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연차휴가 100% 쓴 기업 찾아 “정당한 근로자 권리…매우 바람직”
연차휴가신청서에 ‘사유’ 적지 않게 해…유연근무제도
이정식 “‘있는 연차도 다 쓰지 못한다’가 현실”
“이에이트 선진적 연차제도 매우 바람직”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0일 “연차 휴가는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라며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용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이날 서울 송파구에 있는 IT기업 ‘이에이트’를 방문해 “휴가를 가급적 갈 수 있어야 실근로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청년층, ‘장시간 근로’ 우려…'전직원 연차 소진율 100%’ 기업 찾아 의지 드러내
이에이트는 시뮬레이션 기반 디지털트윈(가상모형) 플랫폼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직원의 90% 이상이 1980년대와 1990년대에 태어난 이른바 ‘MZ 세대’다. 근로자들이 눈치보지 않고 연차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해 지난해 모든 직원이 연차를 100% 소진했다. 휴가계를 작성할 때 연차휴가 사유를 적지 않게 했고, 반차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연차휴가 외에 3년 단위로 3~5일간 ‘리프레시(refresh·재충전) 휴가’, 5년 단위로 5일 등 ‘장기근속 휴가’를 부여했다. 여행상품권도 제공한다. 이밖에 유연근무제를 활용해 오전 8~10시 사이 자유롭게 출근해 8시간 근무 후 퇴근할 수 있는 시차 출퇴근제를 도입했다.
이 장관의 이에이트 방문은 정부가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이 ‘장기간 근로’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진행됐다. 정부는 주52시간 근무제의 틀은 유지하면서 연장근로 관리 단위만 ‘월·분기·반기·연’으로 다양화하고 실제 근로시간은 줄어들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장관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에 대해 “현재 주 최대 52시간으로주 단위로 묶인 연장근로를 풀어 선택지를 넓히고, (연장근로를 포함한 근로시간을) 최대 주 평균 48.5시간으로 줄여 실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장근로를 수당 외에도 휴가로도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선택지를 추가했고, 장기 휴가 활성화 등 제도와 관행 개선을 추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노동계 반발과 관련해 “‘있는 연차도 다 쓰지 못한다’라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며 “현재 우리나라 근로자는 평균적으로 자기 연차휴가의 76%를 쓰고 있고, 전 직원이 모든 연차를 소진하는 기업은 40.9%”라고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 문화 변화가 중요한 이유”라며 “유연하게 근무시간을 바꾸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일하는 방식의 효율을 높여 휴가 사용이 쉬워질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휴가 사용을 활성화한 이에이트에 대해서는 “구성원 만족도와 생산성이 높아지고, 우수한 청년 영입 및 장기근속 증가 효과까지 일구어냈다”고 평가했다.
이 장관은 “이에이트의 유연한 근무방식 및 선진적인 연차제도는 매우 바람직하다”며 “추가적인 근로시간의 선택지를 넓혀서 노사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이트의 김진현 대표는 “직원들이 필요할 때 자유롭게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리프레시 휴가와 장기근속 휴가를 도입했더니 직원들의 ‘번아웃(업무로 인한 탈진)’ 방지와 업무 몰입도 향상에 효과가 있었다”며 “직원들의 장기 근속 유인을 높이고, 우수 인재 채용에도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에이트 직원들은 “자유로운 휴가사용으로 나에게 투자할 시간이 늘어나고 삶의 질도 좋아졌다”, “갑자기 연차를 써야 하는 상황에서도 눈치 볼 필요가 없다” “3년 근속 포상으로 3일 리프레시 휴가를 받아서 평소에 하던 운동도 하고, 잠도 많이 자고, 맛있는 음식도 챙겨 먹으면서 재충전했다”등의 효과를 언급했다.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 방향은 ‘근로시간 감축’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가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에 청년층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나오자 보완을 지시한 상태다. 이 장관은 이날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보다 약 39일을 더 일하고 있는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근로 상황을 개선해 실근로시간 단축이 가능해지도록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을 토대로 다양한 보완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 보완 방향은 ‘주 최대 69시간’ 대신 ‘주 최대 60시간’으로 캡(상한)을 두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대통령은 근로시간 개편안과 관련해 “연장근로를 해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고 했지만, 이 지시에 따라 방향이 정해지는 것은 아닌 셈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그렇게 일하는 것 자체가 힘들지 않겠냐는 개인적 생각에서 말씀한 것”이라며 “(근로시간 개편) 논의의 가이드라인을 주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캡을 씌울 것이라고 예단할 필요가 없다. 윤 대통령 말씀은 장시간 근로에 대한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한 채 여러 의견을 들으란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편 방향은 ‘근로시간 감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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