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①여론전 패배 MBK, 고려아연 정상화 명분 왜 안통했나

이한듬 기자 2024. 9. 26.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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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적 M&A MBK의 정글자본주의] 문제 삼은 재무건전성 등 실제론 탄탄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장수영 기자 /사진=(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장악에 나선 MBK파트너스에 대한 여론이 심상치않다. 명분 없는 무리한 M&A 시도로 여론이 싸늘하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전횡을 폭로하며 경영 정상화를 이루겠다고 주장했지만 고려아연을 지켜야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13일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다고 밝혔다. 최소 7.0%에서 최대 14.6%의 지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투자되는 금액은 최대 2조원에 달한다.

MBK는 영풍 및 장형진 영풍 고문 일가 등과 주주간 계약을 체결해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기로 하고 영풍 및 특수관계인 소유 지분 일부에 대해서는 콜옵션을 부여받기로 했다. 최종적으로는 MBK가 ㈜영풍 및 특수관계인보다 고려아연 주식을 1주 더 갖는 최대주주에 올라 경영권을 행사하는 그림이다.

MBK는 자산규모 30조에 육박한 동북아시아 최대 사모펀드(PEF)다. 세계 3대 PEF 중 하나인 칼라일에서 독립한 김병주 회장이 2005년 설립한 이후 다양한 기업을 인수하며 이름을 알렸다.

MBK는 이번 공개매수 배경으로 최윤범 회장의 전횡을 막고 지배구조를 개선해 주주가치를 극대화 할 것이라고 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지난 19일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선 최윤범 회장의 취임 이후 고려아연의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부채가 최 회장의 대표이사 사장 취임 해인 2019년 41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4110억원으로 35배 증가해 유동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이 회장에 취임한 2022년부터 부채 규모 증가율이 빨라졌다고도 주장했다. 2021년 대비 2022년 고려아연 부채 규모는 135% 증가하며 1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9260억원 대비 올해 상반기 부채 규모가 52% 늘었다고 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연결 영업이익 마진율은 12.8%였으나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평균 연결 영업이익 마진율은 10%로 떨어졌다고도 했다.

고려아연 실적(영업이익) 추이. / 그래픽=김은옥 기자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고려아연의 부채비율은 36%에 그친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10% 수준으로 안정적인 재무건전성이 유지되고 있다.

고려아연의 현금은 2조1277억원으로 총차입금 1조3288억원을 크게 웃돌아 유동성을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 유동비율 역시 올해 상반기 말 기준 224%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우량기업 기준인 200%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실적도 탄탄하다. 올해 상반기 고려아연의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5조 4335억 원, 4532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각각 8.7%, 50% 늘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실적을 웃도는 11조8632억원, 979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 가운데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도 고려아연의 신용등급을 AA+로 평가하고 있다. 등급전망은 '안정적'이며 기업어음 역시 최상위 등급인 'A1'을 부여했다. 재무안정성과 현금창출력, 사업 지속성 등 각종 지표에서 초우량기업이라는 의미다. 고려아연의 부채가 급증하고 있고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다는 MBK의 주장과는 거리가 멀다.

여론은 MBK의 저의를 의심하고 있다. 중국 자본 등이 참여한 MBK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장악해 해외에 매각하려는 의도로 이번 공개매수를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MBK 측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2005년 설립돼 국내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토종펀드로 외국계 펀드가 아니다"라며 해외펀드라는 주장은 마타도어(흑색선전)이라고 반박한다.

MBK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개매수는 적대적 M&A며 국가기간산업을 영위하는 고려아연을 MBK에 넘겨선 안된다는 여론에 힘이 실린다. 고려아연이 생산 거점을 둔 울산지역에선 고려아연 1인 1주식 갖기 운동이 펼쳐지고 있고 국회에선 여야 모두가 국가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을 우려한다. .

고려아연은 MBK가 제기한 재무건전성 문제는 흑색선전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앞으로도 뛰어난 현금창출력과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해 계속해서 초우량기업 지위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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