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가격에 사겠다고?” 제네시스, 국내 판매 26% 폭락… GV80·G80 하이브리드

제네시스 GV80 2025

제네시스가 역대급 위기를 맞았다. 2025년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 판매량이 전년 대비 10% 이상 급감하며 10만 8,715대에 그쳤다. 특히 플래그십 SUV GV80은 무려 26.1% 폭락했고, G80도 10.2% 감소하며 주력 모델들이 일제히 침몰했다.

한때 국산 프리미엄 브랜드의 자존심으로 불렸던 제네시스가 2025년 들어 국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25년 1~10월 누적 내수 판매는 9만 7,25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7% 감소했다. 8월까지 집계에서는 7만 8,652대로 전년 대비 1만 168대나 줄어든 11.4% 감소율을 기록했다.

제네시스 G80 하이브리드

판매 급감의 가장 큰 원인은 가격 경쟁력 약화다. 제네시스는 최근 몇 년간 지속적인 가격 인상으로 수입차와의 가격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다. G80의 경우 5,560만 원부터 시작하는데, 비슷한 가격대에서 BMW 5시리즈나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를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들이 “이 돈이면 수입차 사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GV80의 타격은 더욱 심각하다. 브랜드의 얼굴이자 효자 모델로 불렸던 GV80은 2024년 상반기에만 26.1%라는 충격적인 판매 감소율을 기록했다. 2025년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했지만 판매 회복세는 미미한 상황이다. 가격은 6,790만 원부터 시작하는데, 소비자들은 이 가격이면 BMW X5나 메르세데스-벤츠 GLE를 고려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주력 모델 G80 역시 예외가 아니다. 2025년 1~10월 누적 판매량이 3만 4,158대로 전년 대비 10.2% 감소했다. 한때 제네시스의 간판 모델로 연간 4만 대 이상 팔리던 G80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며 브랜드 전체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상이 너무 공격적이었다”며 “국산차라는 프리미엄이 무색할 정도로 수입차 가격에 근접하면서 소비자 이탈이 가속화됐다”고 분석했다.

제네시스 판매량 통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제네시스는 2026년 하반기 대대적인 하이브리드 공세를 예고했다. GV80 하이브리드는 2026년 9월, G80 하이브리드는 같은 해 12월 출시가 확정됐다. GV80 쿠페 하이브리드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연비 개선과 함께 기존 가솔린 모델 대비 400~500만 원 인상된 가격에 출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2.5 터보 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파워트레인이 유력하다. 제네시스는 이를 통해 연비를 리터당 13.5km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1회 충전으로 1,000km 주행이 가능한 장거리 성능을 강조할 계획이다. 특히 최근 고유가 시대에 연비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하이브리드 출시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이미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하이브리드로 인한 추가 가격 인상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하이브리드 모델은 분명 경쟁력 있는 선택지가 될 것”이라면서도 “가격 정책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판매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네시스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판매가 급감하는 동안 수입차 브랜드들은 오히려 선전하고 있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2025년 상반기 국내 판매가 전년 대비 증가세를 보였다. 제네시스가 가격을 올리며 수입차와의 간격을 좁히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은 “비슷한 가격이면 수입차”라는 선택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제네시스는 2026년 플래그십 SUV GV90 출시와 함께 G80, GV80, GV70의 풀체인지 및 하이브리드 모델로 반격을 준비 중이다. 2026 GV80은 가솔린 2.5 터보 6,790만 원, 3.5 터보 7,332만 원부터 시작하는 가격 정책을 발표했다. 블랙 에디션 등 감성을 강조한 트림 라인업도 확대해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나섰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제네시스가 국내 시장에서 다시 한 번 도약하려면 가격 경쟁력 회복과 차별화된 상품성 강화가 필수다. 2026년 하반기 출시될 하이브리드 모델들이 과연 판매 반등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 아니면 가격 부담만 가중시킬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제네시스의 승부수가 통할지는 내년 하반기에 판가름 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