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빈 어리둥절과 최형우 횡사의 비밀… '대호평' ABS도 업그레이드 필요해, MLB는 이렇게 안 한다

김태우 기자 2024. 4. 2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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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O는 지난 3월 7일 서울시 강남구 양재동 소재 더케이호텔에서 미디어를 대상으로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 시프트 제한, 피치클락 등 새 규칙 규정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 KBO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17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KIA의 경기 1회에는 하나의 보기 드문 광경이 나왔다. 최형우(41·KIA)의 도루 실패였다. 최형우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단 하나의 도루도 실패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뛰는 주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도루 성공도 하나에 불과했다.

그런 최형우가 도루를 실패한 사연은 이랬다. 1회 먼저 2점을 낸 KIA였고, 최형우는 그 2점 중 하나를 책임지는 적시타를 치고 출루한 상황이었다. 2사 1루에서 김선빈이 타석에 들어섰고, SSG 선발 로에니스 엘리아스의 제구가 흔들리면서 3B이 됐다. 그리고 4구째도 몸쪽 낮게 들어왔다. 그냥 우리가 지금까지 봐 왔던 상식으로는 볼이었다. 김선빈도 볼이라고 생각했고, 1루 주자 최형우의 생각도 같았다.

볼이라고 생각한 최형우는 볼넷을 생각하고 천천히 2루로 움직였다. 하지만 콜은 스트라이크였고, SSG 포수 이지영이 즉시 1루로 공을 던진 끝에 최형우를 1·2루 사이에서 잡아냈다. 김선빈은 어리둥절했고, 최형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올해 도입된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ABS)은 단호했다. 스트라이크였고, 김선빈의 타석은 끝나지 않았으며, 최형우는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된 것으로 처리됐다.

기본적으로 판정을 끝까지 보고 볼카운트를 판단했어야 했다. 최형우의 미스 플레이였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이 장면을 놓고 흥미를 드러내고 있다. “진짜 저게 볼이었을까”는 궁금증이다. 이범호 KIA 감독도 다음 날 볼이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리고 또 다른 데이터에서도 이 공이 볼이었다는 정황이 있었다. 단순히 하나의 해프닝을 넘어 타자들이 존 설정을 다시 해야 하는 만큼 가볍게 지나갈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추적 결과로는 볼이었다. KIA를 제외한 9개 구단이 모두 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ABS 시스템은 존의 중간과 끝 부분을 모두 통과해야 스트라이크로 인정된다. 하지만 이 공이 과연 두 개의 조건을 모두 충족시켰을 것인지에 대해 대다수는 고개를 젓는다. 한 관계자는 “데이터를 보면 좌우는 충족을 하는데 마지막 포구 지점이 너무 낮게 측정됐다. 그렇다고 변화구도 아니었다”고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ABS 시스템이 선수들의 신장까지 고려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키가 작은 김선빈이라면 이게 스트라이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ABS 시스템의 만족도가 높은 것은 그것이 스트라이크이냐, 볼이냐를 떠나서 적어도 그날 같은 경기장에 있는 모든 선수들에게 동일한 존이 제공된다는 것이다. 형평성 측면이다. 이는 나름대로의 큰 의미가 있다. 완벽할 수 없는 인간의 판정보다 정확도 자체는 더 높다. 판정을 놓고 설왕설래를 할 필요도 없다. KBO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ABS 시스템의 투구 추적 성공률은 99.9%에 이른다. 99.9%의 공을 다 따라갔다는 의미다. 현장 관계자들도 이를 인정한다. 다만 그 존이 제대로 ‘설정’됐느냐를 놓고는 논란이 많다.

KBO는 “ABS S존은 야구 규칙상의 존과 기존 심판의 평균 존 모두를 최대한 가깝게 설정하기 위한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했다. 이는 선수단이 인식하고 있는 S존과 최대한 유사한 존을 구현하기 위한 조치였다. 10개 구단 감독의 간담회를 통해 설정 의견을 반영했고 각 팀의 의견을 모아 참여한 10개 구단 단장의 실행위원회 논의로 최종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존 설정을 놓고 한 번은 더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지금의 존은 타자들에게 너무 불리한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 KBO가 야심차게 도입을 추진한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 ABS. 대체적인 호평 속에 다만 존 설정은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 KBO

여기에 장비가 구형이라는 점에서 추후 업그레이드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나온다. 지난 서울시리즈 당시 한국을 방문한 한 메이저리그 관계자는 “현재 미국에서도 ABS 시스템의 실험을 거치고 있고, 기술의 신뢰도 또한 상당히 확보된 상태”라면서 “타자들의 타격폼까지 자동으로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조만간 실험을 거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메이저리그에서 도입하려는 시스템은 현재 KBO리그에서 쓰고 있는 PTS 시스템에서 두 단계는 더 진화한 호크아이 시스템이다. 호크아이 시스템이 있기에 타자들의 타격폼까지 정밀하게 감안한 ABS 시스템이 나올 수 있다.

이 관계자는 “PTS 시스템은 태생적인 특성상 트랙맨이나 호크아이보다 정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PTS 시스템은 기본적으로는 삼각 측량을 기본으로 하는데, 초고속 카메라로 공을 추적하는 호크아이나 레이더로 공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트랙맨에 비해 음영 지역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PTS 시스템은 2015년 트랙맨이 전면 도입돼 스탯캐스트 시대가 열리면서 미국에서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현재는 대학 야구에서도 쓰지 않는다. 대학 야구는 단가가 비싼 호크아이보다는 트랙맨을 선호하는 추세다.

PTS도 99.9% 공을 추적했지만, 그 99.9%의 공을 100% 다 맞게 판정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KBO 또한 100% 정확하게 판정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하지 못한다. 그래도 사람보다는 훨씬 더 정확하기에 ABS 시스템의 의의가 크지만, 이왕 할 것이면 조금 더 폭넓은 의견이 수렴된 존 설정과 더 최신 설비에 대한 투자는 필요해 보인다. ABS 시스템이 내년에 더 진화하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내년 시작과 함께 업그레이드를 선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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