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는 언제 찾아도 좋은 섬이지만, 특히 여름 연휴 기간이면 그 풍경이 더욱 다채로워집니다. 바람결 따라 펼쳐지는 푸른 해안선, 그리고 그만큼이나 강렬한 유혹을 품은 한 끼의 식사. 그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여행의 정점이라 부르는 게 있다면, 단연 ‘제주 흑돼지’입니다.
제주의 흑돼지는 단순히 고기가 아닙니다. 짙은 육향과 쫀득한 식감, 그리고 멜젓이라는 독특한 조합은 이 섬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의 기억’이 되죠. 하지만 고기집이 워낙 많다 보니 어디를 가야 후회 없는 선택이 될지 고민하는 것도 사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도민들도 줄을 서서 먹는 진짜 제주 흑돼지 맛집 네 곳.
흑돼지 숙성의 깊이를 보여주는 ‘숙성도’

서귀포시 상예동, 일주서로를 따라가다 보면 이른 저녁부터 긴 대기줄이 형성되는 식당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숙성도 중문점’입니다. 제주 흑돼지계의 ‘클래식’이라 불리는 이곳은, 고기를 무려 14일간 건식 숙성한 뒤 내놓는 것으로 유명해요.
삼겹살, 목살, 항정살, 앞다릿살 등 다양한 부위를 제공하며, 모든 고기는 직원이 직접 구워주는 방식으로 진행돼요. 이곳에선 굽기의 타이밍과 순서조차 하나의 완성된 코스처럼 느껴지죠. 특히 바삭하게 익힌 겉면과 속에 남은 촉촉한 육즙이 조화를 이뤄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미나리무침, 바질 소금, 와사비, 고사리 장아찌와 함께 곁들여지는 다양한 반찬들도 별미. 식사의 마무리는 이 집 시그니처 메뉴인 날치알 갈치속젓 볶음밥으로 가볍게 마무리하면 완벽한 코스가 완성됩니다.
- 주소: 제주 서귀포시 일주서로 1101 1,2층
-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 ~ 오후 10시
식감이 살아 있는 고기 맛, ‘큰돈가’

조용한 골목길에 위치해 있지만, 고기만큼은 대단한 존재감을 가진 ‘큰돈가 중문점’. ‘흑백세트’로 유명한 이곳은 목살과 오겹살을 함께 맛볼 수 있는 구성으로 고기의 다양한 식감을 경험할 수 있어요.
한입에 느껴지는 쫄깃함, 그리고 초벌 후 숯불에 올려지는 고기의 육즙은 일품. 특제 소스는 멜젓이 아니라 이 집만의 레시피로 만들어졌고, 고기의 풍미를 해치지 않고 감칠맛을 살려줘요.
상차림은 간결하지만 정갈합니다. 김치, 나물, 무절임, 직접 끓여낸 된장찌개까지. 사이드로는 부드러운 계란찜이나 고기 먹은 후 마무리로 먹기 좋은 국수류가 준비돼 있어 든든함도 함께 챙길 수 있어요.
- 주소: 제주 서귀포시 천제연로 89
- 영업시간: 정오 ~ 오후 10시 (오후 3~5시 브레이크 타임)
제주 흑돼지의 표준, ‘칠돈가 중문점’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칠돈가’는 제주도를 대표하는 흑돼지 체인 중 하나입니다. 전국적으로 분점을 둔 이유는 단 하나, 고기의 질이 뛰어나기 때문이죠.
삼겹살, 목살, 항정살까지 두툼한 두께감으로 제공되고, 직원이 각 부위에 맞게 직접 구워주는 방식이 초보 여행객들에게도 큰 만족을 줍니다. 셀프바 시스템 덕분에 반찬은 자유롭게 리필할 수 있어요.
제주 고사리, 멜젓, 겨자 간장, 쌈채소, 콩가루 등 반찬과 소스도 다채롭고, 김치찌개에는 고기가 넉넉히 들어 있어 단독 식사 메뉴로도 손색없습니다. 공간이 넓고 테이블 간격도 넉넉해 단체 여행객이나 가족 단위 방문에도 추천해요.
- 주소: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로 8
- 영업시간: 오후 3시 30분 ~ 오후 10시 (수요일 휴무)
조용한 인기 고깃집, ‘돈이랑’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돈이랑’. 겉보기엔 소박한 고깃집처럼 보이지만, 현지인 단골이 많아진 이유는 고기의 퀄리티에 있습니다. 항정살, 오겹살, 목덜미살, 생갈빗살까지 부위 구성이 다양하며, 손질도 깔끔해서 잡내 없이 담백해요.
특히 흑 목덜미살의 쫀득한 식감과 고소함은 이곳만의 자랑거리. 연탄불로 구워내는 방식은 고기 본연의 맛에 불향을 더해주고, 직원이 직접 구워줘 편하게 식사할 수 있습니다.
톳무침, 고사리, 멜젓 등 향토 반찬이 고기와 함께 나오고, 한라산 볶음밥은 고기 먹고 남은 기름으로 볶아내는 담백한 시그니처 식사 메뉴예요. 그 외에도 보말전복된장뚝배기, 보말해물라면, 물냉면 등 사이드 구성도 뛰어나 식사부터 후식까지 모두 만족스럽습니다.
- 주소: 제주 서귀포시 일주서로 953
-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 ~ 자정 12시
여행의 기억을 남기는 가장 제주다운 식사

흑돼지를 먹는다는 건,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서 제주의 땅과 바람, 그리고 시간까지 함께 씹어 삼키는 경험이 됩니다. 각 식당마다 고기 손질법도, 숙성 방식도, 반찬 구성도 다르지만 공통된 건 단 하나. 맛에 진심이라는 것.
이번 제주 여행에서는 도민도 줄 서는 흑돼지 맛집에서 그 진심을 직접 느껴보세요. 맛있는 고기 한 점이 여행의 기억을 얼마나 따뜻하게 만들어주는지, 분명히 알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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