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벨상 수상에 재조명된 블랙리스트, KBS와 조중동 '외면'

금준경 기자 2024. 10. 16.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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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블랙리스트 회자됐지만 일부 언론에선 언급하지 않아
조선일보, 블랙리스트 언급 없이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 K콘텐츠 저력 강조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소설가 한강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운데 관련 전시를 둘러보는 시민의 모습. ⓒ연합뉴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운데 과거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실이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KBS, TV조선·채널A 메인뉴스와 조선·중앙·동아일보 지면에선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사실 자체를 언급하지 않았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지난 10일부터 언론은 한강 작가에 주목하는 보도를 쏟아내다시피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언론에선 유독 찾아보기 어려운 키워드가 '블랙리스트'다. 한강 작가는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사실이 과거 특검 등을 통해 밝혀졌다. 박근혜 정부는 한강 작가의 작품을 정부지원 사업에서 떨어뜨리고 해외행사 참석도 여러차례 배제하도록 지시했다. 그가 5·18 민주화운동 등을 조명한 점을 불편하게 여긴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종편 메인뉴스 중에선 MBC, SBS, JTBC, MBN이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을 다루며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사실을 조명한 반면 KBS, TV조선, 채널A는 침묵했다. 주요 종합일간지 가운데는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 서울신문이 지면에 관련 소식을 다뤘고 조선·중앙·동아일보에선 관련 소식을 찾을 수 없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온라인 기사에서도 일절 다루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지난 11일 사설에서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개인의 영광을 넘어 문화 강국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의 K팝에 열광하고,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 한국 영화와 드라마는 아카데미상과 에미상의 주인공이 됐다”고 했다. KBS '뉴스9'도 지난 11일 “특히 최근 K-팝과 영화, 드라마 등 K-컬쳐가 떠오르면서 결국 한국 문화 전체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했다.

정작 한강 작가의 작품은 물론 대표적인 K콘텐츠로 거론되는 '기생충' '오징어 게임'의 감독이 과거 보수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들 언론은 한강 작가를 둘러싼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 일대기를 재구성했지만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실은 생략했다.

▲ 지난 11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 지난 11일 SBS '8뉴스' 갈무리

반면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1일 <'블랙리스트' 낙인.. 우수도서 탈락.. 축전 거부> 기사를 통해 블랙리스트 문제를 별도 꼭지로 자세히 다뤘다. '뉴스데스크'는 “한강 작가가 해외도서전에 못 나가게 막는가 하면, 세계적인 문학상을 받았을 땐 대통령이 축전 보내기조차 거부했다”며 “장구한 세계문학의 역사에 이름이 남을 작가와 작품을, 고작 몇 년 임기도 못 채울 권력이 옹졸하고 집요하게 괴롭혔던 것”이라고 했다.

SBS '8뉴스'는 같은 날 “'소년이 온다'를 쓴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포함돼 해외 문화교류 행사 지원에서 배제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SBS는 이날 온라인 기사 <'노벨상' 한강 박근혜 정부 땐 '블랙리스트'…'유해도서' 지정도>를 통해 블랙리스트 문제를 자세히 다뤘다.

▲ 지난 11일 MBN '뉴스7' 갈무리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는 다시는 블랙리스트가 부활해선 안 된다는 내용을 담은 사설을 냈다.

한국일보는 지난 12일 <'블랙리스트 작가'의 노벨상, 정치의 문화 억압 다신 없게> 사설을 통해 “이번 수상은 작품의 가치를 함부로 재단하려는 풍토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며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도 당시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 정권 입맛에 따라 창작의 자유를 위축시키려는 시도가 얼마나 퇴행을 부르고 개인을 넘어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위험이 큰지 다시 한번 새기게 된다”고 했다.

▲ 지난 12일 한국일보 사설 갈무리

경향신문은 지난 14일 사설에서 “인간 정신 자유를 통제하려는 권력의 시도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보여준다”며 “블랙리스트 같은 퇴행은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윤석열 대통령이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면 퇴행적 문화·언론 정책을 자성하고 정상화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 역시 지난 11일 사설을 통해 “일회적 영광에 그치지 않게 하려면, 우리의 문화적 역량이 더욱 고양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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