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의 선물” 또 터진 녹취록 폭탄…“尹부부, 명태균 버렸다”
김영선도 ‘공천 사기’ ‘꼬리자르기’ 거론하며 진술 종용 정황
창원지검, 늑장 수사 비판 속 명씨 소환 임박…野 “탈출구 없다”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정황이 담긴 '판도라의 상자'가 계속해서 열리고 있다. 명씨가 이번 의혹 제보자인 강혜경씨에게 공천이 "여사님의 선물"이라고 언급하는 녹취록도 공개됐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 된 가운데 명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소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29일 김 전 의원실에서 회계를 담당했던 강혜경씨 측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명씨는 보궐선거를 앞둔 2022년 5월2일 강씨에게 전화를 걸어 김 여사로부터 '공천 선물'을 받았다고 언급하며 철저한 보안을 당부했다.
명씨는 "오늘 여사님 전화 왔는데 내 고마움 때문에 김영선 (공천) 걱정하지 말라고, 내 보고 고맙다고. 자기 선물이래"라며 "하여튼 입조심 해야 해. 알면 난리, 뒤집어진다"고 말했다.
명씨가 구체적으로 김 여사를 지목하며 공천을 언급하는 녹취록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화가 이뤄진 시점은 국민의힘에서 김 전 의원의 경남 창원의창 보궐선거 공천을 발표했던 5월10일보다 8일 앞선 때다.
강씨는 최근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명씨가 윤 대통령에게 81회(2021년 4월~2022년 3월)에 걸쳐 3억75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해준 대가로 김 전 의원의 공천을 받았고 이 과정에 김 여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명씨가 당시 윤석열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한 정황도 불거진 상태다.
강씨는 미래한국연구소 부소장으로 일하다가 김 전 의원 회계 담당자로 자리를 옮겼고, 명씨와 여론조사 전반을 비롯해 자금 관련 사안을 지속 논의했던 인물이다. 명씨는 문제의 여론조사 가운데 공표된 조사만 윤 대통령 측에 보고했다는 입장이지만, 강씨는 '불법 여론조사가 있었고 비용을 받아오겠다던 명씨가 돈 대신 김 전 의원 공천을 받아왔다'고 맞서고 있다.
김영선 "공천 사기" 언급하며 '선 긋기' 종용 정황
지난해 12월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보궐선거 당선 이후 김 전 의원이 선관위로부터 보전 받은 비용을 미래한국연구소를 거쳐 지방선거 출마를 희망했던 제3의 인물들에게 집행한 것을 확인하고 회계담당자인 강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또 명씨와 김 전 의원 등 5명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강씨는 명씨가 이들 예비후보들로부터 2억2700만원 가량을 받았고, 이 돈이 윤 대통령에 대한 여론조사 비용으로 흘러갔다고 주장한다. 이후 공천을 받지 못한 예비후보들이 상환을 요구하자 김 전 의원의 선거비용 보전분에서 1억2000만원을 집행해 일부를 '대리 상환'을 했다는 게 강씨의 일관된 설명이다.
수상한 자금 흐름에 대한 선관위의 조사가 진행되던 시점 김 전 의원은 강씨에게 자신과의 연관성을 부인할 것을 종용하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작년 5월25일 강씨와의 통화에서 "선거법에 관계된 거는 공소시효가 다 지나서 문제가 안 된다. 정치자금법이라든지 이제 명(태균) 본부장이나 김OO(미래한국연구소 등기 대표)이는 '윤석열 대통령 선거를 도왔다'고 이러면 도움이 될 것 같지만, 문제가 되면 그런 건 검찰이나 딴 데서 다 꼬리 잘라갖고 아무 문제도 안 된다. 오히려 그게 공천 사기 한 거에 자백이 되거나 근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 자신은 자금 흐름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모르쇠'를 해야 공천개입 의혹으로 수사가 확대되는 걸 막을 수 있을 것이란 취지로 해석된다.
강씨의 폭로를 기점으로 관련자 소환 등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지만 검찰의 늑장수사에 대한 의구심은 가라앉지 않는다. 야권에서는 선관위 고발 이후 9개월 동안 검사가 없는 수사과에 사건을 배당한 점, 강씨로부터 다량의 녹취록을 넘겨받고도 강제수사 등 핵심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가 지연된 점 등 검찰의 수사의지가 없는 점을 맹폭하고 있다. 늑장수사 비판을 자초한 창원지검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부랴부랴 사건을 형사4부로 재배당한 뒤 대검찰청과 부산지검 소속 검사를 각 1명씩 파견받았다.
검찰은 전날 미래한국연구소의 등기 대표로 있는 김아무개 대표를 이틀 연속 소환해 조사했다. 김씨는 자신이 등기부상 대표로 있는 미래한국연구소가 2022년 대선 당시 별도의 비용을 받지 않고 여론조사를 실시해 정치자금을 기부한 혐의 등을 받는다.
김씨는 압수수색을 받은 지난 25일에 이어 27일과 전날까지 총 세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김씨 자택과 별도 사무실을 압수수색 과정에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지방선거 예비 후보자들이 김씨에게 '말 맞추기'를 시도한 메모도 확보했다.
강씨 역시 다섯 차례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상태로 이번 의혹 핵심 줄기인 명씨와 김 전 의원에 대한 소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불법 여론조사나 공천개입은 없었다면서도 이번 사안과 관련해 명씨 등에 대한 별도의 법적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야당은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캠프와 명태균씨는 지난 대선에서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가. 희대의 사기극이라도 작당한 것인가"라며 "대놓고 여론조작, 노골적 공천 개입, 최순실 뺨치는 국정농단의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 부부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김건희 특검'을 받아들이는 것 말고는 어떤 탈출구도 없음을 깨닫기 바란다"고 쏘아붙였다.
박성준 원내운영수석부대표도 "김건희·윤석열 부부는 명태균을 버렸다. 이대로 윤석열 정권의 수사가 진행되면 명태균 혼자 다 뒤집어쓰고 혼자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며 "명씨는 국회에 나와 진실을 밝히고 용서를 구하라"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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