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강렬한 시적 산문” 한강 노벨 문학상 수상

2024. 10. 1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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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54)이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 작가는 역대 121번째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며, 여성으로는 18번째,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최초의 수상자다.

한 작가는 1987년 47세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러시아 출생 미국인 조지프 브로드스키 이후 역대 가장 젊은 수상자다.

한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는 음지에서 한국문학 세계화에 힘을 발휘한 번역도 작지 않은 기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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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54)이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 작가는 역대 121번째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며, 여성으로는 18번째,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최초의 수상자다. 아시아 작가로는 인도 타고르(1913년), 일본의 가와바타 야스나리(1968년)와 오에 겐자부로(1994년), 중국 소설가 모옌(2012년)에 이어 5번째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동안 한국 작가들은 노벨 문학상과 거리가 멀었던 것이 사실이다. 올해도 그를 포함해 한국 작가들 중 누구도 유력 수상 후보로 거론된 이가 없었다. 하지만 한 작가는 8년 전부터 해외 유력 문학상을 휩쓸며 해외 문단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6년엔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면서 세계 문단에 이름을 알렸다. 이듬해인 2017년 ‘소년이 온다’로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 2018년 ‘채식주의자’로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을 연이어 수상했고, 지난해엔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작가로 명성을 얻었다.

한 작가는 1987년 47세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러시아 출생 미국인 조지프 브로드스키 이후 역대 가장 젊은 수상자다. 올해로 등단 31년이 된 그가 작가로는 이른 나이에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그의 소설이 문화의 벽을 뛰어넘어 독자들에게 신선하되 보편적인 체험을 선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표작인 ‘채식주의자’는 트라우마를 지닌 여성이 극단적인 채식으로 폭력을 거부하는 이야기다. 시와 산문, 연약함과 잔인함, 아름다움과 기괴함이 강렬한 조화를 이룬다. 혁신적인 스타일로 문학의 지평을 넓힌 것은 그의 작품이 널리 읽히는 이유이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비결일 것이다.

한 작가는 특히 한국 현대사의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인류 보편의 주제인 폭력성에 천착해 왔다. ‘소년이 온다’(2014년)에서는 광주 5·18민주화운동, ‘작별하지 않는다’(2021년)에서는 제주 4·3사건을 배경으로 인간의 폭력성과 그로 인한 상처를 집요하고 아름답게 헤집어 보였다. 한 작가는 “역사 속에서 일어난 일을 다룬다는 것은 폭력의 반대편에 서겠다는 맹세이자 인간 본성에 대해 질문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 역시 그의 작품이 세대와 언어를 가로질러 보편적인 울림을 주는 요인이다.

한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는 음지에서 한국문학 세계화에 힘을 발휘한 번역도 작지 않은 기여를 했다. 그가 세계에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된 작품 ‘채식주의자’는 민간 문화재단의 번역 지원을 통해 영국에서 출판될 수 있었다. 한국문학이 뛰어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만큼 세계 독자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것은 여전히 부족한 번역 인프라 탓이 크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번역 부문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한 작가의 깜짝 수상 소식을 들으며 2020년 한국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4관왕에 올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코로나 시절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클래식계에선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임윤찬을 비롯해 신예 음악가들이 유수의 콩쿠르상을 휩쓸고 있고, BTS 뉴진스 블랙핑크 등 케이팝의 선전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분단의 아픔을 이기고 상상해낸 한국의 이야기와 음악이 세계인을 위로하는 시대다. 한 작가는 “상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의 수상 소식에 감정이 벅차오르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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