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상장으로 기업가치 1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는 국내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자체브랜드(PB)인 무신사스탠다드의 성공 뒤에 숨은 재고 리스크에 직면했다. 수익성 제고를 위해 PB 비중을 공격적으로 확대한 전략이 오히려 플랫폼 기업 고유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희석시키며 자본시장의 보수적 평가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에 상장을 앞두고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멀티플 산정에서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쌓이는 재고와 마르는 현금…3600억 물류센터 투자의 속사정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유통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의 재무지표는 최근 PB 사업 확대와 맞물려 뚜렷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무신사의 재고자산은 4625억원으로 2024년 말(3341억원)보다 약 40% 증가했다. 패션 업계에서 재고는 곧 잠긴 현금을 의미한다. 트렌드 변화 주기가 짧은 의류의 특성상 제때 소화되지 못한 재고는 평가손실로 이어져 영업이익을 잠식하기 때문이다.
더 부담스러운 대목은 PB 비중 확대와 함께 현금여력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무신사의 현금성자산은 6824억원에서 2457억원으로 약 65% 감소했다. 창고에 쌓인 상품은 늘어난 반면 기업 운영의 완충 역할을 하는 현금은 급격히 줄어든 셈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무신사가 ‘쿠팡 저격’으로 불린 대규모 쿠폰 프로모션을 잇달아 진행한 것 역시 거래액 확대와 동시에 재고를 빠르게 소진해 현금을 회수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PB 확대는 재고자산 증가에 그치지 않고 물류비·보관비 등 고정비 부담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무신사가 올해 준공을 목표로 경기 여주에 3600억원을 투입해 대규모 물류센터를 건설하기로 한 결정 역시 이러한 재고관리 부담과 무관하지 않다. 직접 기획·제조하는 PB 물량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이를 안정적으로 보관·회전시킬 자체 물류 인프라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이는 현금이 줄어드는 가운데 대규모 자본적지출(CAPEX)이 필요해지면서 현금흐름을 추가 압박할 수밖에 없다. 현재 보유한 현금만으로는 물류센터 투자가 어려워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무신사는 "여러 금융기관과 협의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계획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플랫폼이냐 SPA냐…IPO 앞둔 멀티플의 갈림길
PB 확대로 무신사가 마주한 최대 변수는 상장 시 기업가치 산정에 적용될 멀티플 변화다. 자본시장은 재고 부담이 없는 플랫폼 기업에 높은 매출배수를 적용하는 반면 직접 상품을 제조·판매하는 기업에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댄다. 무신사가 무탠다드를 넘어 뷰티, 아이웨어 등으로 PB 영토를 넓힐수록 시장에서는 무신사를 순수 플랫폼이 아니라 자라·유니클로 같은 제조·유통·일괄(SPA) 회사로 재분류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무신사가 제시하는 기업가치 10조원을 충족하려면 2024년 당기순이익 698억원 기준으로 주가수익비율(PER) 약 143배가 적용돼야 한다. 이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맞먹는 수준으로 시장에서 현실적으로 수용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또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235억원에 그치며 전년 대비 연간 순이익이 감소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기에 전통 패션업종에 적용되는 멀티플(5~10배)이 적용될 경우 무신사가 내세운 10조원 기업가치는 상당 폭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무신사의 PB 확대 전략이 상장 이후 기업가치 상승으로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재고 회전율 관리와 안정적인 현금흐름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 이에 대해 무신사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 확대로 일정 수준의 재고 확보가 불가피하다”며 “재고보유 일수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으며 운영효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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