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에서 어디까지 거래해 봤니] 50억 제주 호텔도 팔려… 수십억원 부동산 거래 ‘척척’

유병훈 조선비즈 기자 2024. 9. 1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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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총 2억2000만 품목 거래
거래액은 16조8000억원
거래액 Top10, 부동산이 석권
당근에 올라온 60억원짜리 아파트 직거래 매물. 직거래 시 중개 거래보다 4620만원을 아낄 수 있다고 표시됐다. /당근

중고 거래 애플리케이션(앱) ‘당근’에서 최근 4년간 이뤄진 거래 중 최고가 품목은 인천 중구의 50억원짜리 부동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35억9800만원), 경기 포천 부동산(35억7000만원), 충북 청주 부동산(35억원), 울산 북구의 한 아파트(34억5000만원) 등이 거래 가격 상위 5위에 올랐다.

‘2021~2024년 연도별 당근 거래 가격 상위 10개 품목’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부동산은 지난 2021년 당근 거래 가격 상위 품목 10건 중 2건에 그쳤다. 하지만 2022년, 2023년과 2024년(1~7월)에는 당근 거래 가격 상위 품목 10건을 모두 부동산이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수십억원대 부동산은 중개 수수료만 수천만원에 이른다”면서 “중개 수수료를 아끼려고 중고 거래 앱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기나 분쟁에 휘말릴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1~7월 고가 거래 10개 품목 모두 부동산… 가격 합계 258억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난 2021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연도별 거래 가격 상위 10개 품목 자료를 제출받았다. 당근에 매물로 올라온 뒤 ‘거래 완료’로 표시된 품목을 분석한 것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해당 기간 당근에서는 총 2억2000만 품목, 16조8000억원어치가 거래된 것으로 추산된다.

2021년 당근 거래 가격 상위 10개 품목의 거래 가격 합계는 13억9930만원이었다. 10개 품목은 아파트 2건, 시계 6건과 가방 1건으로 나타났다. 부산 북구에 있는 아파트가 4억7000만원으로 거래 가격 1위였다. 이어 서울 강남구에서 거래된 시계가 1억3500만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서울 서초구에서 거래된 가방이 9050만원으로 8위였는데 이는 9위인 인천 남동구 아파트(9000만원)보다 비쌌다.

이어 2022년에는 당근 거래 가격 상위 10개 품목이 모두 부동산으로 채워졌다. 그러면서 상위 10개 품목 거래 가격 총액이 289억5000만원으로 급증했다. 2021년(13억9930만원)의 20배가 된 것이다.

2022년 최고가 거래 품목은 인천 중구의 부동산(아파트·상가를 제외한 사무실·주택· 토지 등)으로 50억원에 매매됐다고 한다. 이는 최근 4년간 최고가 거래 품목이기도 한다. 다만 부동산 주소, 사무실·주택·토지 구분 등은 개인 정보 보호 차원에서 공개되지 않았다.

또 2023년 당근 최고가 거래 품목도 제주 서귀포에서 22억원에 거래된 부동산이었다. 이와 함께 아파트 6건, 부동산 3건과 상가 1건이 거래 가격 2~9위에 들었다. 2~9위 품목 가격은 9억8000만원부터 21억원까지로 나타났다. 다만 2023년 당근 거래 가격 상위 10개 품목의 거래 가격 합계는 145억3000만원으로 2022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올해도 1월부터 7월까지 당근 거래 가격 상위 10개 품목을 모두 부동산이 차지했다. 아파트 4건, 부동산 4건과 상가 2건이다. 거래 가격 1위는 서울 강남구 아파트(35억9800만원)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4년간 거래 가격 2위에 해당한다. 다만 아파트 주소나 이름은 역시 개인 정보 보호 차원에서 공개되지 않았다. 2위는 경기 포천의 부동산(35억7000만원), 3위는 경기 화성의 부동산(28억원)이 각각 차지했다.

올해 1~7월 당근 거래 가격 상위 10개 품목의 거래 가격 합계는 258억1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추세로 가면 2022년 총액을 넘어설 전망이다.

한편 지난 2021년 당근에서 이뤄진 거래는 5100만 건, 액수는 2조9000억원이었다. 이어 2022년 5900만 건에 4조3000억원, 2023년 6400만 건에 5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7월까지 4100만 건, 4조4000억원이 거래됐다. 이런 추세로 가면 지난해 거래 규모를 넘어설 전망이다.

최근 4년간 당근 거래액 상위 10위. 2021년만 해도 시계와 가방이 부동산보다 많았으나 2022년부터는 거래액 상위 10위를 부동산이 모두 독식했다. /조선비즈
최근 4년간 당근 거래 건수와 거래 액수 추산. 당근에서 거래 성사 여부를 직접 확인하지 않기에 ‘거래 완료’로 표시된 거래를 집계했다. /조선비즈

개인 간 부동산 거래 시 사기 유의해야

부동산 거래를 당근에서 하면 중개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 중개 수수료는 부동산 가격에 비례해 올라간다.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에 따라 9억~12억원 미만의 주택 매매는 0.5%, 12억~15억원 미만은 0.06%, 15억원 이상은 0.07%를 법정 중개 수수료로 내야 한다.

예컨대 10억원짜리 아파트의 경우 부가가치세 10% 포함 550만원, 30억원 아파트는 2310만원을 중개 수수료로 내야 하는 것이다. 당근으로 거래하면 이 비용을 내지 않을 수 있다.

황진주 가톨릭대 공간디자인소비자학과 겸임교수는 “국내 부동산 거래에는 중개인의 보수가 큰 특수성이 있다”며 “거래 상대방이 믿음직하다면 플랫폼을 통한 직거래로 비용을 아끼는 것이 이득”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특히 다른 중고 거래 플랫폼보다 당근에서 유독 고액 물품 거래가 활발한이유에 대해 “당근 이용자와 플랫폼에 대한 신뢰가 쌓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거래 상대방의 거래 내역과 평판도를 공개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점이 고액 거래를 가능케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다른 사용자로부터 신고를 많이 받은 사용자의 글은 공개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도 당근에 신뢰도가 높은 거래자만 남도록 만들었다.

다만 거래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있더라도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부동산 거래를 할 경우 가격, 거래일, 집 상태 등은 물론 등기사항 증명과 소유권·신탁·가압류 여부·임차권등기명령·근저당권 설정 채권액 등을 거래 당사자가 스스로 확인해야 한다. 또 허위 매물이나 사기에 노출될 위험도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당근 등 중고 플랫폼 거래 규모가 폭증하는 가운데 이를 통한 사기 거래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만큼,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고가로 거래되는 물건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해 소비자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국세청은 지난 5월 당근 같은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사업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 이용자 525명에게 종합소득세 납부 안내 고지서를 보냈다. 8월 19일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안내문을 받은 525명 중 과세 당국에 자진 신고한 379명은 1인당 평균 4673만원의 수입을 신고했다. 그중 수입 금액 상위 10명은 1인당 평균수입이 2억2500만원에 달했다. 총신고액은 177억1400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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