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아탈란 주한튀르키예 상공회의소 회장·사란 튀르키예 투자청 서울 대표 | “韓·튀르키예 무역 불균형 심화… 한국과 FTA 재협상 희망”
한국인에게 ‘형제의 나라’로 알려진 튀르키예의 별명은 ‘유럽의 공장’이다. 튀르키예는 제조업이 발달해 있어 유럽 및 주변국의 생산 기지 역할을 한다. 튀르키예는 유럽과 수출입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한국과 교역은 튀르키예에 불균형적이다. 2023년 기준, 튀르키예가 한국에 수출한 액수는 14억3860만달러(약 1조9234억원)로 수입액(89억8842만달러)의 16% 수준이다. 튀르키예는 한국과 무역 불균형을 균형 관계로 맞추는 한편 양국의 무역액을 늘리고자 올해 1월 주한튀르키예 상공회의소도 출범했다.
최근 서울 여의도 IFC에 위치한 주한튀르키예 상공회의소에서 메틴 아탈란 주한튀르키예 상공회의소 회장과 타하 사란 튀르키예 투자청 서울 대표(한국 지부장)를 만났다. 독일 출신인 아탈란 회장은 독일에서 사업을하다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2012년에 한국을 찾았다. 아탈란 회장은 “한국은 원자력은 물론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면서도 “튀르키예는 지리적 장점이 있고 1996년 발효된 관세동맹에 따라 유럽연합(EU)에 준하는 관세 혜택을 받고 있기에 한국 기업이 튀르키예에 진출하면 이점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란 지부장은 2008년 대구에서 대학 생활을 하기 위해 한국을 처음 찾았다. 그는 2012년 대학 졸업 후 자국으로 돌아갔다가 2016년 한국 지부장 자격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사란 지부장은 “튀르키예는 유럽 및 중동 시장 진출을 위한 생산 기지”라고 강조했다. 실제 튀르키예는 2022년 기준, 연간 총생산량(135만2000대)의 71.7%에 해당하는 97만 대의 자동차를 수출했다. 수출된 자동차는 주로 유럽(65%)으로 향했다. 사란 지부장은 “튀르키예 정부는 내·외국인을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은 물론 각종 세금 감면, 연구개발을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해외 기업 유치에 적극적”이라고 했다.
양국의 주요 수출입 품목은 무엇인가.
아탈란 “한국이 튀르키예에 주로 수출하는 품목은 자동차, 자동차 부품, 전자 및 기계, 석유화학 제품이다. 반대로 한국은 튀르키예의 바이오·제약 수출 1위 시장이다. 한국으로 수출하는 액수의 약 절반에 해당한다. 소수의 한국 기업이 튀르키예로 혈액제제, 혈장제제를 수출한 다음 포장 및 가공 작업을 수행한다. 이후 한국으로 가져오거나 다른 나라로 수출한다.”
한국과 튀르키예의 무역 중 흥미로운 수출입 품목은.
아탈란 “현대자동차는 1995년 튀르키예에 첫 해외 공장을 설립한 이후 공장을 확장했다. 앞으로 전기차 협력도 기대된다. 튀르키예는 강력한 제조업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매우 강력한 공급망을 보유하고 있어 12개 이상의 글로벌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업체가 자리 잡고 있다.”
사란 “최근 몇 년간 튀르키예의 방위산업은 성공적인 결과를 냈다. 튀르키예는 방위산업 분야에서 현장 경험이 풍부하다. 튀르키예군이 활동하는 여러 지역에서 한국의 방위산업제품을 테스트할 수 있다. 양국은 이미 헬리콥터, 지상 차량 같은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한국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아탈란 “한국은 원자력은 물론 자동차, 건설, 엔터테인먼트 등 모든 산업 분야에서 상위권이다. 하지만 한국이 뭐든지 해낼 힘이 있다는 것은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에 힘든 요인이다. 대부분 나라는 소수의 산업에 집중하고 있고, 해외 기업은 그 외 분야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사란 “인구 감소는 최대 약점이다. 경제와 산업을 계속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인구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한국은 출산율이 낮다. 또한 제품 가격이 높다. 한국 제품의 품질은 매우 좋고 유럽 제품에 비해 싸지만, 중국 제품과 비교하면 비싸다. 한국이 튀르키예를 포함한 유럽 시장을 공략한다면 인구 감소, 높은 가격 문제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튀르키예는 젊은 인재가 많고 생산비가 저렴하다.”
2022년 기준 튀르키예 인구는 약 8500만 명이다. 2000년부터 매년 약 50만 명 이상이 증가해 내수 시장의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중에서도 2000년 이후 출생한 Z 세대가 인구의 37.2%로 인구구성이 젊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최소 2035년까지 튀르키예의 Y 세대(1990~2020년 초) 인구 비율은 유럽 및 주변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의 무역을 확대할 분야와 품목은.
아탈란 “관광산업은 협력을 강화할 여지가 많다. 지난해 해외 관광객 기준, 이스탄불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관광객을 유치했다. 한국에서도 한 해에 20만 명 이상이 튀르키예를 찾는다.”
사란 “재생에너지·헬스케어·바이오·방위산업 분야는 물론 건설 산업의 협력이 기대된다. 튀르키예는 글로벌 건설 강국이다. 동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 건설 회사의 기술력은 월등하기에 더 복잡한 프로젝트를 처리할 수 있다. 튀르키예 내 건설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제삼국의 프로젝트를 양국이 공동으로 수행할 수 있다. 또 튀르키예는 국내 전력 수요의 29%를 원전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튀르키예는 러시아와 함께 최초의 원전을 건설하고 있다. 두 번째 원전 프로젝트는 일본이 수주할 계획이었지만, 철회됐다. 현재 한국이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프랑스도 튀르키예 원전 수주에 뛰어들었나.
사란 “확실한 것은 한국과 중국이 공격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러시아도 경쟁에 참여했다.”
한국 기업이 튀르키예 기업과 협력할 때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나.
아탈란 “튀르키예에 진출하면 물류비를 줄일 수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중동의긴장이 고조되면서 물류비가 두세 배 증가했다. 튀르키예는 유럽·중동으로 향하는 육로와 철도가 있다.”
사란 “무역은 사고파는 사업이기에 정부의 지원이 많지 않다. 하지만 튀르키예에 투자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튀르키예 정부는 세금 감면에 초점을 맞춘다. 법인세가 중심이다. 대부분의 국가는 기한을 두고 세금 감면을 제공한다. 하지만 튀르키예에서는 세금 감면 기한은 없고 세금 감면 액수만 정해 놓았다. 만약 1억달러(약 1337억원)를 투자하고, 세금 감면이 50%라면 5000만달러(약 668억5000만원)의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있다. 보통 다른 나라는 최대 10년, 최대 5년이라는 기한을 정하지만, 튀르키예에서는 50년에 걸쳐서 세금 감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또한 현지 직원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비용 대출, 현지 직원 지원, 토지 지원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지원은 EU에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많다.”
한국과 튀르키예의 수출입 목표액은.
사란 “지난해 튀르키예의 총수출액은 약 2560억달러(약 342조2720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는 50% 늘릴 예정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아시아 수출을 늘리고자 한다. 튀르키예 정부는 수출액 중 아시아비중을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한국은 주요 시장 중 하나라 매우 중요하다.”
아탈란 “튀르키예와 한국이 2013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심각하지는 않았지만 양국의 무역이 균형을 이루리라고 가정하지는 않았지만, 튀르키예 입장에선 한국과 무역 불균형(대한국 무역 적자)이 너무 심하다. 양국 교역액이 늘어나면서 합리적인 수준으로 격차가 줄어들길 바란다. 이를 위해 한·튀르키예 FTA 재협상이 이뤄지길 원한다.”
Copyright © 이코노미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