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성장 멈춘 적 없던 삼성전자, 빅테크업계 숨은 주인공 [전자만사]
엔비디아 첫 제품에 삼성 D램 있었다
구글 애플 빅테크 전성시대 뒤에는
메모리 반도체 끝없는 발전이 있어
부품과 세트 함께 만드는 삼성전자
우리도 몰랐던 혁신의 ‘히든 주인공’

이미 2주전의 일을 이제서야 얘기하는 것은 그날의 만남에서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삼성동 코엑스 무대에서 이재용 회장과 함께 얘기한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편지, 그리고 삼성과 함께 발표한 보도자료에 있던 내용 때문입니다.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편지 얘기도 많이 회자되었는데요. 젠슨 황 CEO가 1996년 한국에 처음 오게된 것이 이건희 회장이 황 CEO에게 쓴 편지 때문이었다는 것입니다. 그 편지에는 이건희 회장이 가지고 있던 세가지 비전이 담겨있었는데요.
첫째는 한국의 모든 시민들을 초고속 인터넷으로 연결하고 싶다는 것.
두번째는 한국에 첨단기술을 가져올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이 게임이라고 생각한다는 것.
세번째는 세계 최초로 한국에 비디오게임 월드컵을 열고 싶다는 것.
세번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황 CEO의 도움이 필요했고, 그래서 황 CEO는 처음 한국을 찾습니다.
1996년 당시의 엔비디아라는 회사는 정말 작은 회사였습니다. 1993년 설립된 엔비디아는 당시 첫번째 제품인 그래픽카드 NV1이 엄청난 실패를 하고, 두번째 제품인 RIVA 128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스타트업이었습니다. RIVA 128의 성공으로 엔비디아는 기사회생했지만, 삼성전자에 비하면 정말 정말 정말 작은 회사였죠.

삼성전자는 1992년 64M D램을 세계최초로 개발해 1993년 D램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고, 이후 2025년까지 한번도 1위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D램 시장의 신흥강자로 무섭게 떠오르던 삼성전자는 이를 레버리지로 해서 TV, 생활가전, 휴대전화 등의 세트제품 시장은 물론 디스플레이, 반도체 위탁생산 등의 부품 시장에서도 크게 앞서나갑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 1위가 된 이후 성장이 멈췄던 적이 없는 기업이었습니다. 올해도 325조원의 연간 매출이 예상되기 때문에 성장세는 아직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1996년 이건희 선대회장의 편지로 알 수 있는 것은 그가 전자산업(테크)이 어디로 향할지를 알고있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더 재미있었던 부분은 엔비디아와 삼성전자가 다음 날 같이 발표한 보도자료인데요. 삼성이 엔비디아의 GPU 5만장을 구매하기로 한 부분에 이런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엔비디아의 첫 그래픽카드 NV1에 삼성의 D램이 탑재되었고, 반도체 산업에서 최초의 상업적인 HBM(고대역폭메모리)도 삼성이 만들었다는 것.

이렇게 보면 삼성전자는 지금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챗GPT 같은 인공지능(AI)이 만들어지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HBM이 없었다면 AI의 성능이 이렇게 좋아지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뿐인가요? 사실 메모리 반도체는 우리가 아는 모든 전자제품에 들어갑니다. 스마트폰에서 개인용 컴퓨터, 데이터센터까지요.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고 중요한 혁신의 길목에 있던 삼성전자를 우리는 ‘빅테크’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빅테크라는 단어. 참 많이쓰는데요. 미국 주식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기업들.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알파벳), 아마존, 메타, 테슬라 같은 기업들이 빅테크죠. 지금은 미국 기업 시가총액 1-8위가 빅테크기업인데 예전에는 이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하는 서비스인 구글과 인터넷에서 물건을 파는 아마존이 커집니다. 인터넷에서 사람을 연결하는 페이스북(메타)도 2000년대에 등장해서 빅테크의 길을 걷습니다. 그리고 2010년대는 휴대용컴퓨터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등장이 테크 업계의 모든 규칙을 바꿉니다. 애플이 다시 세계 1위 기업이됐고, 스마트폰용 반도체 시장을 빼앗긴 인텔은 하락세를 걷습니다.
PC의 시대가 끝나고 스마트폰의 시대가 열리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망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2010년대에 클라우드의 시대가 시작됐고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AI의 시대도 클라우드 시대의 연장선상이라고 볼 수 있고, 1970년대 PC의 등장으로 엣지 디바이스로 넘어갔던 흐름이 스마트폰의 시대가 끝나면서 서버컴으로 다시 돌아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앙화된 서버의 시대에 중요한 반도체는 기존의 CPU가 아니라 엔비디아의 GPU이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범용 제품이 아닌 빅테크 맞춤형 반도체가 되었습니다. 이런 시대에 누구의 반도체든 척척 잘 만들어주는 TSMC가 반도체제조(파운드리)의 왕이 된 것은 당연한 귀결입니다.

이와 같은 계속 성장의 비결 중 하나가 반도체인데요. 반도체의 성능이 2년마다 2배씩 좋아진다는 무어의 법칙을 들어보셨죠? PC,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같은 것들이 가만히 있어도 성능이 좋아지거나, 가격이 떨어지는 이유는 반도체의 성능이 계속 좋아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거 반도체 성능의 개선을 주도했던 것은 인텔이었지만, 지금은 TSMC로 넘어갔고, 이제는 더이상 미세화가 힘들어지면서 반도체를 위로 쌓고, 옆으로 붙이는 각종 기교를 부리거나, 아니면 데이터센터 단위에서 성능과 사용전력을 줄이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메모리 반도체도 기술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는데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같은 대표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계속해서 메모리의 성능을 높이며, 가격의 하락을 주도했던 점은 PC -> 스마트폰 -> 클라우드 -> AI로 흘러가는 기술의 흐름에서 그 기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3개 회사 중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오랫동안 1위를 차지한 삼성전자일겁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부터 최종적인 완성제품(세트)까지 갖춘 세계 유일의 종합 전자기업이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자사의 완성제품에 사용해볼 수 있는 강점이 있습니다. 요즘 화제의 제품이 된 갤럭시Z 폴드7 스마트폰은 OLED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을 모두 만드는 삼성전자가 아니었다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제품이었습니다.

삼성전자에는 어떤 스토리가 있을까요? 한국 사람들에게 삼성전자의 스토리는 너무나 익숙합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1등 기업으로 지금 한국 경제의 번영을 만드는데 큰 기여를 한 기업이죠. 한마디로 한국인들의 국뽕을 자극하는 기업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테크산업의 역사에서 보면 어떨까요? 테크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삼성은 어떤 기업일까요? 부품기업이며 세트기업인 삼성전자는 알게모르게 세상의 혁신에 기여를 해왔습니다. 엔비디아 제품에 들어간 첫 HBM부터 시작해, 폴더블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 결제까지 세상도 삼성도 잘 모르는 혁신을 삼성전자는 꽤 많이 해왔습니다. 이번 젠슨 황 CEO의 방문을 계기로 저에게 든 생각입니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의 주가가 올라가면서 삼성전자의 시총이 5000억 달러에 근접해가고 있습니다. 전체 테크기업 중 13위. 단순히 기업가치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혁신을 바탕으로 한 성장이 뒤따라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삼성전자도 빅테크다’라고 주장할 수 있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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