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최악 가뭄②] 오죽하면 ‘폐광 지하수’를…물 부족에 매일 ‘지옥’
신안, 관정엔 염분 가득…농업용수 끌어다 식수로
[편집자주] 전남을 중심으로 남부지방은 올해도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완도·신안 등 섬지역은 매년 제한급수가 일상이 됐고, 대도시인 광주시도 30년만에 제한급수를 검토 중이다. 가뭄은 농촌과 산단에도 영향을 끼쳐 농업용수와 공업용수 확보에도 비상이다. 현재 급수상황, 가뭄 원인, 향후 대책 등을 전반에 걸쳐 짚어봤다.
(완도·신안=뉴스1) 박진규 서충섭 기자 = "오죽하면 폐광 지하수에, 농업 용수까지 식수로 끌어 쓰겠습니까?"
50년만의 대가뭄을 접한 완도 섬 지역 주민들은 현재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언제 비가 올지 하늘만 쳐다보며 하루하루 물 걱정에 일손이 잡히지 않고 있다.
21일 완도군 소안면에서 만난 김형식씨(62)는 물탱크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물탱크의 물 높이가 낮아질수록 그의 시름이 쌓여가고 있는 실정이다.
소안도는 지난 1일부터 2일 급수, 5일 단수에 들어간 지역이다. 완도군이 지정하는 '맛집'으로 소개됐던 김씨의 식당은 물 상태에 따라 그날 영업을 결정하고 있다.
김씨는 "이틀 동안 받은 물로 간신히 닷새를 쓰고 있다"며 "목욕하고 빨래할 물도 부족한데 식당 영업이 제대로 될 리 있겠냐"고 토로했다.
이어 "현재 노화도의 폐광 물까지 받아 쓰고 있다"며 "걱정은 되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고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지난주 7%의 저수율을 보였던 소안도의 식수원인 미라제 저수지는 이날 저수율이 6.2%까지 떨어졌다. 인근 노화도에서 지하수 240톤을 끌어다 매일 미라제 저수지를 채우고 있으나 연일 말라가는 상황이다.
급기야 완도군은 1990년대 중반까지 옥을 캐던 노화도의 폐광 지하수를 끌어다 인근 소안도 등 섬 주민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노화 폐광 지하수는 지난해까지 화약 등 불순물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대로 사용되지 않았으나 결국 가뭄에 지친 주민들은 공청회를 거쳐 8월부터 물을 공급받기로 했다.
다행히 수자원공사 검사 결과 1급수로 판정돼 먹는 물로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
완도군은 식수난 해결을 위해 새로 관정을 파는 작업에 착수했으나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지하수가 한정된 섬 지역에서 새 관정을 파는 것은 또다른 마을의 지하수 사정을 악화시키는 꼴이다.
군 관계자는 "완도에서 두번째로 인구가 많은 노화도가 23일부터 2일 급수 4일 단수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12월이면 김 수확이 시작되는데, 김 작업에 쓸 용수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30년만의 극심한 가뭄을 격고 있는 신안군 또한 물부족으로 인한 걱정이 가득하다. 당장은 농업용수를 끌어쓰고 있으나 내년 농번기철까지 가뭄이 계속된다면 농사도 포기해야할 판이다.
신안의 이달 중순 기준 올해 강수량은 654㎜로 평년 강수량의 62%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방상수도 13개소의 평균 저수율은 17~30%에 그치고 있다.
특히 주민 2900여명이 살고 있는 비금도의 경우 저수율이 17.2%에 그쳐 가장 심각한 상태다.
최준섭 비금면 신촌이장(73)은 "상수원지 물이 부족하다 보니 농업용저수지에서 5년째 물을 끌어다 식수원으로 쓰고 있다"며 "우선 사람이 먹고살아야지, 농사짓는다고 물을 놔둘 순 없지 않냐"고 토로했다.
이어 "물이 부족하다보니 여기저기서 관정을 추가로 파면서 기존 잘 나오던 지하수가 물이 적게 나오면서 주민들의 불만도 높다"며 "여기저기서 물 부족으로 아우성"이라고 전했다.
신안군은 섬 지역의 고질적인 물 부족 해소를 위해 농업용수를 끌어오고 지하수를 파 식수를 공급하며 간신히 제한급수를 면하고 있다.
가뭄이 가장 심각한 비금면에는 농업용 저수지에 12㎞의 관을 연결해 하루 600톤의 물을 수송하고, 관정도 2곳을 신규로 설치해 250톤을 공급하는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 물 부족에 대비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여기저기 관정을 파 지하수를 끌어올리고 있으나 염분이 나오면 이마저도 쓸 수 없게 된다"면서 "내년 3월부터 본격 시작되는 농번기철이 되면 농업용수를 더 이상 공급할 수 없어 제한급수가 불가피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zorba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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