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잘나간다는데…네이처리퍼블릭은 '적자전환' 위기

우지수 2024. 10. 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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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요 관광지 오프라인 매장 운영에도 매출액 감소
상반기 27억원 영업손실, 자본잠식 재무 개선도 과제

네이처리퍼블릭이 글로벌 K뷰티 시장 성장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다. 사진은 서울시 종로구 네이처리퍼블릭 북촌점 앞에 앉아 있는 외국인 관광객 모습 /우지수 기자

[더팩트|우지수 기자] K뷰티 열풍이 거세다. 특히 한국 오프라인 화장픔 매장 '로드숍'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흐름과 달리 실적 하락세를 보이는 회사가 눈에 띈다. 국내 1세대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 네이처리퍼블릭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이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한 지 3년 만에 다시 적자로 전환할 위기에 놓였다. 이 회사는 7년 만에 영업이익 적자를 끊고 지난 2022년 연간 영업익 흑자를 달성했다. 이후 브랜드 재구성, 해외 사업 확장 등 전략을 넓히고 있었지만 올해 다시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다. 오랜 적자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재무상황도 회사 위기감을 고조시킨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네이처리퍼블릭의 영업손실은 27억원이다. 이 기간 매출액은 623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14% 줄었다. 올해 1분기 흑자를 냈던 순이익도 상반기 합산 결과 14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네이처리퍼블릭 창업주 정운호 대표는 지난 2020년 적자 늪에 빠진 회사 경영에 복귀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정 대표는 온라인 채널 확대에 집중하면서 2022년 흑자전환을 이뤘지만 올해 들어 네이처리퍼블릭의 수익성은 다시 쪼그라들었고 집중했던 해외 시장 매출액까지 감소했다.

지난달 8일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이 발표한 '2024년 2·4분기 외래관광조사'에 따르면 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쇼핑 장소에 '로드숍'이 50.9% 득표율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올리브영 등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관광 명소 성수동, 명동, 종로, 홍대 등 매장 운영을 강화하면서 관광객 공략에 나섰다. 그 결과 관광지를 포함한 서울 전역에 매장을 운영하는 올리브영은 올해 상반기 기준 전년 대비 외국인 매출이 189% 늘었다.

네이처리퍼블릭도 성수동과 명동, 북촌, 이태원, 홍대 등 주요 관광지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이 회사 오프라인 매장 매출액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오히려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 네이처리퍼블릭의 오프라인 매장 매출액은 3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83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액 중 오프라인 매장 비중은 4.7%p(포인트) 감소했다. 한 뷰티 업계 관계자는 "최근 화장품 로드숍 방문이 관광 코스로 자리 잡았다. 네이처리퍼블릭도 관광객 발길을 이끌기 위한 마케팅, 영업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이 국내 오프라인 매장 경쟁력을 회복하지 않으면 해외 시장 공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업계 예측이 왔다. 사진은 일본 효고현 고베시 한 화장품 매장에 네이처리퍼블릭 일본 특화 제품 '레티놀 퓨어 브라이트 유스 마스크'가 진열된 모습 /우지수 기자

네이처리퍼블릭이 국내 오프라인 매장 영향력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최근 계획 중인 해외 사업 전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일본, 북미 등 25여 개국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일본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웠고 최근에는 중동과 유럽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뷰티 업계 관계자는 "해외 소비자들이 K뷰티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입소문이다. 한국을 찾은 관광객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화장품을 구매해 귀국한 뒤 현지에서 재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네이처리퍼블릭이 앞으로도 외국인 관광객을 공략하지 못한다면 해외 시장 확장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재무상태 개선 과제도 안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6년간 이어진 적자로 결손금이 쌓여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64%였던 이 회사 부채비율은 2021년 4000%대까지 급증했고 2022년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네이처리퍼블릭은 마케팅·신제품 개발을 위해 서울프라이빗에쿼티로부터 이달 150억원 규모 투자 유치를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투자금 납입이 이뤄지지 않았다. 네이처리퍼블릭의 상반기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 예측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네이처리퍼블릭이 1년 이내 갚아야 하는 금액인 단기차입금과 유동성장기차입금은 158억원이고 기한이 1년 미만인 매입채무도 211억원에 달한다. 반면 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현금성자산은 7억2000만원에 불과하다. 네이처리퍼블릭이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고 상환 능력을 갖춰 재무 상태까지 개선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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