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를 기사로 속이면 3000만 원" 법에 신문사들 "언론 통제"

정철운 기자 2024. 9. 1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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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문협회, 민주당 신문법정부광고법 개정안에 연달아 '폐기' 요구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기사형 광고를 기사처럼 노출했을 경우 최대 3000만 원의 과태료 규정을 신설하는 신문법 개정안에 대해 신문사들이 폐기를 주장했다. 앞서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5일 “기사형광고로 인한 독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사와 광고를 구분해 편집하지 않은 자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과태료 규정을 신설함으로서 규제의 실효성을 제고하겠다”며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참여정부 시절 신문법에는 이 같은 과태료 조항이 있었으나 이명박정부 시절이던 2009년 해당 조항이 삭제됐다.

한국신문협회는 최근 해당 법안에 대한 입장을 내고 “위 개정 조항은 언론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신문 산업의 진흥을 위해 삭제한 것”이라며 “신문 진흥을 위해 삭제한 조항을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면서까지 복원한다면 '과거로의 퇴행'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19대·20대·21대 국회에서도 이번 개정안과 유사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정부의 언론에 대한 규제로 이어질 수 있고 기사형 광고에 대한 심의기관의 주관적인 판단이 작용할 우려가 제기돼 폐기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협회는 “국내 언론계는 언론의 자유와 독자의 권익을 조화롭게 보호하기 위해 자율 감시기구인 한국신문윤리위원회를 설치하고 허위·과장광고, 기사형 광고 등에 대한 자율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신문업계의 개선 노력은 전혀 아랑곳없이 법적 규제를 강행하는 것은 언론의 자율 정화 의지를 무력화할 수 있으며, 권력이 언론을 통제하려 한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언론과 관련된 사항은 언론의 자율과 자기교정기능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신문사 자율규제기구인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광고' 표기를 하지 않고 바이라인을 넣은 기사형 광고를 제재하고 있다. 지난해 신문윤리위가 내린 신문 지면 제재 445건 중 기사형 광고 규정(보도자료 검증) 위반은 154건에 달했다. 매일경제가 받은 제재의 63%가 기사형 광고 관련 규정 위반이었고, 한국경제는 59.3%, 조선일보는 51.6%가 같은 규정 위반으로 제재를 받았다. 문제는 이렇게 제재를 해도 경제적 손해로 이어지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신문협회는 나아가 “지상파방송의 광고총량제·중간광고·광고유형 등에 대한 규제는 완화하면서 신문광고에 대해서만 불필요한 규제를 신설하려는 것은 형평성에 반하는 것이며 매체 간 균형발전을 저해한다”고도 주장했다. 신문협회는 “방송은 규제를 완화하고, 신문과 인터넷신문에는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이번 개정안 과태료 신설 조항은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8월23일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정부광고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폐기를 주장했다. 해당 개정안은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의 돈을 받고 생산된 기사형 정부광고, 일명 유사 정부광고를 홍보 매체에 의뢰하거나 게재한 정부기관 등에게 5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김재원 의원은 “독자를 속이고 언론의 신뢰도를 떨어트리는 기사형 광고는 이른바 뒷광고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신문협회는 해당 법안에 대해서도 “기사형 광고(유사 정부광고)의 기준이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기사형 광고를 빌미로 언론을 규제하려 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했으며 “언론사가 독자에게 알릴 가치가 있는 정보라고 판단해 게재하는 기사도 '유사 정부광고'로 오인받을 수 있으며 이는 보도의 위축을 가져와 편집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나아가 “정부기관의 정상적인 광고 활동을 위축시켜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시민들의 의견과는 괴리된 주장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23년 2월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95.3%는 현재 기사형 광고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기사형 광고가 문제인 이유(중복 응답)로는 △소비자의 합리적 판단을 왜곡 84.2% △소비자·독자 기만 73.2% △언론의 신뢰도 하락 73.1% 등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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