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에도 나라 곳간 쉽게 안 여는 이유
외환위기급 강달러에도
나라 곳간 쉽게 안 여는 이유
연말·연초,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에 바짝 다가가는 등 강달러 현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 정도만으로 대응하면서 외환보유액을 함부로 써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비상계엄 사태 등 국내 정치 불안이 환율 급등(원화값 급락)을 부추겼음에도, 지난해 12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되레 소폭 증가했죠.
'분기 말 효과'라는 일시적 요인도 작용했지만, 금융당국이 섣불리 ‘실탄’을 소진하지 않는 배경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요?.
지난해 12월말
왜 외환보유액이 늘었나?
먼저 숫자부터 살펴볼까요.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56억 달러로, 전달보다 2억 1,000만 달러가 늘었습니다.
지난해 12월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86.7원까지 치솟으면서, “당국이 환율 방어에 총력전을 벌일 것”이라는 예측도 많았는데요.
그런데 예상과 달리 외환보유액이 주저앉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난 겁니다.
한국은행은 “금융기관들이 연말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외화를 한국은행 계좌에 예치하는 ‘분기 말 효과’가 외환보유액 감소를 막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시중은행이 보유한 달러를 중앙은행 계좌에 넣으면, 이 달러가 고스란히 외환보유액 항목인 ‘예치금’으로 잡히면서 외환보유액 규모가 불어나는 셈입니다.
여기에 전 세계 주식·채권 시장이 미국 증시 활황에 힘입어 일부 반등한 것도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는 데 기여했습니다.
한국은행이 보유한 국채·회사채 등 유가증권 일부를 매도해 얻은 이익, 해외 주식 운용 수익 등도 플러스 요인이 됐다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한국은행과 기재부가 환율 폭등 국면에서 대규모 달러 매도 개입(‘환율 방어’)을 자제함으로써, 원화값이 가파르게 하락했음에도 외환보유액이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는 분석이죠.
강달러 폭주
왜 실탄을 안 쓸까?
그렇다면 외환당국은 왜 환율이 1,500원을 위협하는 상황에서도 적극 시장개입을 자제했을까요?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가 전반적으로 강한 상황이어서, 특별히 원화만 유독 큰 폭으로 떨어지는 건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습니다.
“원화만 약세 아니다”라는 건데요.
실제로 지난해엔 글로벌 강달러 흐름 속에 엔화·유로화·파운드화 등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습니다.
정부 입장에선 “모두가 달러에 밀리고 있는 형국이라면, 굳이 우리가 외환보유액을 대량 소진하면서까지 인위적 방어에 나설 이유가 덜하다”는 계산이 가능했던 거죠.
그리고 외환보유액은 외환위기 같은 국가 비상사태 때 쓰는 ‘최후의 실탄’입니다.
국책 연구기관 KDI 역시 “과거 다수의 신흥국에서 과도한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을 소진하다가 외환위기가 발생한 사례가 있다”며 정부의 신중 대응을 권고했습니다.
특히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과거처럼 특정 환율 수준을 목표로 개입하기보다는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질 때만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으로 대응한다”고 밝혔습니다.
구두 개입(“시장 흐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등)만으로도 일시적 환율 안정 효과를 노릴 수 있기에, 굳이 외환보유액을 대량 투입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그리고 여러분.
금융당국이 외환보유액을 섣불리 쓰지 않는 배경엔 ‘4,000억 달러 선’을 굳건히 지키는 심리적 이유도 있습니다.
‘외환보유액 4000억 달러 선’에 명확한 근거는 없는데요. 심리적 마지노선에 가깝습니다.
쉽게 말해, 외환보유액이 갑자기 3,900억 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심리적으로 ‘외환위기 재발’ 경계감이 확 커질 수 있죠.
금융당국 입장에선 이런 심리 불안 자체가 환율 급등(원화값 급락)을 더 키울 우려가 있기에, ‘4,000억 달러’를 지켜내고 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지식토스트 #지식토스트_모닝브리핑
Copyright © 미스터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