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거리 측정기 브랜드 마이캐디

국내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PC) 개발사 삼보 컴퓨터의 8번 직원에서 연매출 1800억원 규모 강소기업의 대표가 된 남자. 마이캐디 박병익(68) 회장의 이력은 한국 IT 산업의 역사와 궤를 함께 한다. 컴퓨터 부품 기업으로 출발해 시장 변화에 맞춰 탄력적으로 대응한 덕에 언론에 여러차례 소개될 정도로 성업을 이뤘다.
박수 칠 때 떠난 박 회장의 다음 행보는 골프 거리 측정기 브랜드 창업이다. 그를 만나 골프 거리 측정기 시장 개척기를 들었다.
◇ 우리나라 골프 거리 측정기 브랜드

마이캐디는 우리나라 골프 거리 측정기 브랜드 운영사다. GPS 기반의 시계형 거리 측정기 3종과 레이저 기반의 거리 측정기 5종을 개발해서 유통한다.
대표 상품은 최신 시계형 거리 측정기 M1과 M2다. 두 제품의 기능은 비슷한데, M2가 최신 제품이다. 인공지능(AI)이 탑재된 시계형 거리측정기로, 골프장에서 위치를 설정하면 AI가 어떤 골프장인지 확인해 해당 필드의 코스를 띄워준다. 현재 국내외 4만개 이상의 골프장 코스를 인식한다. 전체 코스를 한눈에 볼 수 있고 목표 지점을 설정하면 남은 거리도 확인할 수 있다. 간단한 터치로 스코어를 기록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M2는 누적 1만대 팔렸다. 무게 25g 초경량 밴드형 측정기인 MF1도 있다. 시계형 거리 측정기는 모두 국내에서 생산한다.
레이저 골프 거리측정기 MG3는 1년 간 1만대 이상 팔린 고급 모델 MH3의 가성비 버전이다. 기능은 거의 유사한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재를 써서 가격 부담을 줄였다. 레이저의 송수신 시간을 측정해 거리를 잰다. 0.1초 만에 오차 범위 1야드(91.44cm) 안에서 800m까지 거리 측정을 끝낸다. 내게 맞는 타석 방향을 알려주는 에이밍 기능을 탑재해 1타는 줄이고 시작할 수 있다. 무게 113g으로 가벼워, 여성 골퍼도 부담없이 사용 가능하다.
◇ 골프 거리 측정기와의 특별한 인연

박 회장은 1982년 당시 신생 기업이었던 삼보컴퓨터에 입사했다. 기업을 중심으로 PC가 보급되기 시작하던 시절이다. 사번 8번 직원으로 입사해 삼보컴퓨터에서 품질관리 담당자로 근무했다. 10년 간 산업 선방에서 PC 산업의 무서운 성장세를 체감했다. 1992년 컴퓨터 부품 제조사를 창업했다. 컴퓨터 케이블과 커넥터 생산 전문 기업으로 시작했다.
자본금 1000만원으로 출발해 빠르게 성장했다. 2000년대 초 휴대폰 등 소형 가전붐에 힘입어 CDMA모듈과 MP3 등 제품을 다각화 하면서 우량기업으로 도약했다. “좋은 날만 있던 건 아닙니다. 부도를 맞은 적도 있어요. 기술력을 인정 받은 덕분에 자금을 지원받아 극적으로 회생했죠. 진부한 말이지만 말 그대로 위기가 기회가 됐습니다. 이후 EMS(전자제품 수탁생산 시스템) 비즈니스를 했는데요. 일본 SII(세이코 인스트루먼트), 삼성 등 굵직한 기업에 납품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습니다. 2015년, 2016년쯤엔 직원 900명, 연매출 1800억원 규모로 스케일이 커졌어요. 국내외에 공장 5개를 보유할 정도였죠.”
전성기였던 2015년, 예상치 못한 분야에 인연이 닿았다. “고객사 중에 음성으로 정보를 알려주는 골프 거리 측정기 브랜드가 있었습니다. 주문자위탁생산(OEM) 방식으로 거리 측정기를 생산해서 납품하고 있었죠. 그런데 이곳이 부도가 났다는 이유로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거예요. 고심 끝에 그 기업의 남은 재고와 인프라를 인수했습니다.”
충동적인 결정은 아니었다. 치밀한 계산이 깔린 선택이었다. “당시 운영하던 회사가 잘 나갔지만 전망은 불투명했어요. 개인적인 행복을 뒷전으로 하고 앞만 보고 달려온 삶에도 지쳤어요. 기로에 섰습니다. 저는 구력 30년 골퍼인데요. 취미 생활을 업으로 키울 겸, 전환점이 필요했습니다. 골프 거리 측정기는 약 700억~800억원 규모의 시장입니다. 대기업이 뛰어들만한 규모는 아니에요. 다시 말해, 작은 기업이 도전할만한 스케일인거죠. 골프 시장도 나날이 성장세였고요. 골프 거리측정기 사업에 올인하기로 마음 굳혔습니다.”
◇ 골프 거리 측정기 시리즈 개발노트
1. 손목 시계형 측정기를 선택한 이유

기존 사업을 처분하는 데 8년이나 걸렸다. 2023년, 성공의 기쁨을 안겨준 첫 회사와 완전히 이별했다. 초심으로 돌아갔다. 첫 과제인 신제품 개발부터 시작했다.
기존 음성형 골프 거리 측정기는 한계가 많았다. 모자나 벨트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목표물까지의 거리 정도만 알려줬다. 하지만 골프 시장이 고도화되고, 실력 좋은 골퍼가 늘어나면서 소비자의 욕구도 구체화됐다. 홀 구조, 그린 높낮이 등 지형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파악하려는 수요가 늘어났다.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신제품을 개발하기로 했다. M1을 먼저 개발한 후 M1의 디자인, 소재, 기능을 업그레이드한 M2를 출시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중 가장 대중화된 손목 시계 형태를 구상했다. “기능에 앞서 디자인부터 고민했어요. 성능이 좋아도 손이 가지 않으면 소용이 없으니까요. 골퍼라는 이용자 정체성에 맞춰 스포티하게 디자인했습니다.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디스플레이를 최대한 크게 설계했죠. 테두리는 튼튼하면서도 예쁜 메탈 소재를 사용했습니다. 밴드를 포함한 무게가 50g에 불과합니다. 스윙할 때 부담이 없어요.”
2. 전국 골프장 정보를 작은 화면에

골프 거리 측정기의 생명은 빠르고 정확한 데이터에 있다. 인공위성을 통해 GPS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신하는 방식을 차용했다. “인공위성과 송수신을 반복하다 보면 통신 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GPS 수신 감도를 높이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보유하고 있던 GPS 관련 원천 기술로 통신 품질 문제를 해결했죠. 홀 정보, 그린의 경사 높이, 그린 앞과 뒤 중앙까지 남은 거리 등 경기에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빠르게 표시해줍니다.”
전국 골프장의 지형 정보를 탑재하는 게 관건이었다. “지형 정보를 넣기 위해서 공공 지도를 활용했습니다. 국내 약 500여 곳의 골프장과 필리핀, 태국, 대만, 중국 등 해외 주요 골프장 정보를 반영했습니다. 캐디가 없는 해외 골프장에서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죠. 골프 코스는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하고 있습니다.”
이용법은 간단하다. “거리 측정기의 골프 모드를 터치하면, 위성과 연결해 자동으로 골프장을 스캔합니다. 1번 홀 티박스에 서면 정보가 표시됩니다. 코스의 해저드, 벙커의 위치와 거리는 물론 그린의 좌우 위치 및 방향까지 한 눈에 볼 수 있어 스마트하게 게임에 임할 수 있습니다.”

게임 상황에 맞춰서 디테일을 설계했다. “디스플레이는 이온 강화유리로 덮여 있어, 격한 활동에도 깨질 우려가 없습니다. 배터리 용량도 넉넉하게 설정했습니다. 완충 기준으로 골프 모드 사용 시 8~10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어요. 18홀 라운딩까지 즐기기에 충분하죠.
목표 지점의 정확한 방향을 알려주는 에이밍 기능도 탑재했습니다. 에이밍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샷의 정확도가 달라지는데요. 마이캐디가 설정한 방향 그대로 치면 됩니다. 그만큼 정확성에선 자신 있어요.
터치 몇 번으로 스코어를 기록할 수 있어 볼펜이나 종이, 스마트폰 메모장이 필요 없습니다.“
이렇게 기능이 다양한데, 국내에서 생산한다. “시계형 골프 거리 측정기를 국내에서 생산하는 기업은 마이캐디 하나 뿐입니다.”
3. 소비자 성향에 맞춰 제품 다각화

다양한 소비자의 취향을 고려해 시계형 제품을 다각화했다. “시계형 측정기의 경우 M1과 M2 그리고 경량 거리 측정기 MF1 세가지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시중의 스마트워치와 유사한 형태의 M1, M2와는 달리 MF1은 경량화 모델이에요.”
“밴드를 포함한 무게가 25g으로, 일반 스마트워치의 절반에 불과하죠. 마찬가지로 인공위성을 통해 GPS를 실시간으로 수신해 전국 골프장의 코스를 보여줍니다. 그린의 경사 높이, 그린 앞·뒤, 그린 중앙까지 남은 거리를 표시해주죠. M1, M2보다 기능은 적지만 필요한 정보는 다 보여줍니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것을 선호하는 소비자에게 인기죠.”
4. 모범생 골퍼 위한 신제품

차기작은 레이저 골프 거리 측정기다. 레이저의 송수신 시간을 측정해 거리를 재는 방식으로, 분석적으로 게임에 응하는 골퍼가 즐겨 찾는다. 마이캐디의 레이저 골프 거리 측정기는 0.1초 만에 오차 범위 1야드로 800m까지의 거리 측정을 끝낸다. 2024년 고급형 모델 MH3를 출시한데 이어 2025년 4월 보급형 신제품 MG3를 내놨다.
MH3와 MG3의 가장 큰 차이는 기능이 아닌 소재에 있다.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기가 어려워지고 있음을 체감합니다. 사업을 오래 해서 그런지, 경기가 얼어붙을 때를 동물적으로 알아요. 사실 레이저형 거리 측정기는 쉽게 살 수 있는 제품은 아닙니다. 가격 부담이 크거든요. MH3도 좋은 제품이지만 소비자들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은 마음에 MG3를 개발했습니다. MH3의 메탈 소재를 플라스틱으로 경량화 했어요. 여기에 부가 기능인 LCD를 없애 가격 부담을 낮췄죠.”

기능은 거의 동일하다. “기중 레이저 골프 측정기의 기능은 모두 갖췄습니다. 장애물로 핀이 잘 보이지 않아도 핀을 찾아내는 ‘핀 시커 모드’와 거리는 물론 경사도와 온도, 습도까지 고려해 거리를 표시하는 ‘슬로프 모드’를 탑재해 여러 제약 속에서도 정확하게 거리를 측정합니다. 타사 제품에 없는 기능도 있습니다. 바로 에이밍 기능입니다. 그린의 방향을 인식해 내게 맞는 타석 방향을 알려주기 때문에 1타는 줄이고 시작할 수 있어요. MH3의 디자인적 가치도 계승했어요. MH3는 우수한 디자인으로 굿디자인어워드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받은 바 있는거든요. 무게도 113g으로 아주 가볍습니다.”
안전성을 위한 절차도 마쳤다. “MG3의 레이저 안전 등급은 클래스(Class)1등급입니다. 클래스 1등급이란 국제 전기 기술 위원회에서 정한 표준으로, 레이저의 출력 세기, 파장, 펄스폭 등을 기준으로 합니다. 클래스 1등급은 출력 세기가 1mW 이하인 레이저에 부여됩니다. 눈이나 피부에 직접 노출돼도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작다는 의미죠. 사실 레이저 안전 등급을 받는 게 유통 필수 절차는 아닙니다. 하지만 소비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라고 판단했습니다.”
5. 탄탄한 CS 시스템으로 브랜드 신뢰도 구축

소비재 기업의 생명력은 CS 운영 방침에 좌우된다. ‘팔면 말고’ 식의 운영은 브랜드 신뢰도를 좀먹는 위험 요소란 걸 오랜 사업으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대기업 부럽지 않은 CS 체계를 정립하는 데 신경 썼습니다. 마이캐디 브랜드 이미지와 직결되는 요소니까요. 내부에 전담 인원을 두고 있어서 불편사항에 빠르게 대응합니다. 가전 수리를 맡긴 후 기다리느라 지친 경험이 누구나 있을텐데요. 그럴 일이 없도록 반품, 수리 건을 빠르게 처리하는 택배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거창한 꿈 대신 야무진 목표

골프 거리 측정기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각종 골프 대회에 후원을 하고 인플루언서, 유명 유튜버를 활용한 광고 등으로 마이캐디 이름을 알리는 중이다. 잠재 소비자와 만나기 위해 전시회에도 자주 참관한다.
노력은 통했다. 마이캐디의 제품들은 홈쇼핑을 비롯해 100여곳의 오프라인 매장, 온라인몰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4대 면세점에도 입점했다. 2024년 기준 연매출 25억원을 기록했다. “시계형 거리 측정기는 시니어 골퍼들이 좋아합니다. 손 떨림으로 고생하는 이들은 간단한 터치로 플레이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환호해요. 레이저 거리 측정기는 분석형 플레이어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나의 제품으로 출발해 여러 제품군으로 확장하려는 타 기업과는 달리 오직 골프 거리 측정기에만 집중할 구상이다. “계속 신제품을 내서 골퍼들의 호평을 받고 싶어요. 거창한 욕심은 없습니다. 회사를 연매출 50억원 규모로 키우면 만족합니다. 제품명이 조미료의 상징이 된 미원그룹의 미원처럼, 마이캐디를 골프 거리 측정기 카테고리를 장악한 브랜드로 만들겠습니다.”
/진은혜 에디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