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의 위협과 에스토니아의 결단
에스토니아 국방장관은 “평화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 싸워서 지켜야 하는 가치”라고 강조하며 러시아를 유럽 전체에 대한 실존적 위협으로 규정했다. 에스토니아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만큼 안보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국가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과거 소련에 점령당했던 경험은 에스토니아 국민들에게 군사력 강화의 필요성을 각인시켰고, 러시아의 침략 가능성이 결코 이론적인 위협이 아니라는 공감대를 만들었다. 장관은 “우리는 러시아가 우호적인 이웃이 되리라는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고 단언하며, 군사 대비를 국가 생존의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국방비 GDP 5% 돌파…안보를 위한 ‘총력 투자’
에스토니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국가들 가운데 가장 빠르고 과감하게 국방비를 증액한 나라 중 하나다. 내년도 국방비는 GDP의 5%를 넘어설 전망이며, 이는 국내 복지와 경제지출을 대폭 줄이고 안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수준이다.
또한 에스토니아는 국방비의 일부를 직접 우크라이나 지원에 투입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의 전투는 곧 우리의 전쟁”이라고 규정한다. 장관은 “푸틴이 러시아 제국 복원을 꿈꾸는 이상, 우리는 스스로를 지킬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 무기 선택한 진짜 이유
에스토니아는 한국의 K9 자주포를 이미 실전 배치하고 있으며 추가 도입까지 검토 중이다. 이번 방한에서는 다연장 로켓 시스템인 ‘천무’ 도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장관은 “한국 무기의 품질은 이미 유럽 여러 국가에서 입증됐다”며 “우리는 가장 우수하고 신속하게 도입 가능한 무기를 찾았고, 그것이 바로 한국산”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 무기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체계와의 호환성이 뛰어나며, 실제 전장에서 검증된 점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에스토니아는 한국산 무기 체계를 기반으로 한 자국 맞춤형 생산과 기술 협력까지 확대할 구상이다.

양국 기술 협력의 새로운 기회
장관은 방산 협력을 넘어선 기술 파트너십의 가능성도 높게 평가했다. 에스토니아는 세계 최초로 전자투표를 도입하고, 사이버 보안 강국으로 꼽히는 디지털 선진국이다.
한국의 첨단 제조 기술과 에스토니아의 IT 역량이 결합된다면 새로운 방위산업 모델이 탄생할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그는 “에스토니아와 한국의 기술은 서로에게 없는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며 군사 첨단화, 무인화, 사이버 전력 개발 등 전방위 협력 의지를 드러냈다.

유럽 안보의 전선, 발트해에서 대한해협까지
에스토니아는 발트 3국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NATO 집단방위 조약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장관은 “러시아의 위협은 유럽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한국 역시 북한과 중국이라는 잠재적 위협에 직면해 있는 만큼, 에스토니아와 한국은 같은 안보 현실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무기 거래를 넘어, 유럽과 아시아가 공동의 전략적 목표로 연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에스토니아는 한국과의 협력이 NATO 전체의 방위력 강화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우리가 준비하지 않으면 누구도 도와줄 수 없다”
장관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평화를 원한다면 준비하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과거 에스토니아가 소련에 점령당했을 때 국제사회는 침묵했고, 결국 국가는 50년간 주권을 잃었다. 이 역사적 교훈은 에스토니아의 군사 정책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그는 “한국 역시 분단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만큼 우리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나라”라며 “두 나라는 생존을 위한 진정한 동맹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에스토니아는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한국을 선택했고, 이번 협력은 유럽과 아시아의 새로운 전략축이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