 관람객을 모았지만 웹젠만으로는 다소 부족해 보였다. 다음 지스타에서는 2전시장에 인기 타이틀 부스를 좀 더 배정해 자연스럽게 2전시장으로 관람객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지스타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은 인디게임 부스다. 2전시장 구석에 그야말로 박혀 있다는 표현이 맞을 인디게임 부스는 2전시장에서 가장 관객 밀집도가 높은 구역이었다. 인디 게임에 대한 관심도 물론 컸겠지만 너무 작은 크기로 구역을 배정해 시장통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상당히 불편했다.
기업은 기업 관계자가 대기 동선이나 이동을 관리하는데 인디 게임 부스는 그 마저도 없기 때문에 대기와 이동이 서로 섞이며 더 혼잡했다. 지난해도 관계자와 관람객이 뒤섞여 매우 혼잡했지만 이번 지스타는 그보다 더 상황이 안 좋아 관람 자체를 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지스타 사무국에서 인원을 특별히 배정을 한다던가 인디게임 구역을 더 넓게 배정해 관람객이 더 편안하게 인디게임을 경험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인디게임 부스가 그저 구색 맞추기에 지나지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상당히 씁쓸했다.
더 나아진 지스타2024를 바라며
이번 지스타는 역대급 규모와 함께 여러가지 긍정적인 시도와 개선이 보였던 게임쇼다. 사전예약제로 인해 벡스코 앞 광장의 혼잡함이 없어졌고 코스튬플레이어들을 위한 탈의실이 만들어지는 등 긍정적인 변화도 감지되었다.
지스타는 이미 그 규모와 흥행면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행사 중 하나가 되었다. 역대급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더 세심한 부분을 살펴 단순히 게임만을 경험하려 지스타에 오는 것이 아닌 축제처럼 즐길 수 있는 진정한 게임쇼로 성장해 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