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출 제한을 ‘국산화 도약’으로 바꾼 반도체 3대 핵심소재
2019년 일본이 불화수소와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대 핵심소재의 대한국 수출을 제한했을 때 업계는 라인 중단과 1조 원대 피해 가능성을 우려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전개됐다. 한국은 민관 합동으로 대체 공급망을 열고 공정 적합성 평가를 단축했으며, 3년 내 고순도 불화수소의 양산 안정화와 포토레지스트·폴리이미드의 국내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위기 대응 과정에서 소재 스펙의 표준화와 품질 데이터 축적이 가속화되며 라인 검증 시간이 줄어드는 실무 이득도 뒤따랐다.

고순도 불화수소, 습식부터 안정화한 결정적 전환
반도체 에칭과 세정에 쓰이는 고순도 불화수소는 초기 충격이 가장 컸지만, 습식 공정용부터 국산화가 빠르게 진척되며 수입 리스크를 크게 줄였다. 정제 공정의 불순물 관리와 금속 이온 저감, 장거리 운송의 용기·밸브 시스템 표준화가 핵심 과제로 정리되었고, 메모리 라인에서 양산 적용 범위를 넓히며 품질 변동성을 좁혔다. 건식용 기체 불화수소는 난도가 높아 단계적 대체가 진행되었고, 일부 품목은 다변화 수입과 병행해 운영 리스크를 관리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포토레지스트, EUV를 제외한 영역의 빠른 내재화
노광 공정의 심장인 포토레지스트는 ArF·KrF급에서 국산 레시피가 확보되면서 메모리 공정에 실투입이 진행됐다. 폴리머 합성와 포토산발생제 조성, 용매 시스템의 미세 조정이 반복되며 수율과 라인 호환성이 상향되었고, 고객사 인증 체계에 맞춘 배치 일관성 관리가 정착됐다. EUV 고난도 레지스트는 글로벌 소수 기업과의 협력 및 기술 제휴를 이어가면서 병행 전략을 택해, 첨단 노드에서는 다변화, 범용 노드에서는 국산화라는 투트랙이 형성됐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디스플레이를 넘어 반도체 공정재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내열·내화학 특성이 탁월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커버 윈도우로 유명하지만 반도체 장비·공정 보조재에서도 수요가 커졌다. 필름 기재의 표면 조도와 투명도, 열팽창 계수의 정밀 제어가 상용화되며 수입 대체 폭이 커졌고, 원료 모노머 합성과 공정 솔벤트 회수·재활용까지 내재화해 원가 안정성도 개선되었다. 라미네이션 공정과 박막 코팅의 장기 신뢰성 데이터가 쌓이며 고객 인증 속도도 눈에 띄게 빨라졌다.

‘탈일본’에서 ‘소부장 생태계’로 확장된 구조 변화
긴급 대응은 곧 산업 구조로 전환됐다. 100대 핵심 품목의 중장기 지도를 바탕으로 특화단지와 파일럿 라인이 연동되었고, 시험·분석 인프라를 개방해 중소·중견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 대기업은 사내 평가 라인을 열어 조기 검증을 돕고, 중견소재사는 전구체·식각액·용매 등 주변 군을 묶어 공급 안정성을 키웠다. 결과적으로 단일국 의존을 벗어나 국산화와 수입 다변화를 결합한 ‘혼합 포트폴리오’가 정착해, 지정학·규제 변수에도 라인 지속 운전이 가능해졌다.

위기를 기술자립으로, 한국 반도체의 다음 장을 열자
일본의 수출 제한은 단기 충격을 줬지만 한국은 고순도 불화수소의 안정 생산, 포토레지스트의 범용 영역 내재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상용화를 통해 공급망을 다시 설계했다. 이제 과제는 EUV 레지스트와 건식 HF, 차세대 전구체 등 고난도 영역의 기술 초격차이며, 인력 양성과 시험평가 인프라, 글로벌 협력을 결합해야 한다. 위기를 발판 삼아 소부장 자립의 깊이를 더해 세계 최고 수준의 공정 생태계를 완성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