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계곡 트래킹을 위한 가이드 5

안녕. 객원 필자 조서형이다. 여름은 캠핑의 비수기라 알려져 있다. 날이 추우면 불이라도 피우는데 뜨겁고 축축한 날씨는 그저 당황스럽다. 캠핑용 선풍기 정도가 전부다. 이 계절은 모기와 벌레가 극성을 부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여름엔 뭘 하고 노는 게 좋을까? 땀에 젖어 찝찝한 채로 벌레 소리를 들으며 어렴풋한 밤을 보낼 수 있다. 한여름엔 밖에서 뭘 할 생각을 아예 접는 것도 방법이다. 피하거나 참지 않고 여름을 즐기는 수도 있다. 바로 계곡이다.

계곡을 따라 찰방찰방 물을 밟아가며 자갈길을 걷는다. 상류로 오르다가 물가에서 적당히 멀고 수풀이 우거진 장소가 나오면 텐트를 친다. 이미 트래킹을 하며 옷도 젖었겠다, 몸이 덜덜 떨리도록 차가운 물에서 실컷 수영을 한다. 계곡 트래킹은 산과 물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여름만의 즐길 거리다. 누구나 그렇듯 기간 한정은 놓치고 싶지 않은 아이템일 것이고.

계곡 트래킹을 걱정 없이 즐기기 위한 아이템과 팁 몇 개를 챙겨보았다. 아래엔 수려한 자연 속 물놀이와 트래킹을 즐길 만한 국내 장소도 덧붙였다. 한여름에도 꿋꿋하게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고 싶다면 대낮에도 선선한 공기가 흐르고 얼음 없이도 계곡물에 과일과 맥주를 담가 차갑게 먹을 수 있는 계곡으로 가자.


[1]
방수 백팩 만들기

계곡 트래킹은 언제든 젖을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계곡에 퐁당 들어가 물놀이를 즐길 생각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계곡에선 언제 휩쓸리고 뭘 밟아 중심을 잃을지 모른다. 백팩 자체가 완전 방수가 되어 짐을 보호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드라이 백 형태의 트래킹 가방은 흔치 않고 또 그만큼 무겁기 마련이다. 생활 방수 정도는 대부분의 백팩이 커버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챙겨온 침낭이나 담요 등이 젖으면 매우 곤란해진다. 자기 전까지 완전히 말리기가 어려울 것이다. 젖은 솜은 무게가 많이 나갈 뿐 아니라 물에 닿았을 때 손상되기 쉽다.

이때 추천하는 방법은 평소에 사용하는 백팩 안에 김장용 비닐 등 커다란 봉지를 깔고 그 안에 짐을 담는 것이다. 작은 비닐 여러 개를 활용해 용도별로 짐을 따로 넣어도 된다. 비닐봉지에 공기를 불어 넣고 단단히 조이면 방수 팩이 된다. 이 경우에 깊은 물에 빠졌을 때 백팩이 튜브 역할을 해준다. 부력으로 어느 정도는 뜬다.

이날 나는 커다란 카메라와 휴대폰을 손에 쥐고 트래킹했다. 중심을 잃고 바닥에 손을 짚어야 할 때마다 조마조마했다. 손에 아무것도 쥐지 않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여전히 사진 촬영을 놓치고 싶지 않으니 다음에는 전자기기 전용 방수팩을 준비할 생각이다.


[2]
길고 잘 마르는 옷

계곡 트래킹을 위한 옷을 고를 때는 물 빠짐이 좋은 소재를 찾자. 면보다는 나일론 소재가 물을 먹지 않아 가볍고 빨리 말라 도움이 된다. 주로 트래킹 복장은 긴 바지가 보통이다. 반바지를 입을 때는 무릎 아래까지 오는 양말을 신는다. 돌과 풀을 헤치고 걷다 보면 상처가 나기 쉬워서다. 바짓단이 물살에 휘청이는 게 영 불편할 것 같아 나는 반바지를 선택했다. 때문에 언제 긁힌 지 기억도 나지 않는 상처가 몇 남았다. 짧은 바지와 긴 바지 중 뭐가 나을지 고민된다면 지퍼를 열어 바지 아랫부분을 떼어낼 수 있는 투웨이 쇼츠가 좋겠다. (투웨이 쇼츠 추천 기사는 여기(http://the-edit.co.kr/46165))


[3]
튼튼한 다리 추가요, 등산 스틱

나는 등산 스틱을 활용한 트래킹에 익숙지 않다. 처음부터 스틱 없이 걸어와서 이제는 오히려 거추장스럽다. 계곡을 건널 때는 다르다. 일행이 자신의 스틱 하나를 내어주지 않았다면 계곡 트래킹에 스틱이 이렇게 유용한지 몰랐을 거다.

계곡을 걸을 때는 온 신경을 발끝에 모으고 바닥의 상태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이끼가 낀 미끄러운 바위나 흔들리는 바위에 발을 디디고 체중을 옮기면 그대로 젖는 거다. 수초가 우거진 곳이나 지대가 높아 바위가 마른 곳이 있다면 그쪽으로 걷는 게 편하다. 물살이 센 구간에서는 돌 틈에 발을 끼워 한 발을 고정하고 뒷발을 떼며 걷는다. 계곡 트래킹은 평지를 걸을 때보다 시간을 길게 잡아야 한다. 거리만 보고 계산했다가 원하는 시간에 박지(텐트를 칠 수 있는 땅)까지 도착하지 못할 수 있다.

물이 맑은 상류로 갈수록 눈대중으로 물 깊이를 파악하는 게 어려워진다. 이때 스틱을 활용하면 깊이를 가늠할 수 있어 좋다. 스틱이 있으면 허둥대지 않을 수 있다. 우아하게 중심을 잡고 물의 깊이와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4]
적절한 신발

계곡 트래킹에 가장 신경 써야 할 아이템은 신발이다. 물이 바로 빠지지 않는 소재라면 발이 무거워져 이내 걸을 수 없게 된다. 바닥이 미끄러운 해변용 슬리퍼는 발목과 다리에 힘이 많이 들어가 오래 걷기 어렵다. 뒤꿈치를 잡아주는 부분이 없는 신발을 신으면 부력으로 신발만 물에 휩쓸려 내려가기에 십상이다. 앞부분이 트인 형태의 샌들은 돌에 부딪혀 발가락을 다칠 수 있다.

발가락 사이를 가르는 플립플롭 형태의 신발도 계곡 트래킹에 좋은 선택은 아니다. 거친 물살을 발가락 사이의 여린 살이 온전히 받아내야 하는데 기분이 별로다. 진짜로 플립플롭 형태의 신발은 이왕이면 신지 말자. 내가 루나 샌들을 신고 가서 할 수 있는 말이다.

차라리 등산화를 신는 것도 방법이다. 어차피 조만간 세탁할 예정인 등산화가 있다면 오히려 좋다. 등산화라도 고어텍스 소재는 신발에 물이 차 어항을 신고 걷는 기분이 들게 할 테니까 피하자. 물에 젖은 등산화는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 말려야 변형을 막을 수 있다. 말리는 일이나 젖은 등산화를 신는 일이 내키지 않는다면 여름 트래킹용 신발을 구해 신는 걸 추천한다.


[5]
모기 비켜! 벌레 퇴치용품

물가는 모기가 많다. 많은 여름의 곤충이 물에 알을 낳기 때문에 그렇다. 계곡 트래킹의 경우 물가인 데다 산모기까지 감당해야 한다. 도시에서 마주치는 녀석들보다 계곡의 녀석들은 다양하고 강력하다. 벌레에 쏘이고 물리는 것 역시 아웃도어 활동의 일환이라 할 수 있겠지만, 역시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 이날은 큰 비가 온 다음이라 준비는 간단히 했다. 비가 온 다음에는 알이 모두 계곡 하류로 쓸려 내려가 벌레가 많지 않은 편이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모기향을 준비했다면 젖은 바닥에 놓는 것보다 공중에 고정하는 방법이 낫다. 모기! 비켜(주세요)…

아웃도어 활동 모두가 그렇듯 자연 앞에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대범함을 보이거나 일상에서 숨기고 있던 용기를 함부로 꺼내어선 안 된다. 위 아이템을 꼼꼼히 준비했다면 날씨와 루트를 숙지해야 한다. 물이 불어나 사고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는 것도 중요하다. 계곡 트래킹 예정이라면 육지의 누군가와 미리 일정을 공유해두자. 이날 우리는 트래킹 전 캠핑장에 주차해 놓았고, 캠핑장 사장님이 틈틈이 안전과 생사 확인을 위한 전화를 주셨다.

오지의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우리나라의 계곡으로는 강원 양양의 법수치 계곡, 삼척의 덕풍계곡, 홍천의 수타 계곡, 인제의 미산 계곡, 경북 영양의 왕피천 계곡, 경남 산청의 백운 계곡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