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에 나서면서 이자 중심의 수익구조를 가진 은행권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KB국민은행은 총여신에서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정책의 직접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환주 국민은행장이 핵심 전략으로 비이자이익 확대를 내세운 것은 수익구조 다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은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 확실한 하반기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올해 1분기 순수수료이익은 270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004억원)보다 302억원 줄었다. 수수료수익이 4081억원에서 3761억원으로 320억원 감소한 영향이다.
총영업이익(2조7381억원)에서 순수수료이익이 차지하는 비중도 9.9%에 그쳤다. 기타영업수익으로 분류되는 유가증권으로 벌어들인 금액(4667억원)이 수수료수익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행장이 취임 초기부터 비이자이익 확대 의지를 표명했음에도 결과가 뒤따르지 않는 상황이다. 그는 올해 초 경영전략회의에서 "예대마진 중심의 전통적 은행 영업모델에서 수익원 다변화로 리딩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장해야 한다"며 "기업금융(IB) 중심으로 자산관리(WM), 기업투자금융(CB), 자본시장 부문의 질적·양적 성장을 추구해 비이자 비즈니스를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행장은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해 IB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IB·CB영업을 담당하는 CIB영업그룹 부행장으로 심재송 KB증권 전무를 선임한 것이 대표적이다. 금융권에서는 부행장들이 일반적으로 내부승진을 거쳐 임명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심 부행장은 일은증권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KB금융그룹에서도 증권사 경력만 쌓았다. 그는 사상 최초로 공모 규모가 10조원을 돌파해 '단군 이래 최대 기업공개(IPO)'로 불린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총괄하는 등 IB, 주식자본시장(ECM) 분야에서 능력을 증명해왔다.
아울러 지난해 국민은행이 업무효율화와 글로벌 영업지원 강화를 위해 시작한 100억원 규모의 IB 통합 플랫폼 구축 사업이 내년 하반기에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플랫폼이 완성되면 수작업이었던 업무가 전산화돼 전략을 효율적으로 수립할 수 있다.
이 행장은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해 WM 부문의 경쟁력도 키우고 있다. 이를 위해 2023년 은행권 최초로 획득한 투자자문업 라이선스를 활용하고 있다. 고액자산가 특화점포인 KB골드앤와이즈더퍼스트 3곳에서만 제공되던 투자자문 시범 서비스를 정식 업무로 전환하고 올해 안에 전국 프라이빗뱅킹(PB) 지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일반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비대면 서비스도 검토하고 있다.
최근 국민은행은 조직개편으로 시니어 고객의 WM 업무를 담당하는 '골든라이프부'도 신설했다. 60세 이상 고령층이 보유한 순자산 규모가 40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 행장이 전담부서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은행은 전통적인 비이자이익 확보 방법인 펀드 판매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시장 흐름에 맞춰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신규 테마를 발굴하고 다양한 고객의 투자성향을 고려해 25종의 펀드 상품도 선보였다.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 통계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민은행의 전체 펀드 판매잔액은 20조1826억원으로 은행권에서 규모가 가장 컸다. 경쟁사를 보면 △하나은행 18조610억원 △신한은행 16조8909억원 △우리은행 14조5377억원 등이다.
현재 국민은행은 수익성 측면에서 '효자' 역할을 하던 가계대출을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올 하반기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적용에 더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 '6·27 대출 규제'가 겹쳤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규제 발표 이후 일주일(6월30일~7월3일)간 서울 지역 은행권의 일일 주담대 신청액은 직전주(7400억원)의 절반 수준인 3500억원대로 집계됐다.
올 1분기 기준으로 국민은행의 전체 원화대출금 367조1917억원 가운데 가계대출(179조2889억원)의 비중은 48.8%에 이른다. 주담대 관련 대출채권 규모는 123조9659억원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객의 안정적인 자산형성을 최우선에 두고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자 중심의 수익구조를 넘어 비이자이익을 늘리는 등 수익구조 다변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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