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이재명 의혹’ 잇따라 사실처럼 단정 발언 ‘물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루 의혹을 받는 사건에 대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사진)의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양 단정하는 듯한 표현을 썼기 때문이다. ‘법무부 장관이 아니라 수사팀장 같다’는 말도 나온다.
한 장관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국내로 송환되기 전 KBS 인터뷰에서 ‘이 대표를 만난 적 없다’고 말한 데 대해 16일 “해외 도피한 중범죄자들이 못 견디고 귀국하기 직전에 자기 입장을 전할 언론사를 선택해서 일방적인 인터뷰를 하고 자기에게 유리하게 보도되게 하고 관련자들에게 일종의 말 맞추기 신호를 보내는 것은 과거에 자주 있던 일”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이날 국회에 출석하는 길에 기자들의 질문을 받자 “최근에 남욱씨도 그랬고 최서원씨도 그랬다. 그런다고 범죄 수사가 안 되지 않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를 만난 적 없다’는 김 전 회장 발언을 ‘허위 발언’ ‘말 맞추기 시도’로 규정한 것이다. 김 전 회장과 이 대표가 특수관계라고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설혹 둘의 관계가 특수관계라고 하더라도 검찰이 수사 결과를 통해 밝힐 일이지 법무부 장관이 공표해 정치적 논란을 자초하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장관은 당일 법사위 질의답변 과정에서도 ‘이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한 법리 검토 결과 충분히 죄가 성립되느냐’는 질문에 “구체적 사건에 대해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도 범죄가 성립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한 장관은 “제3자 뇌물죄는 부정한 청탁과 결부됐는지가 핵심이지, 돈을 받는 곳이 공공성이 있다는 부분은 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며 “부정한 청탁과 결부돼 있으면 그 돈을 받은 곳이 불우이웃단체라 하더라도 제3자 뇌물죄는 성립된다”고 했다.
한 장관이 보이는 모습은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구체적인 발언을 자제해온 역대 법무부 장관의 태도와 다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17일 “법무부 장관 발언이 정치적으로 계속 이슈가 되면서 검찰이 정치의 영역으로 끌려들어가는 것 같다.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다른 변호사는 “장관이 이 대표 사건은 상세히 이야기하는데 (김건희 여사 등) 다른 사건 수사를 왜 안 하냐고 물으면 대답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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