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원정 쾌승! 전반 45분은 속시원했는데...

사진출처=대한축구협회 SNS

오랜만에 속이 시원했다.

분명 체급의 차이도 분명했고, 객관적인 전력 차이도 존재했다. 백짓장을 들었다고 힘이 갑자기 세지는 것은 아니다. 천둥 소리에 놀랐다고 청력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약팀을 상대로 승리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구대표팀은 속시원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단 전반전 45분 동안 만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이 쿠웨이트 원정에서 승리했다. 14일 쿠웨이트 수도 쿠웨이트 시티에 있는 자베르 알-아마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5차전. 한국은 쿠웨이트에 3대1로 승리했다.

#완벽했던 전반전

전반 45분은 완벽했다. 대표팀은 점유율 77%에, 슈팅을 6개를 쏘았다. 유효 슈팅은 2개였다. 2골을 뽑아냈다. 쿠웨이트는 전체 슈팅 2개, 유효슈팅은 단 하나도 없었다.

대표팀은 총 403개의 패스를 시도해 368개를 성공시켰다. 91%의 패스 정확도였다. 반면 쿠웨이트는 121개의 패스를 하며 82개만 성공시켰을 뿐이었다. 전반 45분은 결과와 내용 모두에서 완벽했던 모습이었다.

비결은 허리, 특히 박용우가 핵심 키를 쥐고 있다. 박용우는 전방에 나서기보다 센터백 앞에서 무게 중심을 잡았다. 박용우의 위치에 따라 대표팀 전체의 무게 중심이 이동했다. 뒷공간을 든든히 지키면서 앞선 선수들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이같은 모습에 이재성, 황인범은 여유를 가지고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사실 클린스만호에서 박용우는 계륵이었다. 박용우의 잘못이 아니었다. 우선 클린스만 감독은 박용우에 대해 잘 몰랐다. 세부적인 움직임이나 전술적인 주문은 많지 않았다. 그저 한국 선수들은 대단한 선수들이니 알아서 잘 할 것이라고만 말하고 방관했다. 선수들은 공격에만 몰두하고 앞으로 나갔다. 박용우 혼자 헐거워진 수비진을 보호할 수 없었다. 실점 상황에서 허둥될 수 밖에 없었던 박용우만 비난의 타깃이 됐다. 그 사이 이런 상황을 초래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위약금'을 챙긴 채 미국으로 돌아갔다.

반면 홍명보 감독은 박용우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울산에서 박용우를 직접 지도했다. 박용우는 수비 시 압박이 좋고, 안정적인 빌드업이 가능하다. 홍 감독은 이 장점을 부각했다. 박용우가 스프린트를 할 상황을 많이 만들지 않는다. 박용우가 볼을 잡으면 황인범이나 이재성이 내려와 볼을 받아주면서 빌드업을 전개한다. 이 부분이 결국 쿠웨이트전 탄탄한 허리의 기초가 됐다.

황인범의 크로스. 사진캡쳐=쿠팡플레이 중계화면

박용우가 견고한 모습을 보이자 황인범이 펄펄 날았다. 전반 10분 황인범은 허리 아래에서 얼리 크로스를 올렸다. 쿠웨이트 수비진은 그 누구도 황인범을 견제하지 못했다. 황인범이 볼을 잡은 위치가 좋았다. 프리 상태에서 올린 크로스는 정확하게 오세훈의 머리로 향했다.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전반 17분. 손흥민의 페널티킥을 만들어내는 장면에서도 황인범이 출발점이었다. 볼을 측면으로 돌리지 않고 앞선에 있던 이재성에게 내줬다. 도전적인 공격의 시작이었다. 이후 볼은 이재성, 손흥민, 오세훈, 이재성에 이어 손흥민에게 향했다. 결국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두번째 골로 연결됐다.

황인범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중앙에서 측면으로 들어가며 좋은 패스를 받아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리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최전방에 있는 선수들과 스위칭을 하면서 중앙, 측면 가리지 않고 맹활약했다.

2-1로 쫓기던 후반 29분 황인범은 단 한 번의 패스로 세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중원에서 상대의 견제가 느슨한 틈을 타 쇄도하는 배준호에게 킬 패스를 찔렀다. 황인범의 노련함과 날이 선 경기력이 빛났던 순간이었다.

대한민국 실점 장면. 사진캡쳐=쿠팡플레이 중계화면

#여전히 불안한 수비 집중력

전반 45분은 괜찮았지만 문제는 후반 초반이었다. 후반 15분 쿠웨이트 공격수 다함에게 실점했다. 집중력 저하가 컸다. 전반에 2-0으로 앞서나갔다. 선수들의 집중력이 살짝 떨어지는 시점이었다. 손쉽게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모든 선수들의 머리 속에 스멀스멀 전염되는 순간이었다.

중원에서 유셰프 마예드가 볼을 잡았다. 순간 그 누구도 이를 견제하지 않았다. 마예드는 손쉽게 크로스를 올릴 수 있었다. 방심과 집중력 저하로 인한 1차적인 견제 실패가 컸다. 이 볼을 잡은 다함은 환상적인 퍼스트 터치에 이은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상대의 슈팅이 워낙 좋기는 했지만 그 이전에 집중력이 떨어진 것은 너무나 아쉬웠다.

후반 40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쿠웨이트의 프리킥이 헤더로 연결됐다. 그 누구도 쿠웨이트의 헤더를 견제하지 못했다.

쿠웨이트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5위에 불과하다. 22위인 대표팀과 차이는 크다. 이런 팀을 상대로 집중력 저하로 인해 두 번의 빅 찬스를 내준 것은 되짚어봐야 한다. 대표팀은 이제 월드컵 본선 진출이 7부 능선을 넘었다. 조금씩 월드컵 예선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 본선에 대한 준비이다. 본선에서는 우리와 비슷하거나 우리보다 더 나은 팀과 상대할 수 밖에 없다. 집중력이 떨어진다면 이는 바로 실점으로 연결된다. 월드컵 본선에서 들러리만 서고 돌아오기 싫다면 쿠웨이트전에서 나온 두 차례 위기 상황은 꼭 복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