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들이 의도적으로 만든 ‘착한 거짓말’…안전을 위한 국제 규정

대부분의 운전자는 속도계에 표시된 수치를 그대로 믿지만, 실제 속도는 다를 수 있다. 제조사가 의도적으로 만든 오차의 이유와 확인 방법을 살펴본다.
운전 중 가장 자주 확인하는 계기판 정보는 단연 현재 속도다. 과속 단속을 피하고 안전 운전을 유지하기 위해, 운전자는 속도계의 숫자를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그러나 실제로 속도계는 출고 당시부터 ‘실제보다 높게’ 표시되도록 설계돼 있다. 이는 결함이 아니라, 모든 제조사가 지키는 안전 규정에 따른 것이다.

국제 규격과 국내 자동차 안전 기준에 따르면, 속도계가 실제보다 낮게 표시되는 것은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 반면 실제보다 최대 10%+4km/h까지 높게 표시하는 것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실제 시속이 97km/h일 때 계기판에 100km/h가 표시되는 상황은 정상 범위다. 제조사들은 이를 ‘안전 마진’이라 부르며, 운전자가 무심코 과속하는 위험을 줄이는 장치로 활용한다.

속도계 오차는 의도적인 설계뿐만 아니라 기술적 요인에서도 발생한다. 속도계는 바퀴 회전수를 기준으로 계산되는데, 타이어 크기나 마모 상태, 공기압 변화가 오차를 유발한다. 순정보다 큰 타이어로 교체하면 속도계가 실제보다 낮게 표시돼 위험해지고, 반대로 타이어 마모나 공기압 부족은 표시 속도를 높인다.

그렇다면 자신의 차량이 실제로 얼마의 속도로 달리고 있는지 확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정확한 방법은 GPS 기반 측정이다. 티맵, 카카오내비, 네이버 지도 같은 내비게이션 앱은 위성 신호로 속도를 계산하므로 오차가 매우 적다. 고속도로에서 크루즈 컨트롤을 100km/h로 설정하고 GPS 속도를 확인해 보면, 보통 95~98km/h 범위를 보게 된다. 이 차이가 곧 속도계의 ‘착한 거짓말’이다.

속도계의 오차는 운전자를 속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과속으로 인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안전 장치다. 운전자는 계기판 속도가 실제보다 다소 높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도로 환경에 맞는 안전 운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이 작은 오차 덕분에 우리는 오늘도 조금 더 안전하게 주행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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