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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생명보험 업계 1위사인 삼성생명에서 자산운용부문장을 지냈던 김우석 부사장이 삼성자산운용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200조원이 넘는 삼성생명의 자산을 굴리며 성과를 냈던 김 부사장은 공로를 인정받아 계열사이자 자산운용 업계 1위사인 삼성자산운용 수장을 맡게 됐다. 삼성생명 자회사인 삼성자산운용은 산하에 삼성액티브자산운용과 삼성헤지자산운용 등을 거느리며 전체 관리자산만 358조원에 달해 시장점유율 22%를 차지하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김 부사장이 삼성생명에서 굴렸던 자산운용 규모는 3분기 말 기준 243조7586억원을 운용해 5조7143억원의 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속도라면 지난해 연간으로 거뒀던 7조1448억원 운용수익을 소폭 웃돌 것으로 관측된다. 3분기까지 거둔 운용이익을 부문별로 보면 대출채권이 1조2164억원, 유가증권 운용이익이 4조2699억원, 현·예금 및 신탁 운용이익이 3815억원, 부동산 및 기타 운용이익은 1899억원 정도 거뒀다.
운용자산 부문별 현황을 보면 대출채권은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관리 영향으로 개인대출을 줄이면서 잔액 규모 자체를 지난해보다 소폭 줄였다. 대신 기업대출 중에서도 우량한 대기업 위주로 대출채권을 늘렸다. 200조원이 넘는 운용자산 중 42조9229억원을 대출채권으로 운용했다.
반면 유가증권 잔액은 늘리면서 80% 넘는 비중을 가져갔다. 삼성생명은 195조1912억원의 자산을 유가증권으로 운용해 4조2699억원의 수익을 낸 것이다. 유가증권 운용 내역별로 살펴보면 국공채·특수채·주식 등 국내 비중을 지난해보다 1%p가량 줄인 169조5104억원으로 가져갔고, 해외비중을 늘려 25조6808억원을 외화증권으로 운용했다.
이는 삼성자산운용에서 김 부사장을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하며 글로벌 운용 인프라 확장을 기대한 대목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종속회사로 삼성액티브자산운용과 삼성헤지자산운용 외에도 뉴욕·홍콩·런던 등의 글로벌 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홍콩법인은 26억원의 순손실을 냈고, 뉴욕법인과 런던법인은 각각 52억원, 36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홍콩법인은 전년 대비 적자전환한 수준이고, 뉴욕법인과 런던법인은 선방하긴 했지만 삼성자산운용이 거둔 별도 순이익 812억원에 비해서는 규모가 작은 편이다.
이밖에 김 부사장은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장을 지내던 시절, 현금과 예금 및 신탁 자산 규모도 소폭 줄였다. 부동산을 포함한 대체투자의 경우 2022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시장 불황에 따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여파 분위기를 반영해 2023년 당시 박종문 사장이 비중을 대폭 낮췄는데 김 부사장도 이 수준을 거의 유지했다.
김 부사장이 직전까지 맡았던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장직은 현재 삼성증권 대표를 맡고 있는 박 사장이 2023년 말 삼성증권으로 적을 옮기며 공석이 되자 맡게 된 자리다.
1969년생인 김 부사장은 1994년 연세대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하고 삼성화재 기획1팀장과 계리RM팀장, 장기보험보상팀장을 거쳤다. 삼성생명에서는 금융경쟁력제고 태스크포스(TF) 담당 임원과 자산운용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박 사장도 삼성생명에서 금융경쟁력제고 TF 담당 임원도 맡는 등 김 부사장은 박 사장의 주요 이력을 뒤따라 바통을 이어받아왔다.
삼성자산운용은 김 부사장에 대해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을 거치며 경영관리, 기획, 자산운용 등을 다양하게 경험한 금융전문가"라며 "삼성운용의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지위를 공고히 하고 글로벌 운용 인프라 확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삼성자산운용은 조만간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김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한다. 김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하면 이달 초중순에 걸쳐 임원인사도 단행할 예정이다.
임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