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공개한 전기 상용차 'PV5'에 쏟아지는 해외 언론의 찬사다. 출시 두 달, PV5는 예상을 뛰어넘는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상용차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캠핑카부터 가족용 승합차까지, 그 쓰임새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PV5를 직접 살펴보면 기아가 왜 이 차에 '게임 체인저'라는 수식어를 붙였는지 이해가 간다. 전장 4,695mm, 전폭 1,895mm의 박스형 차체는 마치 레고 블록처럼 용도에 따라 변신한다. 5인승 패밀리카가 필요하면 승객용으로, 짐을 싣고 다녀야 하면 화물차로, 주말마다 캠핑을 즐긴다면 캠핑카로 바꿀 수 있다.

핵심은 기아가 새롭게 개발한 'PBV' 플랫폼이다. 기존 EV6, EV9에 쓰인 E-GMP 플랫폼을 상용차에 맞게 재설계한 이 기술은 표준화와 모듈화를 극대화했다. 서울 인근 화성공장 생산 라인에서는 단축형, 장축형, 고상형, 좌핸들, 우핸들 차량이 하나의 라인에서 동시에 조립된다. 마치 블록을 끼워 맞추듯 필요한 부분만 더하거나 빼면 되기 때문이다.

가격은 더욱 놀랍다. 4,200만원부터 시작하는 이 차는 동급 전기 밴 대비 월등한 가격 경쟁력을 자랑한다. 51.5kWh 배터리를 장착한 기본형은 1회 충전으로 280km를 달릴 수 있고, 71.2kWh 대용량 배터리 모델은 377km까지 주행 거리가 늘어난다. 복합 전비는 4.5~4.8km/kWh. 박스형 차체임에도 공기저항계수가 0.29에 불과해 효율성이 뛰어나다.

실내로 들어가면 상용차라는 선입견이 무너진다. 낮은 벨트라인과 대형 윈도우 덕분에 시야가 탁 트여 있고, 축거 2,995mm에서 나오는 넉넉한 공간감은 프리미엄 SUV 못지않다. 기아 차량 중 처음으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해 배송 업체는 전용 앱을 바로 설치할 수 있다. 냉동차로 개조했다면 냉동 장치 제어도 차량 화면에서 가능하다.

화물 적재 공간은 최대 5.2㎥에 달한다. 승객용 모델은 조수석을 완전히 제거해 추가 수납 공간을 만들 수 있고, 고상형 모델은 격벽 없이 뒤쪽까지 이동이 가능하다. 얼룩 방지 소재로 마감한 실내는 청소가 쉬워 업무용으로도, 가족용으로도 부담이 없다.

주행 성능도 기대 이상이다. 모터 출력은 120~161마력, 최대토크는 25.5kg.m로 디젤 상용차에서 흔히 느끼던 답답함이 없다. 낮은 무게 중심 덕분에 코너링이 안정적이고, 작은 회전반경은 좁은 골목길에서도 빛을 발한다.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은 매일 운전하는 직업 운전자들에게 축복이 될 것이다.

기아의 야심은 PV5에서 그치지 않는다. 2027년에는 한 단계 큰 PV7이, 2029년에는 대형 모델 PV9이 출시된다. 세 모델을 합쳐 2030년까지 25만 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섀시 캡 모델은 냉동차, 픽업트럭은 물론 캠핑카로도 개조할 수 있어 활용도가 무한대다. 기아는 이런 개조 모듈을 직접 공급할 계획이어서 개인 사업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전기 상용차 시장은 그동안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PV5는 이런 빈틈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전용 전기차 플랫폼,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 무한한 확장성을 모두 갖춘 첫 상용 전기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아는 이제 현대차그룹의 또 다른 얼굴이 아니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이끄는 선두주자가 됐다. PV5는 그 증거다. 평범한 출퇴근용 세단에서 시작해 이제는 상용차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완성한 기아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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