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법 분기점]④ 해외는 이미 제도화...내년 초 스테이블코인 입법 '분수령'

가상자산 2단계법 입법을 앞두고 이슈와 쟁점을 짚어봅니다.

/이미지 제작=구글 제미나이

정부의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이 막판 조율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쟁점이 다시 스테이블코인으로 쏠리고 있다. 국회는 이미 ‘조건부 편입’이라는 방향을 잡았지만 발행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를 두고 이해관계자 간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해외는 이미 제도화를 마치고 실행 단계로 넘어갔다. 한국은 여전히 '어떤 구조'를 택할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다만 국회가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서두르면서 내년 초 입법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해외는 '지분' 아닌 '책임'에 방점

해외 주요국의 스테이블코인 규제는 공통된 출발점을 갖는다. 누가 지분을 많이 가졌는지가 아니라, 누가 상환 책임을 지고 어떤 자산으로 이를 담보하느냐를 먼저 고정하는 방식이다.

유럽연합은 MiCA(미카, 가상자산 규제법안)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일반 가상자산과 분리해 규율하면서 발행자 인가와 준비자산 요건, 상환 의무를 법으로 묶었다. 특정 업권의 지배 구조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일본 역시 스테이블코인을 결제·지급 영역으로 편입했지만 핵심은 은행·신탁사 등 상환 책임을 질 수 있는 주체인지 여부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발행자 인가를 중심으로 감독 체계를 설계하면서도 지분 구조 자체를 법으로 고정하지는 않았다.

해외 사례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스테이블코인을 허용하되 실패했을 때 누가 책임질지를 제도적으로 잠그는 방식이다. 지분 비율은 수단일 수 있지만 규제의 목적은 아니다. 이 때문에 ‘은행 지분 51%’ 같은 획일적 모델은 글로벌 기준과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안 막바지 조율중…‘발행구조’ 관건

한국의 스테이블코인 입법 논의는 발행 주체 설계에서 정체됐다. 정부안은 전체 틀에서 큰 이견 없이 정리 단계에 들어갔지만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를 두고 금융당국과 중앙은행의 시각 차이가 마지막 조율을 가로막고 있다. 금융당국은 인가·감독과 준비자산 요건을 통해 위험을 관리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중앙은행은 통화·금융 안정성에 미칠 영향을 이유로 보다 보수적인 구조를 요구하고 있다.

이 충돌은 단순한 제도 설계 문제가 아니라 스테이블코인을 ‘가상자산 규율’로 볼지 ‘통화·결제 질서의 일부’로 볼지를 둘러싼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다. 그 사이 해외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결제·정산 인프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고, 국내 기업들도 이를 전제로 한 사업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 제도 불확실성이 길어질수록 실험은 멈추고 기회는 국외로 이동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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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내년 초 입법화 박차

조율이 길어질수록 선택 비용이 커진다는 판단 아래 정치권은 정리 국면으로 방향을 잡는 모습이다. 정부는 내년 초 핵심 쟁점 조율을 마무리해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며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토대로 1월 중 여당 법안을 발의한 뒤 2월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입법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는 발행 주체를 특정 업권으로 고정하는 방식이 글로벌 흐름과 괴리가 있다는 문제의식이 공개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지분 구조보다는 발행인의 책임 요건, 준비자산 구성, 상환 구조, 감독 장치를 통해 위험을 통제하는 접근이 현실적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국회에서는 제도화 자체를 더 늦추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입법까지 일정 시간이 필요한 만큼 규제 샌드박스나 실증 사업을 통해 제한적 실험을 병행하자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제도 공백을 방치하기보다 관리 가능한 범위에서 시장 흐름을 따라가겠다는 판단이다.

정부안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을 금융위원회 인가 대상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발행인의 재무 건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장치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기자본 요건을 두고, 발행 잔액 전액을 예금·국채 등 고유동성 자산으로 보유해 외부 관리기관을 통해 예치·신탁하는 구조가 대표적이다. 이는 발행인이 부실화되더라도 이용자 상환 재원이 보호되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해석된다.

국회는 이미 ‘조건부 편입’이라는 큰 틀을 공유하고 있다. 내년은 그 조건이 얼마나 유연하면서도 책임 중심으로 설계되느냐에 따라 스테이블코인이 국내에서 실험에 머무를지, 아니면 결제·금융 인프라의 일부로 자리 잡을지가 가려지는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태스크포스(TF) 간사는 이달 22일 태스크포스(TF) 회의 후 “내년 초 제출될 정부안과 의원 입법을 통합해 1월 중 여당 법안을 발의하고자 한다”며 “발의 직후 빠른 시일 내에 법안을 통과시키고, 스테이블코인 규율과 함께 전자금융거래법 등 관련 법 개정도 연쇄적으로 추진하려 한다”고 말했다.

최이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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