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Universe] 동국대학교 장민호
내일을 위한 오늘의 선택
프로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를 꿈꾸며 시작한 야구. 동국대학교 장민호도 마찬가지였다. 야구선수였던 아버지의 권유로 야구를 시작한 장민호는, 타고난 재능으로 고등학생 시절 또래 친구들보다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줬다. 하지만 팔꿈치 인대 수술을 받으며, 장민호는 고등학교 2학년 시절을 재활로 보내고 말았다. 그런 그에게 프로 입단은 남의 얘기만 같았고, 실제로 지명을 받고도 그 영광의 자리를 함께하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몇몇 사람들은 “하위 라운드라 싫었냐? 프로가 무서웠냐?”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1시간의 인터뷰 끝에 느낀 그의 진심은, 대학에서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뿐이었다. ‘당신의 선택이 두려움이 아니라 희망을 반영하길 바란다’라는 넬슨 만델라의 말처럼, 다가올 밝은 내일을 바라며 말이다. 이제는 마지막으로 선택받아야 하는 순간에 선 그에게, 4년 전 겨울의 영광이 다시 한번 피어나기를 응원한다.
Photographer 나인비 Editor 김연수 Location 더그아웃매거진 스튜디오
장민호
출생 2002년 7월 5일
신체조건 180cm 84kg
출신교 배재중-배재고-동국대
포지션 투수
투타 우투좌타
2024년 성적 6경기 7이닝 평균자책점 2.57 1승 0패 5탈삼진 4사사구 6피안타
최근 U-리그 A조의 조별리그가 가장 먼저 마무리되면서 동국대가 왕중왕전 진출을 확정 지었어요. 이후로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6월 3일 인터뷰)
끝나고 일주일 정도 쉬다가 다시 훈련을 시작했고요. 조별리그 치르는 동안 저희 팀이 방망이가 잘 안 맞아서 야수들이 특히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부분도 있을까요?
올해부터 ‘최강야구’ 오세훈 트레이너님이 운영 중인 센터에서 운동하고 볼을 던지고 있습니다. 대학 와서 한 번도 몸 관리 때문에 센터에 다녀본 적이 없었는데, 요즘 체력이 예전 같지 않더라고요. (웃음)
#마지막의 시작
올해 성적은 만족스럽게 나오고 있나요?
아쉽죠. 마운드에 오르면 삼진 3개로 딱 깔끔하게 이닝을 끝내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를 않네요. (헛스윙 삼진과 루킹 삼진 중 어떤 순간이 더 짜릿해요?) 루킹 삼진이요. 약간 ‘내 볼에 손도 못 댈 정도로 기가 막히게 던졌다’ 하는 느낌이 있어요.
아쉽다고는 했지만, 시즌 첫 등판부터 출발이 좋았어요. 8회 2사 상황에 마무리로 등판했던 웅지세무대와의 4월 11일 경기 기억나요?
가장 좋아하는 상황이 그런 순간이에요. 2사 상황에 올라와서 146km/h를 딱 던졌는데, 타자가 건드리지도 못하고 루킹 삼진이 나왔거든요. 근데 9회에 올라오자마자 바로 볼넷을 준 거죠. (웃음) 삼진도 잡고 이후에 추가점도 나오니까, 힘도 들어가고 기분이 좋고 들뜨더라고요. 바로 흥분을 가라앉히고 야수들 도움을 받아 병살로 잘 마무리해서 기분 좋았습니다.
4학년을 앞두고 지난겨울에 특별히 준비한 부분도 있을까요?
보통은 겨울에 혼자 재활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저도 예전에는 그랬는데, 올해는 재활을 안 하고 계속 학교에 나와서 틈만 나면 공을 던졌어요. 누구보다 많이 던졌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던지면서, 저만의 밸런스를 조금은 찾았다고 느껴져요.
재활 없이 시즌을 치르는 중인데 몸에 무리는 없어요?
시즌 초반에 조금 힘들었어요. 분명 구속이 149km/h가 나온다고 하는데, 정작 경기에 들어가면 스피드도 안 나오고 몸이 무거운 거예요. 그래서 오세훈 트레이너님한테 말씀드렸더니, 쉬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10일 정도 쉬면서 공을 아예 안 던지고 돌아왔더니 바로 회복됐습니다.
사실 작년은 어려움이 많았어요. 24.1이닝 20사사구 29피안타에 평균자책점이 15가 넘었어요.
시즌 전부터 몸이 아팠어요. 어깨랑 골반도 아프고 장염도 걸리면서 시즌 준비를 제대로 못 했거든요. 제대로 회복이 안 된 상태로 시즌이 시작되니까 아픈 곳들 때문에 투구 밸런스가 무너지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안타도 맞고 제구도 잘 안 됐습니다.
이후 곧바로 반등에 성공한 올해인데, 비결이 있다면?
아~ 이거 비밀인데. 자라나는 꿈나무들을 위해 조금만 공개하겠습니다. (농담) 몸의 방향을 앞으로 쓰려고 노력했어요. LA 다저스의 (야마모토) 요시노부 선수를 보면, 방향성이 되게 좋아서 몸이 홈플레이트 쪽으로 정확하게 보면서 던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모든 힘을 앞으로 쓴다’라는 생각이 드니까 공이 이상한 방향으로 휘지 않고 제구도 잘 되더라고요.
입학과 동시에 7경기 11.1이닝 13K 무실점을 기록했어요. 새로운 리그와 환경에 적응하기 어렵지 않았나요?
오히려 1학년이니까 못 던져도 괜찮다는 생각을 가졌던 게 좋게 작용한 거 같아요. 운도 좋았고요. 기록은 무실점이지만 사실 점수를 준 상황도 있었는데, 그게 다 다른 형들의 실점이 됐거든요.
고등학교와 비교하면 야구 외에 학교생활도 신경 써야 하는 점이 큰 차이로 느껴졌겠어요.
확실히 피곤해요. 저희 학교가 운동량도 많은 편인데, 훈련 끝나고 저녁에는 수업을 들어야 하니까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열심히 한 덕분에 이런 날에 교수님이 수업도 한 번씩 빼주시고, 마지막 수업 땐 보고 싶을 거라면서 아쉬워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괜찮아요, 교수님. 다음에 학교에서 보시죠”하고 왔습니다.
과거 인터뷰에서 ‘대학 생활을 하면서 미팅도 하고 CC도 하는 로망’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지난 3년 반 동안 후회 없는 대학 생활을 즐겼나요?
…진짜 이런 말을 왜 했을까요? 진짜 왜 그랬니, 과거의 나야. (그래서 로망은 이뤘어요?) 2학년 때까지는 많이 놀았어요. 3학년 때 아프고 성적이 안 좋았던 게 다 업보였던 거죠. (농담) 사실 입학하고 숙소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었거든요. 그리고 주위 친구들을 보면서 CC는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비록 로망을 다 이루진 못했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그때 열심히 논 덕분에 지금은 야구에만 몰입할 수 있는 거 같아요.
대학 와서 크게 달라진 것 중 하나가 포지션이에요. 투타를 겸업하다가 투수에만 집중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배재고 선배 중에 신우열이라고 탬파베이 레이스에 지명받은 형이 있어요. 그 형한테 “저 방망이는 잘 치지 않냐”라고 물어봤는데, “너 방망이 진짜 못 쳐. 세게 칠 줄은 아는데 못 쳐”라고 말하더라고요. 게다가 수비도 부족하니까 야수로서는 경쟁력이 없기도 했고요. 그래서 힘이 강하다는 장점으로 투수에 집중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그래도 고등학교 때 성적이 제법 잘 나왔는데, 타자에 미련은 없어요?
타구의 질은 진짜 좋은 편이었어요. 근데 최근에 야수 애들이 아파서 많이 빠지면서, 연습게임 때 한 세 타석 정도 나갔는데 못 치겠던데요? ‘타자 장민호’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려고 했는데 전혀 맞질 않더라고요. (고교 시절 ‘타자 장민호’와 맞대결을 붙으면 승부가 어떻게 될 거 같아요?) 너무 쉽죠. 고등학생 때는 가진 능력에 비해 성적은 별로였고, 타석에서 잡념도 많은데 패턴은 단순했어요. 지금은 마운드에서 별생각이 없다는 점이 오히려 결과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느끼거든요.
그 외에 투수로서 장점을 꼽아 보자면요?
공이 묵직한 편이라 직구가 제대로 들어가면 타자들이 시원시원하게 치질 못해요. 그래서 직구가 가장 자신 있고, 예전에 ‘최강야구’에서 이대호 선배님과 정근우 선배님을 삼진 잡았던 슬라이더도 어느 정도 완성됐습니다. 근데 스플리터가 아직은 어려워요. 분명 잘 떨어졌을 때랑 똑같이 던졌다고 생각했는데, 제대로 안 들어가고 오락가락하는 걸 보면 아직 온전히 제 구종은 아닌 거 같아요.
게다가 승부도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라 투구 흐름이 상당히 빠르더라고요.
따로 루틴이나 불필요한 동작도 없고 승부도 빠르게 들어가는 편이긴 하죠. 근데 요즘 공 던지고 마지막 임팩트 동작에 들어갈 때, 세게 던지는 느낌이 들도록 피니시 동작을 더 크게 해야 하나 고민이에요. 전 얼굴 새빨개지도록 열심히 던졌는데, 왜 살살 던지냐는 얘기를 가끔 듣거든요. 마지막에 ‘팍~!’ 하면서 멋있게 던지고 싶습니다.
보통 볼 배합은 주도적으로 이끄는 편인가요? 포수와의 호흡은 어떻게 맞춰나가요?
포수 믿고 던지는 경우도 있는데, 대체로 제가 던지고 싶은 걸 많이 던져요. 그래야 안타를 맞아도 흔들리지 않고, ‘이런 상황에는 직구가 아니었구나’ 하면서 배우기도 합니다.
#마이노
야구장 밖에서의 성격도 궁금해요. 선수들과는 보통 어떻게 지내요?
쉬는 날에는 센터 갔다가 친구들이랑 맛있는 거 먹고 가끔 술 한잔하는 거 정도? 특별한 취미는 없어요. 평소 성격은 기분 좋을 때랑 안 좋을 때 말수가 확실히 차이가 나는 편이에요. 원래 말이 많은 편이 아닌데 기분 좋으면 많아져요. (MBTI는 뭐예요?) ENTP요. 주변에서 대부분 맞히는 걸 보면 저랑 잘 맞나봐요.
E는 확실한 거 같아요. 예전에 유튜브도 했다면서요?
그거 저 아니에요. (증거 영상도 있던데요?) 네? 다 내렸는데? 고등학생 때 수술하고 일상이 너무 지루한 거예요. 그래서 시작했는데 시합 가면 상대 팀 애들이 “유튜버다~”라고 조롱하고, 어느 날은 스카우터분들이 “편집 잘하더라”라고 말하는 걸 듣는 순간 문제가 있다고 느꼈죠. (채널명은 뭐였어요?) 그거 때문에 그만둔 것도 이유 중 하나인데. (작은 목소리로) ‘짱민TV’요.
평소 관심을 즐기는 성격으로 보여요. 그럼, 야구 예능 ‘최강야구’에 출연했을 때는 긴장보다 즐거운 마음이 더 컸겠는걸요?
아녜요. 유명해지는 것보다 야구를 더 좋아하는 그런 사람입니다! 그래도 ‘최강야구’는 정말 재밌더라고요. 연습 경기 같은 느낌이라 떨리지는 않고 즐겁고 신기했어요.
당시 5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하며 호투를 보여줬어요. 특히 처음으로 상대한 타자가 이대호였는데, 어떤 노림수를 갖고 마운드에 올랐어요?
평소 강타자들을 만나면 더 세게 던지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그날도 평소보다 강하게 던졌는데 공에 힘도 잘 들어갔고 제구도 괜찮았습니다. 그리고 운이 좋았던 게, 그날 엄청 더웠거든요. 더운 날씨 탓에 선배님들 스윙이 잘 돌지 않은 덕분이었죠.
이후 ‘최강야구’ 대학 올스타전 특집에 다시 한번 출연하게 됐잖아요. 그날은 어땠어요?
그 경기가 제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죠. 일단 다른 대학 선수들 앞에서 제가 어떤 선수인지 보여준 기회가 돼서 감사했고요. 그날은 관중분들도 많이 오셨는데, 제 이름은 하나도 안 들리고 선배님들을 응원하는 소리만 들렸어요. 그래서 ‘나도 응원받으면서 야구 하면 정말 행복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다시 한번 프로 무대를 꿈꿀 계기가 됐습니다.
#선택의 순간
조금 조심스러운 옛날얘기를 해볼게요. 21년 신인드래프트 당시 키움 히어로즈의 지명을 받았지만, 이를 거부하고 대학에 진학했어요. 당시 어떤 상황이었나요?
드래프트가 진행되는 동안 대입 원서를 쓰고 있었어요. 당연히 지명이 안 될 줄 알고 한창 자기소개서를 쓰던 차였는데, 키움 히어로즈에서 뽑아주셔서 행복하고 감사했죠. 하지만 저 스스로 자신이 없었어요. 프로에 가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있었지만, 입단해서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1~2년 만에 방출되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그러면 다시 도전하기도 어려워지고요. 대학 가서 제대로 갖춘 다음에 멋있게 가자고 생각했습니다.
주위에 프로 가서 활약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후회가 될 때는 없었어요?
후회라기보다는 궁금한 마음이 컸어요. 만약 내가 프로를 갔으면 어땠을까, 화면을 왼쪽 오른쪽으로 딱 절반 나눠서 현재의 제 모습과 당시 프로로 갔을 때의 제 모습을 비교해 보고 싶어요. 지금까지 프로에서 살아남았을지, 어디에서 뭘 하고 있을지 궁금해요.
훨씬 더 예전인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면요, 지금쯤 야구선수를 하고 있을까요?
솔직히 모르겠어요. 보통 야구를 좋아하면 부모님께 야구 하게 해달라고 먼저 말을 하잖아요. 근데 전 그러질 않았으니까요. 오히려 축구를 좋아해서, 친구들이 인터폰으로 ‘축구 하자’라고 말하면 나가고, ‘야구 하자’라고 하면 집에서 안 나갔어요. 그러다가 갑자기 야구를 하게 될 거고 전학을 간다는 거예요. 평소 애들이랑 야구 하듯이 하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서 적응하기 정말 힘들었거든요. 학교 끝나고도 아빠가 엄격하게 훈련을 시켜서 그때는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시간이 큰 도움이 됐죠.
그렇게 힘들었는데도 본인에게 야구는 어떤 의미길래 계속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야구란 애증이죠. 좋아서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하다 보니 좋아졌고 그 어떤 스포츠보다 매력적이란 걸 느꼈거든요. 근데 좋은 만큼 더 잘하고 싶고, 그런 제 마음과 다르게 결과적으로 안 될 때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해요. 제 마음대로 되면 참 좋을 텐데, 그랬으면 누구나 오타니 (쇼헤이) 선수가 될 수 있겠죠. 너무 잘하기만 하면 재미없을 테니 매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발전하는 지금이 좋습니다.
올해부터 새로운 등번호를 달았던데요.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저희 아버지의 번호였습니다. 아버지도 야구를 하셨는데, 저랑 똑같이 배재중, 배재고, 동국대를 나오셨거든요. 그래서 결번이 생기면 16번으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의미 있는 번호인 만큼 올해 잘해야죠.
대학생으로 보내는 마지막 해예요. 얼마 남지 않은 시즌 목표가 있다면?
어쩌면 제 야구 인생의 마지막이 될 수 있잖아요. 이제 한 3, 4개월 남은 시간 동안 후회 없이 보내고 싶어요.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아프지 않고 재밌게 즐기면서 매 경기 후회 없이 던지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장민호를 응원하는 팬분들께 한 마디 전하면서 마무리할게요!
절 응원해 주시는 팬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응원해 주신다면, 제가 야구를 그만두는 순간까지 헤어 나올 수 없도록 제 매력적인 야구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지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4년 159호 (7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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