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춧가루 "이렇게 보관하면 10년도 먹습니다" 당장 꺼내세요

조회 230,6872025. 4. 6.

고춧가루는 김치, 찌개, 나물 무침, 각종 양념장까지 어디에든 쓰이는 한국 요리의 핵심 재료다. 그런데 매년 여름 말에 대량으로 구매해 냉장고나 냉동실에 넣고 쓰다 보면 몇 달 지나지 않아 색이 탁해지거나, 특유의 신선한 향이 사라지고 심지어 곰팡이나 덩어리가 생기기도 한다.

그 이유는 단순히 온도 문제만이 아니다. 고춧가루는 수분, 산소, 냄새, 햇빛 등에 모두 민감한 재료이며, 보관 상태에 따라 품질이 확연하게 달라진다.

냉장고에 넣어 두면 당연히 오래 갈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상 냉장 보관만으로는 고춧가루의 품질을 지켜내기에 부족하다. 고춧가루가 덩어리지지 않고, 색과 향을 그대로 유지하려면 반드시 보관 전 몇 가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지금부터 설명할 고춧가루 1년 보관법은 단순한 밀봉 그 이상이다. 잘못 보관한 고춧가루는 맛뿐 아니라 위생까지 위협할 수 있다.

덩어리지기 전, ‘풀어주는’ 작업이 먼저다

고춧가루를 보관하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하는 첫 번째 작업은 덩어리 풀기다. 이 과정 없이 바로 봉지에 밀봉해 냉장고에 넣는다면, 내부의 수분과 고추기름 성분이 서로 엉겨 점차 큰 덩어리를 만든다. 시간이 지나면 이 덩어리 안에 곰팡이가 생기거나 쿰쿰한 냄새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 상태로 음식을 만들면 고춧가루 특유의 풍미도 사라지고 깔끔한 맛을 내기 어렵다.

덩어리 풀기는 단순히 손으로 뭉친 걸 부수는 게 아니다. 고춧가루를 넓은 쟁반이나 대접에 펴놓고, 나무 숟가락이나 마른 손으로 충분히 저어가며 공기를 섞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5분 정도만 거쳐도 남아 있는 수분이 날아가고, 입자 사이 공기가 유입돼 뭉침을 예방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손에 물기나 기름기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량의 수분만 들어가도 이후 냉장에서 응결이 생길 수 있다.

1차 밀봉은 ‘숨 쉬는 봉지’가 아니라 ‘숨 막히게’ 해야 한다

고춧가루 보관에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지퍼백이나 대형 봉투에 대충 넣고 입구만 접는 방식이다. 겉보기엔 밀봉한 것처럼 보여도, 사실상 산소와 수분이 자유롭게 들고 나는 구조다. 공기와 접촉하는 양이 많을수록 고춧가루는 빠르게 산패하며 색이 변하고 향이 사라진다. 보관 중 밀봉이 잘 안 된 고춧가루를 꺼내보면 색이 칙칙해지고 기름이 뜬 듯한 느낌이 들게 된다.

1차 밀봉은 반드시 봉지 내부의 공기를 최대한 빼고, 두툼한 플라스틱 지퍼백이나 진공팩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손으로 눌러서 공기를 제거하는 것도 좋지만, 가능한 경우 진공 밀봉기를 이용해 공기 자체를 제거하는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다. 이때 1회분씩 소분해 두면 나중에 꺼낼 때 전체 포장을 열 필요 없어, 고춧가루가 외부 공기와 접촉하는 횟수를 줄일 수 있다.

2차 밀봉은 ‘외부 냄새 차단’이 핵심이다

1차 밀봉만으로는 보관이 끝나지 않는다. 냉장고 안은 생각보다 다양한 냄새가 뒤섞인 공간이다. 반찬통, 마늘, 생선, 된장 등에서 나오는 냄새 입자가 아주 미세하게 순환하면서 고춧가루로 스며들 수 있다. 고춧가루는 지방 성분이 있기 때문에 냄새를 쉽게 흡수한다. 이렇게 냉장고 냄새가 밴 고춧가루는 아무리 좋은 음식에 써도 전체 맛을 흐리게 만든다.

2차 밀봉은 단열 성능이 좋은 비닐팩이나 실리콘 보관팩에 고춧가루 봉지를 다시 넣어, 외부 냄새로부터 한 번 더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이중 구조를 만들면 온도 변동, 습기, 냄새, 충격 등 복합적인 요소에서 보호막을 형성하게 된다. 특히 진공 밀봉한 고춧가루를 다시 비닐팩에 담는 방식은 고춧가루 전문 업체에서 쓰는 방식과 거의 동일하다.

보관 온도는 0~4도, 위치는 ‘내벽 쪽’이 아닌 ‘중간 칸’

냉장고에 넣을 때에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고춧가루를 냉장고 문 쪽이나 맨 위칸에 보관하는데, 이는 온도 변화가 가장 큰 구역이다. 냉장고 문은 열고 닫을 때마다 외부 공기와 접촉하면서 수분이 맺히고, 온도가 급격히 변한다. 맨 위칸 역시 냉각기와 가까워 응결 현상이 쉽게 발생하고, 습기와 서리가 낄 수 있다.

가장 적합한 위치는 냉장고 내부 중간칸, 정온이 유지되는 구간이다. 온도는 0~4도 사이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으며, 되도록 냉장 보관 기간은 6개월 이내로 하고, 이후에는 냉동 보관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냉동 보관 시에도 위와 동일한 이중 밀봉 방식으로 하는 것이 좋으며, 다시 사용할 때엔 필요한 양만 꺼내 즉시 사용하고 나머지는 바로 다시 냉동실에 넣는 것이 원칙이다.

색, 향, 매운맛까지 유지하려면 ‘차단과 분리’가 핵심이다

고춧가루 보관의 본질은 변질을 늦추는 것이 아니라, 산소·습기·냄새·온도·빛으로부터 차단하는 데 있다. 고춧가루가 쉽게 상하는 이유는 재료가 가공 후 지방과 수분을 일부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며, 외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가장 이상적인 보관은 빛 차단이 되는 불투명 용기에 이중 밀봉 후, 일정한 온도에서 외부 접촉 없이 꺼내 쓸 수 있도록 소분해 두는 것이다.

이 콘텐츠가 마음에 드셨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