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Indo Defence 2022 전시회에서 갑작스럽게 등장한 미스터리 전투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인도네시아의 4.5세대 전투기 I-22 시카탄이었죠. 이 전투기는 실물이 아닌 모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과연 인도네시아는 왜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전투기의 모형을 공개했을까요?
일본 언론까지 놀라게 한 신비한 등장
인도네시아의 ZonaJakarta에 따르면, I-22 시카탄의 등장은 일본 언론까지 깜짝 놀라게 했다고 전했습니다.

일본의 Trafficnews.jp는 2022년 12월 5일 "이게 무슨 전투기인가? 자카르타에 나타난 미스터리 항공기 I-22, 이것이 국가 위상을 건 '허세'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일본 언론은 "사람들은 이것이 놀라운 국가 발전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실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제한된 자금을 가진 국가들에게는 대레이더 스텔스 성능을 가진 전투기를 원하는 경우 I-22가 매력적일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죠.
놀라운 진실, 실제 개발 계획은 없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일본 기자가 인포글로벌 관계자에게 직접 질문했을 때 나온 답변이었습니다.

회사 대표는 "I-22는 경전투기/공격기 시장 진입을 위한 것도 아니고, TNI AU(인도네시아 공군)에 제안할 목적도 아니며, 특별한 개발 계획도 없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왜 막대한 비용을 들여 실물 크기 모형을 제작하고 전시회에 출품했을까요?
인포글로벌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국내 산업 기술만으로도 이 수준의 전투기를 완전히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을 대중에게 어필하고, 자국산 군사장비 생산을 더욱 촉진하기 위해 I-22 콘셉트를 발표하고 실물 크기 모형을 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산업 국가로의 도약을 꿈꾸는 인도네시아
일본 언론의 분석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에너지 자원과 농업이 주력 산업인 국가에서 제조업이 주력인 국가로 탈바꿈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방위산업을 중공업 기반 구축의 견인차로 만들고자 한다는 것이죠.

실제로 인도네시아는 터키와 공동 개발한 중형 전차 '하리마우' 도입했고, 한국의 장보고급 잠수함을 기반으로 한 나가파사급 잠수함을 자체 건조하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공군의 고정익 항공기 분야에서는 아직 큰 진전이 없는 상황이었죠.
4.5세대 전투기의 야심찬 설계
인도네시아의 ZonaJakarta에 따르면, I-22 시카탄은 인포글로벌이 현지 기업 비마나 리트방 & 라카야사와 협력해 설계한 4.5세대 전투기 콘셉트입니다.

프로젝트를 이끈 수난토 아지다르모는 무인항공기(UAV) 조종사 출신으로, 결코 허술한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수난토는 I-22 시카탄을 스웨덴의 사브 JAS 그리펜에서 영감을 받은 쌍발엔진 전투기로 설명했습니다.
레이더 반사면적을 줄이고 복합소재를 대거 사용해 스텔스 특성을 향상시킨 설계가 특징이죠.
흥미롭게도 카나드 날개가 있는 버전과 없는 버전, 두 가지 변형이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진화한 I-22 시카탄
2024년 Indo Defence 전시회에서 인포글로벌은 한 걸음 더 나아간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단순한 모형이 아닌 I-22 시카탄 시연기(Demonstrator)를 공개한 것이죠. 이는 2022년 첫 공개 이후 실제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였습니다.
시연기에는 플라이 바이 와이어 시스템, 25인치 파노라마 디스플레이, 헬멧 장착 디스플레이 시스템(HMDS) 등 현대적인 항전장비들이 탑재되어 있었습니다.
인포글로벌의 아디 사송코 CEO는 "I-22 시카탄 개발은 항공우주 분야에서 국가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인포글로벌의 전략적 로드맵의 일부"라고 밝혔습니다.
기술력 과시를 넘어선 진짜 목표
결국 I-22 시카탄 모형 공개의 진짜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인도네시아가 자체 기술로 현대적인 전투기를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을 국민과 세계에 보여주기 위함이었죠.
일본 언론이 지적했듯이, 이는 "국가가 전투기를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인도네시아 국민에게 '외치기' 위한" 전략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아무리 인포글로벌이 2006년부터 호크 전투기와 F-5, F-16의 정비 경험을 쌓았다고 해도, 기존 항공기 정비와 신규 전투기 개발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죠.
더욱이 인도네시아 정부의 공식적인 지원이나 예산 없이 민간 기업 혼자서 4.5세대 전투기를 개발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결국 I-22 시카탄은 화려한 모형과 그럴듯한 시연기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 양산까지 가려면 천문학적인 개발비와 첨단 기술, 그리고 무엇보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그 어느 것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어쩌면 일본 언론이 처음 지적했듯이, 이 모든 것이 정말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일종의 쇼에 그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