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대들보' 반도체, 두달 연속 '역성장'..수출 증가율, 연중 최저치로 '뚝'

세종=박소정 기자 2022. 10. 1.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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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반도체 수출, 1년 전比 5.7% 감소
8월 '-7.8%' 이은 두달째 '역성장' 기록
中 수출도 4개월째 감소.."반도체 영향"
"수출 동력↓..무역수지 개선 쉽지 않아"

우리나라 수출의 ‘대들보’ 역할을 해 온 반도체가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지난달 26개월 만에 마이너스 수출을 나타낸 이후 두 달 연속 감소 흐름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라 구매력이 감소하면서 수요는 주는데 재고는 쌓이면서 반도체 가격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코로나19 봉쇄 조치 여파로 반도체 수출이 크게 둔화하면서 대(對)중국 수출 감소율도 올해 들어 가장 컸다.

25년 만에 ‘6개월 연속 무역적자’라는 기록을 쓴 가운데, 정부 역시 앞으로의 수출 회복세가 지속될 복병으로 ‘반도체 업황’을 꼽고 있다. 겨울철을 맞아 큰 규모의 에너지 수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동시에, 최근 들어 수출 동력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인 만큼, 무역수지 개선은 좀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공장 M16. 기사 내용은 사진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SK하이닉스 제공

◇ 9월 반도체 수출 지표 곳곳 ‘먹구름’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022년 9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37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6개월째 이어진 무역수지 적자 흐름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5월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연간 누적 무역수지 적자는 288억7600만달러까지 불어나, 300억달러 돌파를 간신히 저지했다.

우리나라 수출의 20%가량을 책임지는 반도체 시장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반도체 품목의 지난달 수출 규모는 114억89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7% 줄어들었다. 반도체 수출의 역성장은 지난달(-7.8%) 26개월 만에 처음 기록한 이후 두달째 이어지는 모습이다.

국내 반도체 생산 지표를 살펴봐도 악화한 업황이 포착된다. 통계청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생산 지수는 전월 대비 14.2% 감소했다. 7월(-3.5%)에 이은 2개월 연속 감소세이며, 2008년 12월(-17.5%) 이후 13년8개월 만의 최대 낙폭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1.7% 감소했다. 생산은 점점 줄이는데, 재고는 되레 쌓여 더 문제다. 반도체 재고는 전월 대비 3.8%, 전년 동월 대비 67.3% 증가를 기록했다.

산업부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구매력 저하로 스마트폰 등 소비자용 IT 제품의 수요가 둔화하고, D램 가격 하락세와 낸드 공급 과잉 등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고정거래가격은 올해 1~4월 3.41달러, 5~6월 3.35달러, 7월 2.88달러에서 8~9월 2.85달러로 내려앉았다. 메모리카드나 USB 등에 쓰이는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기가비트) 16Gx8 멀티레벨셀(MLC))의 고정거래가격의 경우 지난 6월 4.67달러, 7월 4.49달러, 8월 4.42달러에서 9월 4.3달러로 4개월 연속 하락세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238단 4D 낸드.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SK하이닉스 제공

◇ 15대 주품목 중 10개 ‘수출 감소’…中·EU서 부진

더욱이 반도체뿐 아니라 우리나라 주요 수출 품목들도 그다지 선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15대 주요 수출 품목 중 10개 품목이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반도체를 비롯해, ▲석유화학(-15.1%) ▲일반기계(-1.5%) ▲철강(-21.1%) ▲디스플레이(-19.9%·OLED -15.6%) ▲무선통신기기(-7.0%) ▲컴퓨터(-23.6%) ▲바이오헬스(-4.5%) ▲섬유(-5.3%) ▲가전(-8.2%) 등 품목이 감소했다. 통계 작성 이래 월간 최대 적자를 기록했던 8월은 감소세를 보인 수출 품목이 9개였는데 이보다 더 많아진 것이다.

9월 15대 주요 품목별 수출액 및 증감률.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도 4개월 연속 감소세다. 지난달 대중국 수출은 6.5% 줄어든 133억7000만달러로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수출 6.5% 감소 폭은 올해 들어 가장 최대로 벌어졌다. 코로나 봉쇄 조치 여파로 소비 수요 둔화가 관측되는 가운데 반도체·철강 등 개별 품목 감소 영향으로 2분기 경기 둔화세가 본격화된 영향이다. 다만 대중 무역수지는 6억8000만 달러로 5개월 만에 흑자 전환했다.

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도 54억2000만달러를 기록해 0.7% 소폭 줄어들었다. 석유 제품·이차전지 등에서의 수출은 증가했으나, 에너지 수급 차질에 따라 경기 불안정성이 심화하며 자동차 등 품목의 수출이 줄어든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여파로 독립국가연합(CIS) 수출도 29.9% 감소했고, 인플레이션 불안정성이 계속되는 중남미 등에 대한 수출도 감소했다.

다만 미국, 아세안 등 지역에선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였다. 미국의 경우 전기차 생산·판매 확대에 힘입어 자동차·이차전지·차 부품 등에서 실적이 좋았다. 92억7000만달러 수출 규모를 보여 1년 전보다 16% 증가했고, 이는 9월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아세안 지역에서는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차 생산과 판매가 확대되고 관광업이 살아나면서 석유제품 수출 호조를 보였다. 대아세안 수출액은 103억4000만달러로 7.6% 증가했고, 11개월 연속 수출 100억달러 기록이자 역대 9월 수출액 1위다.

9월 주요 지역별 수출액 및 증감률.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꺾인 반도체 날개에 추락하는 韓 수출 동력

일부 지역에서의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산업의 날개가 꺾인 여파는 컸다. 우리나라 수출 동력은 날이 갈수록 약화하는 모습이다. 수출 증가율은 지난 6월 이후 한자릿수를 기록 중이며, 더욱이 그 폭마저 좁혀지고 있다. 수출 증가율 추이는 ▲6월 5.3% ▲7월 8.7% ▲8월 6.6% ▲9월 2.8%를 기록했다.

월별 수출증감률 추이.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정부는 반도체 수출과 함께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을 향후 무역의 최대 리스크로 꼽고 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반도체 가격 하락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높은 수출 증가율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 수준의 에너지 가격이 지속될 경우 무역수지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는 6개월 연속으로 발생한 무역적자, 6월 이후 수출 증가 둔화세 등의 상황을 매우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민관 합동으로 수출 활성화와 무역수지 개선을 총력 지원하고, 올해 무역 적자의 주된 요인인 에너지 수입 수요 관리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전날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에너지 절약 및 효율화 대책’을 발표한 바 있으나 ‘에너지 절감 운동’ 등을 전면에 내세운 해당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 작동하겠느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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