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이 대세? 카자흐스탄까지 가서 장가가버린 한국 총각
[영화 알려줌] <다우렌의 결혼> (Dauren's Wedding, 2024)
입봉 기회를 노리는 다큐멘터리 조연출 '승주'(이주승)는 대형 실수를 하고 만다.
케냐 난민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편집 중 인터뷰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정리한 노트를 잃어버린 탓에 가나 축구 선수 조던 아이유, 안드레 아이유 형제 이름을 그대로 기재해 버리고 제출한 것.
프리미어리그를 좋아하는 PD에게 제대로 걸려버린 '승주'는 다큐멘터리의 기본인 '팩트 체크'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그야말로 '탈탈' 털려버리고 만다.
그렇게 외주 회사 대표(유승목)는 '승주'에게 지원 사업의 다른 사업 작품인 '세계의 결혼식' 특집을 맡기고, 촬영감독 '영태'(구성환)와 함께 카자흐스탄으로 가서 '고려인의 결혼 풍습'을 찍어오라고 한다.
그러나 '이곳에 익숙하다며' 무단 횡단을 시도하던 현지 고려인 감독 '유라'(박루슬란)가 차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한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도 찍어서 오라는 회사 대표의 압박에, '승주'는 '유라'의 삼촌인 '게오르기'(조하석)로부터 가짜 결혼식을 제안받는다.
가짜 결혼식의 신부는 어머니의 병간호를 위해 알마티에서 고향으로 돌아온 '아디나'(아디나 바잔)로, 양궁 선수이기도 한 '아디나'는 마을에 무슨 일이 일어나면 어디든 나타나는 홍반장 같은 존재다.
갑자기 쓰러진 어머니를 업어준 '승주'의 도움을 받은 후, '아디나'는 가짜 결혼식의 신부가 되기로 한다.
한편, '다우렌'이라는 이름으로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짜 신랑 '승주'는 자신의 '진짜 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2023년 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49회 서울독립영화제에 초청 상영된 바 있는 영화 <다우렌의 결혼>은 <체포왕>(2011년)으로 48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신인 감독상을 받은 임찬익 감독의 신작이다.
임 감독은 "<나의 결혼원정기>(2005년)라는 작품에 스태프로 참여하여, 우즈베키스탄에 두 달 동안 머물렀던 적이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나의 결혼원정기>는 시골 노총각 '만택'(정재영)이 우즈베키스탄으로 국제결혼을 시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임찬익 감독은 "그때 중앙아시아의 넓은 평원과 고려인을 직접 만나면서 감독이 되면 이곳 얘기를 해보면 어떨까 했었다. 한국영화아카데미의 글로벌과정에서 아시아 국가에 한정해 해외 촬영 프로젝트를 공모한다는 소식을 듣고, <다우렌의 결혼>이란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국에 유학 온 고려인 영화과 학생이 졸업작품을 찍으러 고향으로 돌아가 벌어지는 얘기로 시작했지만, 좀 더 코믹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다큐멘터리 작업으로 바꾸었다"라고 전했다.
임찬익 감독은 <나의 결혼 원정기> 연출부 막내였던 박루슬란 감독과 계속해서 인연을 이어왔고, 박루슬란 감독이 <다우렌의 결혼> 프로듀서로 합류하면서 촬영 장소는 카자흐스탄으로 결정됐다.
<다우렌의 결혼>은 다른 공간에서 서로 다른 꿈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젊은이의 이야기가 주제인 작품이었다.
임 감독은 "내 고향이 제주도였는데, 나의 어릴 적 꿈은 비행기를 타고 섬을 떠나는 것이었다"라면서, "한국이든 카자흐스탄이건 대부분 젊은이는 더 넓은 곳으로 나가고 싶어 한다. 어머니를 위한 잠시 꿈을 접어 둔 '아디나'가, 이국땅에서 고군분투하는 '승주'를 만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며 서로 소통했다. 결국 마음 한편에 쌓아 두었던 꿈을 서로가 자극하는 사이이면 어떨까 하는 게 콘셉트였다"라고 언급했다.
'아디나'를 연기한 아디나 바잔은 카자흐스탄의 신예 배우로, 자국 드라마와 영화 등을 통해 인지도를 쌓고 있는 배우다.
임찬익 감독은 "캐스팅 결정 후 아디나 바잔이 고등학교 때까지 양궁 선수였던 것을 알고, 시나리오에 양궁 이야기를 추가했다. 더군다나 한국의 양궁은 세계적 수준이라 '아디나'의 꿈과 잘 연결된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승주'를 맡은 이주승 역시 다수의 독립영화와 단편영화에 출연하면서 연기 내공을 쌓았고, 최근에는 <모래에도 꽃이 핀다>(2023년), <시민덕희>(2024년) 같은 화제작에 출연하거나, <나 혼자 산다>, <줄서는 식당2> 등 예능까지 섭렵하며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임찬익 감독은 "이주승에게서 풍기는 불안한 청년 이미지를 담고 싶었다"라면서, "이주승이 아이디어를 낸 부분을 적극 수용하고 시나리오를 고치기도 했다. 멧돼지 사냥이 카자흐스탄 풍습이라고 삼촌이 거짓말을 하면 어떨까 하는 설정도 이주승의 제안이었다"라고 밝혔다.
그렇게 <다우렌의 결혼>은 불안한 청년기를 보내는 이들이 자신만의 꿈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면 하는 감독의 응원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영화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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