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잇' 운영사 라포랩스, SK스토아 인수…‘정육각 그림자’ 넘을 수 있을까

'퀸잇' 운영사 라포랩스가 SK스토아를 인수했다./사진 제공=SK스토아, 퀸잇

4050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퀸잇’을 운영하는 라포랩스가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1위 업체 SK스토아 인수를 확정했다. 스타트업이 매출 규모를 앞서는 기업을 인수하는 이른바  ‘상향식 인수 구조’라는 점에서 과거 ‘정육각-초록마을’ 사례가 거론돼 인수 이후 통합(PMI) 비용과 규제 부담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라포랩스는 SK텔레콤과 SK스토아, 미디어S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라포랩스가 SK스토아와 미디어S 지분 100%를 인수하는 구조로, 거래 금액은 약 1100억원으로 알려졌다. 미디어S는 케이블채널 ‘채널S’를 운영하는 SK브로드밴드의 자회사다.

이번 인수 자금은 회사 보유 현금과 외부 투자로 조달된다. 라포랩스는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약 650억원과 벤처캐피털(VC) 투자자들의 신규 투자금 700억원 이상을 재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VC 투자 유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추진됐다.

일각에서는 스타트업이 매출 규모가 더 큰 회사를 인수했다는 점에서 과거 ‘정육각-초록마을’ 사례를 떠올리는 시각도 나온다.  정육각은 2022년 유기농 식품 유통업체 초록마을 인수 당시 자금의 상당 부분을 단기 차입에 의존했다. 무리한 차입 구조는 인수 이후 통합 비용과 재무 부담이 급격히 키워 결국 기업회생 절차로 이어졌다.

당시 초록마을은 연매출 2000억원 규모의 오프라인 유통망을 보유한 반면, 정육각은 2021년 25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가 이어지던 스타트업이었다. 양사 간 규모 격차가 인수 부담을 가중시킨 셈이다.

라포랩스 역시 퀸잇을 앞세워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흑자 전환에 이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정육각-초록마을 사례처럼 규모가 더 큰 회사를 인수한 뒤 비용 통제에 실패할 경우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PMI 안정화 여부도 이번 거래의 변수다. SK스토아 노조와 SK브로드밴드 노조는 인수 과정에서 고용 안정성과 처우 승계를 우려하며, 집회와 기자회견 등 집단 행동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노사 간 충돌이 현실화될 경우 PMI 과정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라포랩스는 이번 거래가 정육각 사례와는 자금 조달 방식과 피인수 기업의 수익성 측면에서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정육각은 인수가의 상당 부분을 초단기 브리지론으로 조달했고 피인수 기업 역시 적자였다”면서 “SK스토아는 꾸준한 흑자를 내는 사업자이며, 인수 자금 역시 자기자본과 검증된 VC 투자로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또 “인수 이전부터 2년 이상 SK스토아와 상품 판매 협력을 이어오며 실질적인 시너지를 검증해 왔다”고 덧붙였다.

다만 인수 이후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조직 통합 대신 기존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라포랩스 관계자는 “홈쇼핑과 모바일 커머스는 사업 구조와 핵심 역량이 다른 만큼, SK스토아는 기존 법인을 유지하며 독립 경영 체제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중소 셀러 판로 확대, 마케팅·콘텐츠 협업 등 시너지가 가능한 영역부터 단계적으로 협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인수가 마무리될 경우 라포랩스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을 신청해야 한다. 방통위는 대주주의 재무 건전성과 경영 안정성, 공공성 이행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한다. 여기에 SK스토아는 내년 4월 데이터홈쇼핑 사업권 재승인 심사도 앞두고 있다. 최대주주 변경 이후 곧바로 재승인 심사가 이어지는 구조인 만큼, 새 대주주의 재무 여력이 심사 과정에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거래는 인수 자체보다 PMI 비용 관리와 노사 갈등, 방통위 승인과 재승인 심사까지 연쇄적인 과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실질적 성과가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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