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탠딩아웃 뉴스]
홍명보 감독은 사퇴 기자회견을 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도 월드컵 이후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사람이 빠진 자리에서 대한축구협회는 달라질 수 있는가
대표팀은 32강에 닿지 못한 채 돌아왔다. 성적 부진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팬들이 본 것은 패배보다 반복이었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 논란, 비리 축구인 기습 사면 파동,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 홍명보 감독 선임 논란, 월드컵 조기 탈락까지 한 줄로 이어졌다. 사건은 달랐지만 결은 같았다. 결정은 흐렸고, 책임은 보이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 이후 문체부는 대한축구협회 감사에 들어갔다.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 정몽규 회장 체제의 운영 문제, 협회 행정 전반이 대상에 올랐다. 피하기 어려운 수순이다. 국가대표팀 운영과 축구 행정에는 공적 예산이 들어간다. 공적 돈을 받는 단체가 공적 감시만 피하겠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축구협회는 늘 이 경계에서 버텼다.
국내에서는 문체부와 대한체육회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국제 축구 안에서는 FIFA와 AFC의 회원 협회다. 정부가 회계와 행정 절차를 들여다보는 일은 가능하다. 정부가 협회장 선거와 감독 선임을 직접 흔드는 순간에는 FIFA의 제3자 개입 논란이 붙을 수 있다.

축협은 이 틈을 오래 썼다.
공적 감시가 다가오면 독립성을 말했다.
독립성을 말할 때는 정부 예산을 받았다.
이 모순이 이번 개혁의 핵심이다. 정몽규 회장이 물러나고, 홍명보 감독이 책임을 지는 장면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은 빠져나가도 판은 그대로 남을 수 있다. 회장 선거가 그대로면 다음 회장도 같은 권한을 쥔다. 이사회가 그대로면 견제는 또 의전이 된다. 감독 선임 절차가 그대로면 다음 논란도 예정된 일정이다.
축구협회가 말한 것은 늘 절차였다.
팬들이 본 것은 절차의 껍데기였다.
전력강화위원회가 있었지만 힘이 보이지 않았다. 이사회가 있었지만 회장을 막지 못했다. 선거가 있었지만 축구 현장의 분노가 권력 교체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정몽규 이후의 축협도 정몽규 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개혁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돈이 닫히면 권력도 닫힌다. 선거가 내부 표로 굴러가면 회장 이름만 바뀐다. 이사회가 표결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견제는 장식이 된다. 감독 선임 기준이 공개되지 않으면 다음 감독도 의심 속에서 출발한다.
가장 먼저 예산을 열어야 한다. 대표팀, 유소년, 여자축구, 지도자 교육, 심판, 지역축구는 모두 협회 행정의 영향을 받는다. 돈의 흐름이 보이지 않으면 책임의 흐름도 보이지 않는다. 축구협회가 공적 기능을 맡고 있다면 예산 역시 공적 기준으로 설명해야 한다.
선거판도 넓혀야 한다. 협회장 선거가 내부 네트워크와 조직표 중심으로 굴러가면 결과는 늘 비슷하다. 선수, 지도자, 심판, 여자축구, 유소년, 지역축구의 목소리가 지금보다 더 크게 들어와야 한다. 팬들의 목소리도 밖에서만 소리치게 둘 수 없다.
이사회는 기록으로 책임져야 한다. 감독 선임, 사면, 예산, 인사 같은 핵심 안건에서 누가 찬성했고 누가 반대했는지 남겨야 한다. 반대가 기록되지 않는 이사회는 견제 기구가 아니다. 회장의 결정을 꾸며주는 무대에 가깝다.
감독 선임은 더 엄격해야 한다. 국가대표 감독은 몇몇 인사의 판단과 회장의 감각으로 정리될 자리가 아니다. 후보군 선정, 평가 기준, 면접, 최종 추천, 이사회 승인까지 최소한의 기준과 기록이 필요하다. “축구계 사정상 비공개”라는 말로 덮기에는 대표팀의 무게가 너무 커졌다.
문체부도 선을 지켜야 한다. 협회를 대신 운영하는 순간 개혁은 다른 논란으로 번진다. 회장을 찍고 감독을 고르는 방식은 위험하다. 필요한 것은 장악이 아니라 공개 압박이다. 돈을 공개하게 하고, 선거판을 넓히게 하고, 이사회 기록을 남기게 하고, 감독 선임 기준을 제도화하게 만드는 일이다.
홍명보 감독은 이미 책임의 자리에서 내려왔다. 정몽규 회장도 월드컵 이후 퇴진 의사를 밝혔다. 남은 것은 대한축구협회라는 구조다. 사람의 퇴장을 보고 박수치는 순간, 축협은 또 시간을 번다.
이번 감사가 끝난 뒤 확인해야 할 것은 딱 하나다. 다음 회장이 같은 방식으로 권력을 쥘 수 없게 됐는가
사람은 이미 움직였다.
이제 판이 움직이지 않으면, 축협은 아무것도 잃지 않는다.
출처: 스탠딩아웃 뉴스(https://www.standingou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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