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1일 이천야구장에서 열린 KBO 퓨처스리그 두산전, SSG 박종훈은 선발 마운드에 올라 4이닝 동안 15타자를 상대하며 안타 6개만 내주고 4탈삼진 무실점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이날 볼넷은 단 하나도 없었다. 2군 등판이고 팀은 끝내기 패배를 떠안았지만, 정작 시선은 결과가 아니라 이 4이닝에 쏠렸다. 1군 정규시즌 등판이 아직 한 차례도 없는 베테랑이, 5년 65억 원 계약의 마지막 해에 올해 가장 정돈된 투구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박종훈은 2010년 SK 2라운드 9순위로 프로에 들어와 상무를 거친 뒤 2015년부터 1군 선발로 자리를 잡았다. 진가가 드러난 시기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였다. 2017년 12승 7패 평균자책점 4.10, 2018년에는 커리어 최다인 14승에 평균자책점 4.18을 찍었고, 2019년 8승 11패로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는 놓쳤지만 2020년 13승 11패 4.81로 다시 10승 투수가 됐다. 이 4시즌 동안 쌓은 승수만 47승. KBO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우언더핸드 선발이 한 팀의 토종 로테이션 중심을 여러 시즌 길게 지켰다는 점에서, 단순한 반짝 성적과는 거리가 멀었다.
SSG가 2021년 12월 5년 총액 65억 원(연봉 56억·옵션 9억)을 안긴 배경도 여기 있다. FA 자격 한 시즌을 남긴 시점에 미리 붙잡은 KBO 최초의 비FA 다년계약이었고, 같은 시기 문승원이 5년 55억 원, 한유섬이 5년 60억 원에 사인했다. 외부 영입 대신 직접 키운 원클럽맨 선발을 미리 묶어 선발진의 중심을 잡겠다는 구상이었다. 문제는 계약 직전 박종훈이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상태였다는 점이다. 구단으로선 큰 리스크를 감수한 투자였고, 복귀 이후 성적은 가파르게 꺾였다.
2022년 평균자책점 6.00, 2023년 6.19, 2024년 6.94, 2025년 7.11까지 네 시즌 연속 6점대 이상이 이어졌고, 같은 기간 승수는 3·2·1·0승으로 줄었다. 통산 245경기 72승 79패 평균자책점 4.85, 1131이닝의 기록은 사실상 2021년 이전에서 시간이 멈춰 선 셈이다. 부상 이후 그는 1군보다 2군에 머문 시간이 더 길었고, 구단이 기대했던 선발진의 기둥 역할과는 점점 거리가 벌어졌다.

이번 두산전은 박종훈에게 여러 '처음'과 '최다'가 겹친 경기였다. 올 시즌 2군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책임졌고, 선발 등판 중 볼넷을 하나도 내주지 않은 첫 경기였으며, 네 번째 선발 등판에서 두 번째 무실점을 기록했다. 1회 첫 타자 임현철에게 내야안타를 맞고도 직선타 병살과 헛스윙 삼진으로 위기를 지웠고, 3회와 4회에는 안타를 허용하고도 주자의 도루를 포수 조형우의 송구로 잡아내며 실점을 막았다. 마운드를 5회 노경은에게 넘긴 뒤 SSG 불펜은 정동윤·김택형 등을 거쳐 9회 끝내기 실점으로 무너졌지만, 박종훈이 책임진 4이닝까지 흔들린 것은 아니었다.
2026 퓨처스 성적을 보면 출발은 평범했다. 5월 24일까지 7경기 16이닝 0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5.06에 볼넷 9개를 적어냈다. 4월 24일 NC전 2이닝 5실점, 5월 14일 고양전 3이닝 4볼넷처럼 제구가 흔들린 날이 분명 있었고, 반대로 4월 11일 두산전 3이닝 무실점 6탈삼진, 5월 4일 고양전 3이닝 무실점처럼 좋았던 날도 섞여 있었다.
여기에 5월 31일 4이닝 무실점·무볼넷을 더하면 시즌 평균자책점은 4점대 초반까지 내려간다. 1군 등판은 6월 1일 현재까지 0이다. 주목할 변화는 투구폼이다. 박종훈은 올해 기존 언더핸드에서 팔 위치를 끌어올리는 시도를 했고, 구속이 140㎞대 중반까지 나온다는 전언이 따라붙었다. 연봉 11억 원, 계약 마지막 해를 맞은 베테랑이 폼까지 손댔다는 것은 단순한 컨디션 조절 차원으로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숫자만 보면 4이닝 무실점은 작은 표본이다. 그러나 박종훈의 부진을 끌고 온 핵심이 '볼넷'이었다는 점에서 무볼넷 4이닝의 의미는 달라진다. 언더핸드 투수는 카운트 싸움에서 밀리는 순간 장타와 빅이닝으로 직결되는데, 2026 퓨처스 초반 16이닝 9볼넷이 바로 그 약점을 다시 드러낸 수치였다. 시즌 초반 그 약점을 스스로 끊어낸 등판이라는 점이 이번 경기의 진짜 무게다. 폼 변화와 구속 상승을 함께 놓고 보면, 이는 잘 던지던 시절로의 단순 복귀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재설계에 가깝다. 시점도 공교롭다.
5년 계약의 마지막 해, 1군 자리는 이미 좁아졌고 구단 입장에서 65억 원이라는 상징성은 부진을 실제보다 더 크게 보이게 만든다. 그래서 같은 4이닝 무실점이라도 신인의 그것과 무게가 다르다. 한때 팀의 토종 에이스였던 선수를 향한 팬들의 시선이 "이제는 정리해야 한다"는 쪽과 "마지막 반등을 지켜보자"는 쪽으로 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압박 속에서 나온 5월의 마지막 등판은, 박종훈이 아직 카드를 다 내려놓지 않았다는 신호로 읽힌다.

관건은 이 4이닝이 한 경기의 반등으로 그칠지, 1군 호출의 명분으로 이어질지다. 4~5이닝을 볼넷 없이 안정적으로 버티는 경기가 몇 차례 더 쌓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올해 잠수함의 부활은 한 번의 호투로 완성되지 않는다. 남은 퓨처스 일정에서 무볼넷 흐름과 구속 변화가 얼마나 이어지느냐가 1군행의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계약 마지막 해에 다시 마운드 위에서 증명에 나선 박종훈, 당신은 그의 1군 복귀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가.
Copyright © 구독과 좋아요는 콘텐츠 제작에 큰 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