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형 경항공모함 조감도 / 출처 : 연합뉴스·게티이미지뱅크
2019년 소요 확정 이후 7년간 논쟁의 중심에 있던 한국형 경항공모함이 구체적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ROKS 울릉’으로 명명된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대형 함정 건조를 넘어, 한국 해군의 작전 반경을 근해에서 원해로 확장하는 전략적 전환점이다.
배수량 4만톤대로 거의 확정된 함형은 이탈리아 트리에스테급을 상회하며, 동북아 해역에서 중국·일본과의 해양력 균형을 재조정하는 핵심 자산으로 평가된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함재기 논쟁의 종결이다. 초기 국방부는 ‘F-35B 탑재 계획은 미정’이라는 신중한 입장이었으나, KF-21N 함재기 논의를 거쳐 결국 F-35B 20대를 별도 신규 사업으로 도입하는 방향이 확정됐다.
공군의 F-35A 20대 추가 도입(FX 2차, 4조원 규모)도 2022년 7월 확정되었다. 함재기 운용 주체가 공군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는 육·해·공 합동작전 체계의 새로운 실험이 될 전망이다.
4만톤급 경항모의 기술적 차별점

미국 핵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 / 출처 : 연합뉴스
ROKS 울릉의 설계 철학은 ‘효율’이다. 미국식 10만톤급 핵추진 항모가 아닌 경항모급을 선택한 이유는 비용 대비 효과 극대화다.
평면 비행갑판은 STOVL(단거리 이륙·수직 착륙) 전투기 운용에 최적화됐으며, 측면 배치 엘리베이터는 함재기 이착륙과 동시 작업을 가능케 한다. 특히 열저항 코팅 기술은 F-35B의 고온 배기가스로부터 갑판을 보호하는 핵심 요소다.
스텔스 상부구조와 통합마스트는 레이더 반사면적(RCS) 감소를 목표로 한다. 각진 직선 형상의 마스트에는 다기능 레이더·전자전 장비·통신 시스템이 집약되며, 이는 네트워크 중심전(NCW) 환경에서 실시간 데이터 융합 능력을 제공한다.
수백에서 천 명 규모의 승조원을 수용하는 내부 시설은 단순 전투함을 넘어 “해상 기지” 개념을 구현한다. AI 기반 위협 분석 시스템과 디지털 지휘체계는 미래 전장 환경을 선제적으로 반영한 설계다.
7년 논쟁, F-35B 도입으로 종결

F-35B / 출처 : 연합뉴스
2019년 8월 ’20-’24 국방 중기계획’ 포함 당시, 가장 뜨거운 쟁점은 함재기였다.
당시 국방부는 “F-35B 탑재 여부는 미정”이라며 선을 그었고, 일각에서는 독자 개발 중인 KF-21을 함재기로 개조하자는 주장(KF-21N)이 제기됐다.
그러나 KF-21의 함재기 전환은 기술적·재정적 부담이 크다는 결론이 나왔다. STOVL 능력 구현을 위해서는 엔진 추력 재설계, 기체 구조 보강, 착륙장치 개선 등 사실상 새로운 기종 개발에 준하는 작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결국 F-35B 20대를 신규 도입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이 과정에서 공군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F-35A 20대 추가 도입(FX 2차)도 함께 확정됐으며, 2022년 7월에는 F-35A 20대 도입(약 4조원 규모)이 재개됐다.
F-35B는 사실상 울릉함 전용 자산이지만, 운용 효율을 위해 공군이 주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합동작전 체계 구축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수조원 투자, 방산 생태계 전환의 시발점

미국 핵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 / 출처 : 연합뉴스
ROKS 울릉 사업의 총 사업비는 수조 원대로 추산된다.
함체 건조비만 2~3조원, 함재기(F-35B 20대) 도입비 약 2조원, 호위 전단 편성과 지원 시설까지 포함하면 5조원을 상회할 전망이다. 이는 단일 해군 사업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그러나 국방 전문가들은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고 평가한다. 원해 작전 능력 확보, 재난 구호·인도적 지원, 해상 교통로(SLOC) 보호 등 다목적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산업적 파급 효과도 주목된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조선소의 대형 도크 기술과 블록 건조 능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 핵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 / 출처 : 연합뉴스
항모급 대형 플랫폼 건조 경험은 향후 수출 경쟁력 강화 가능성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울릉함 사업이 성공하면 방산 수출 포트폴리오가 함정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ROKS 울릉은 한국 해군이 근해 방어에서 원해 작전으로 전환하는 상징적 자산이다.
4만톤급 함체에 F-35B 20대를 탑재한 이 플랫폼은 작전 반경 1,000km 이상을 확보하며, 중국 해군의 경항모급에 대응하는 전력 투사 능력을 갖추는 것으로 평가된다.
7년간의 논쟁과 조율 끝에 구체화된 울릉함 프로젝트는 이제 건조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한국 해군력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